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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artist Jul 27. 2017

Part 6. 5 남극일기 #5

운석 사냥꾼 1

운석 사냥꾼, 운석을 찾아라!

나는 지질연구팀과 K-route 팀을 오가며 연구활동을 보조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했다. 매해 계획에 따라 달라지는데 16시즌 지질팀에는 운석, 화산암, 지층구조 조사 팀이 활동했다. 이 중 나는 운석탐사와 화산암 조사를 담당했다.

오래전부터 종교적 숭배의 대상으로 신비의 물질로 여겨진 운석은 현재에도 우주의 기운을 담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개인 수집가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신기한 물질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정부의 지질탐사 기관 이외 개인적으로 운석을 찾으로 다니는 운석 사냥꾼(meteorite hunter)이 수 백  수 천명 존재한다.

남극 장보고 기지 하계시즌에는 수많은 연구활동이 이루어진다. 생물, 지질, 빙하, 지구물리, 대기, 극지해양 등 다양한 연구분야가 존재한다. 그중 운석탐사는 태양계의 형성과 진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구의 남쪽 끝 칼바람이 불어오는 파란 빙하 위에 선 나도 대한민국의 과학 발전을 위해, 남극 연구를 위해 운석 사냥꾼 되었다.

본 탐사 전 간단히 운석에 대하여 공부해보자.
나사 홈페이지 따르면 우주공간에서 지구로 매일 떨어지는 물질은 약 48.5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정말 엄청난 양이다. 태양계의 행성, 소행성, 혜성 기원의 물질들의 대부분은 대기를 뚫고 내려오다 타버리고, 그중 지구 표면에 도달 한 것이 운석이다. 이 운석 중 99.8%는 소행성에서 왔으며, 나머지 0.2%는 화성과 달에서 왔다고 한다.
주거지나 사람의 통행이 잦은 곳을 제외한 다른 곳에 떨어져도 운석 발견은 싶지 않다. 지구 표면의 70%에 해당하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거나 몇 달, 몇 주 안에 발견되지 않으면, 비바람에 의해 땅에 묻히거나 식물의 성장으로 덮여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막, 빙하지대 같은 극지에서 운석이 발견되는 확률이 높은 것이다.


 대부분의 운석은 자갈 정도의 크기지만 훨씬 큰 것도 있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미국 애리조나의 배링거 운석구(Barringer, 충돌구라고도 함) 포함하여 6천5백만 년 전 떨어진 운석으로 생긴 멕시코 유카탄 반도 북부에서 발견된 칙술루브(Chicxulub) 충돌구(crater, 운석의 충돌에 의하여 생긴 구덩이)는 공룡의 멸종은 물론 대형 파충류의 대멸종을 불러온 백악기-제3기 대멸종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떨어져 발견된 운석은 총 8개로 대영박물관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6개이다. 그중 몇 년 전 진주의 파프리카 하우스에 운석이 발견되어 몇 달 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운석은 비슷한 시기에 떨어진 러시아 운석과 비교해 운석 가치가 몇 십억, 몇 백억까지 부풀려지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운석의 가격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종류의 운석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며, 진주에서 발견된 오디너리 콘드라이트(ordinary chondrite) 운석의 국제시세는 1g당 5~10달러라고 한다.
만약 진주 운석 4개가 달이나 화성에서 왔다면 그것은 분명 운석 학계에도, 그 최초 발견자에게도 '대박'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까지 국제 운석학회에 정식 등록된 운석은 약 5만 개, 그중 4만여 개는 남극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남극은 운석의 저장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1969년 미국-일본 합동팀에 의해서 남극 운석은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2007년 1차 남극 운석탐사단이 5개의 운석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대한민국의 첫 대륙 기지인 장보고 기지가 완공되어 주변 빅토리아 랜드에서 탐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의 집중 탐사를 통해 36Kg의 한국 운석 탐사 역사상 가장 큰 운석, 달운석을 발견하는 등 한국은 세계 5위의 운석 보유국이 되었다.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지방 국립대, 평균키,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아이는 남극 빙원을 누비며 운석을 찾는 영광을 얻었다.
대한민국이 운석 탐사를 시작한 지 10년, 그리고 그 역사의 흐름 속에 팀을 어떻게 돕고, 개인적으로는 어떤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까?              


우주 기지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장보고기지 내부의 지질팀 연구실, 운석탐사를 나가기 전 작전회의가 열리고 있다.
서울대학교 지질학과 선 후배로서 대한민국의 지질연구에 최정상에 서게 신 이종익 박사님과 최변각 박사님이 지질 실험실에 모이셨다. 엘리펀트 모레인(moraine : 빙하에 밀려서 쌓인 암석(堆石)이나 자갈, 진흙덩이) 지역의 블루 아이스(blue ice) 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피신다. 미국팀과 한국 팀이 그동안 찾은 운석 발견 GPS 좌표를 보며, 어떤 지역을 탐사할지 의논 중이다. 구글어스 지도에 표기된 노란 점 사이, 탐사되지 않은 곳, 운석이 많이 있을 듯한 곳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빙하는 어떻게 생성된 걸까? 남극의 빙하는 수십만 년에 걸쳐 대기 중의 수분이 얼어붙은 것이다. 남극대륙의 강설량은 5cm 미만으로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러시아 보스토크 기지의 강수량은 5mm 미만이다. 그래서 남극은 '햐얀 사막'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운석탐사대가 향하는 곳은 블루 아이스(blue ice)이다. 
블루 아이스는 눈이 빙하에 떨어지고, 압축되어 빙하의 일부가 될 때 발생한다. 남극대륙 주변의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대륙 깊은 곳에서 눈으로 빙하 위에 떨어진다. 압력에 의해 기포가 뭉개지며 생성되어 얼음의 밀도가 증가하고, 이 얼음은 가시광선의 다른 영역의 색깔은 흡수하고 푸른 영역 거부한다. 블루 아이스는 자신이 거절한 '파란'이란 형용사를 이름으로 달고 산다. 빙하는 수십만 년의 시간을 흘러 바다로 돌아간다.
 인간의 시선으로 파란빛을 거부한 블루 아이스에 Blue를 붙였듯이 백 년이 되지 않는 생멸의 시간으로는 빙하의 느긋한 시계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른 아침, 장보고기지 4층 기상 관측실, 구름과 바람의 숫자와 기호들이 지도 위에 표시되어 있다. 그곳에 책상에 월동대 당직 근무자 옆에 한 손을 책상에 기댄 베터랑 헬리콥터 조종사 칼이 근처 이탈리아 하계 기지 마리아 수 켈리와(Mario Zucchelli, Italy) 교신하며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그의 푸른 눈동자와 갈색 눈썹에 긴장과 설렘의 스쳐 지나간다. 

아침식사를 빨리 끝내고 기다리고 계시던, 이종익, 최변각 박사님, 유한규 대장님, 극지연구소 홍보대사로서 남극에 함께온 엄홍길 대장님이 칼과 운석탐사 출정 여부를 의논한다. 날씨가 좋다. 바람이 운석탐사대를 응원하고 있다.
 
출발이다!
준비해둔 커피와 간식을 챙기고, 상우형과 방한의류, 안전장비를 점검한다. 
장보고 기지의 앞마당 헬리콥터 이착륙장에 프로펠러의 굉음이 게으른 테라노바베이의 아침을 깨운다.
목적지는 기지로부터 300km 떨어진 내륙의 엘리펀트 모레인 지역이다. 기름을 가득 채운 헬기가 날 수 있는 거리는 200km, 중간에 기름을 보충하고 다시 삼십분을 이동해야 하는 먼 거리다.

10명의 탐사대는 두 대의 헬기에 나눠 탑승했다. 자리에 앉은 이상 4명의 승객과 조종사 한 명은 운명공동체가 되었다. 
겨우내 얼어있던 얼음 알갱이와 눈발을 날리며 헬기가 이륙장을 날아오른다. 장보고 기지를 뒤로하고 금가기 시작한 녹고 있는 바다 위를 날아 남극대륙의 크레바스를 넘는다.

헬기의 투명한 창문 너머 남극대륙과 첫눈을 맞춘다. 남극대륙은 유렵, 미국보다 더 크다. 대한민국의 국토 136개를 합쳐 놓은 크기이다. 평균 2천 미터 두께의 얼음으로 구성되어있고, 최대 깊이는 4천 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실제 러시아가 3천 미터의 빙하 시추에 성공하여 수식 만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지구가 기록한 우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지구의 이 어마어마한 나이테가 녹는다면 우리는 해저도시 건설하든지 산으로 올라가야 할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해야 닥쳐올 미래의 문제에 대비할 수 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다양한 나라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남극을 연구한다. 일부 수수의 분야를 제외하면 연구 가능 기간은 제한적이다. 남극의 여름, 10월부터 길게 잡아 5개월이다. 



남극대륙을 대상 연구에 육상 이동 수단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크기 때문에, 헬기는 장보고기지 하계 연구팀의 가장 중요한 이동 수단이다. 탐사도 좋고 연구활동도 좋지만, 목숨만큼 소중한 것은 없기에 기체와 조종사에게 관심이 간다.  장보고 기지에서 이용하는 이 빨간색 헬기는 HNZ 그룹의 것으로 뉴질랜드 넬슨에 본사를 둔 오랜 전통(1955년 창립)의 다국적 회사다. 남극, 호주, 캐나다, 아시아에 140여 명의 조종사와 정비사 등의 직원이 8개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기체가 있지만, 하계 연구팀이 자주 사용 이용한 헬기(Airbus Helicopters AS350BA )는 싱글 엔진에 5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고, 최고속력은 120kts(1kts=1.825km/h, 219km/h)로 하늘을 가르며, 최대 총 2100~2250kg를 적재할 수 있다고 홈페이지는 기록한다. 약 13m 길이의 헬기 힘이 대단하다. 
하지만 실제 남극에서는 그 능력이 훨씬 제한된다. 날씨, 기압, 바람을 고려해 훨씬 적은 무게(약 500kg)를 적용한다. 연구 장비, 안전장비도 포함되어 있고, 복귀할 때 채취한 빙하 샘플, 화산석 등 시료가 가지고 와야 하기에 헬기에 탑승할 수 있는 승객은 3~4명이다. 
나에게 남극 첫 비행의 경험을 선사한 도미닉은 20년 이상을 조종사로서 살아왔으며, 칼과 함께 장보기 기지의 헬기 운행을 책임지는 시니어 파일럿이다. 캐나다 출생인 그는 매끈한 근육과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절도와 매너가 몸에 배어 있었다. 행동하나 말투 하나에서 그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커피를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어떻게 파일럿이 되었느냐고 물었을 때 그가 간단히 대답해주었다. 남극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기 위해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된다. 먼저 조종사는 HNZ 그룹 내 각종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뉴질랜드 빙하지역, 알래스카, 히말라야 등지의 험지에서 내부 규정에 따른 몇 년 이상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이곳에 올 수 있다. 그리고 시니어 파일럿의 결정 아래 어시스트 받아 신이 빚은 얼음의 세계를 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새하얀 남극 대륙을 수놓은 검은 꽃 크레바스와 얼음 위로 머리를 내민 산 능선의 담담한 수묵화의 수려한 모습에 취해 시간을 잊었다. 그 사이 헬기는 200km/h 속도로 한 시간을 날아 중간 급유지에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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