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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artist Jul 27. 2017

Part 6. 6 남극일기#6

운석 사냥꾼 2

중간 급유지 모리스 베이슨에서


변화무쌍한 날씨
  모리스 베이슨에 내려 도미닉을 도와 지난해 가져다 놓은 제트유를 주유하고 기름통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주변의 돌을 이용해 고정시켜 놓는다.
다시 출발한 헬기는 차가운 공기를 뚫고 30분을 날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간혹 높은 산을 넘거나 기류에 이상이 있으면 헬기가 좌우로 흔들리기도, 밑으로 갑자기 뚝 떨어지는 일도 있었고, 첫 운석탐사에 나선 나를 놀래키기 충분했다.

어느새 기체 안이 많이 추워져 있다. 장보고기지는 해안에 위치하여 고도가 높지 않아 하계기간에는 그렇게 춥지 않다. 하지만 300km를 내륙으로 들어오니 환경이 전혀 달려졌다. 남극의 평균 고도는 2300m, 탐사대가 목적지로 하는 곳은 2500m의 빙원이다. 원론적으로 고도가 100m 상승하면 기온 0.5℃~1℃ 감소하고, 풍속은 1m/s 당 1.6℃ 체온을 빼앗아 간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선풍기의 `약바람`이 풍속 5m/s 정도이다.

비싼 제트유를 쓰며 엘리펀트 모레인 지역을 찾아도 구름이 낮아 시계비행을 하는 비행에 장애가 있거나, 바람이 강하면 파일럿은 랜딩을 거부 의사를 표명한다. 이런 경우는 어쩔 수가 없다. 안전을 위해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수시 때 때로 변화하는 구름, 바람, 온도 등 남극의 날씨가 허락해야만 탐사를 진행할 수 있다.

엘리펀트 모레인의 바람을 보여주는 사진, 나사이미지


스노우 모빌을 이용해 운석을 찾는 모습, 나사이미지


바람이 향하는 곳으로

헬기의 슬라이더 문을 열고 내려 엘리펀트 모레인의 블루 아이스는 만난다. 영하 30도에 가까운 날씨에 초속 20m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두꺼운 원피스 방한복을 입었지만, 얼굴을 때리는 바람은 마치 냉동된 면도날처럼 날카롭다.

미국팀이고 한국팀이고 엘리펀트 모레인 지역에서 운석을 찾는 이유는, 낮은 곳으로 흘러가던 빙하가 산이 장애물을 만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태양빛에 녹고 바람이 정체된 빙하를 깎아내어 숨어 있던 운석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몇 년 전에 탐사를 했던 곳을 다시 가더라도 운석을 발견할 경우가 있다.
운석을 찾아 블루 아이스를 걸을 때 다른 아웃도어 규칙들이 많지만, 중요한 한 가지는 바람을 등지고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잠깐 동안이라도 바람을 직접 맞으면, 방한의류가 약한 얼굴 부위나 손가락이 시려온다.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면 동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드디어 운석 탐사가 시작되었다. 헬기에서 내린 12명의 대원은 한 장소에 모여 이종익 박사님의 간단한 작전을 하달 받는다. 블루 아이스 지대는 수 km에서 수십 km에 이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작은 돌멩이가 바람에 날려 오지 않는 한 발견되는 돌멩이는 대부분 운석이다.
사실 특별한 작전은 없다. '열심히 걷기'이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전체적으로 일렬로, 지그재그를 그리며 운석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몇 백 미터만 떨어지면 사람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간격 50~100m를 유지하며 걷는다. 서로의 간격을 벌리며 출발한다.
 
"엄홍길 대장님 들리며 손 들어주세요!" 이종익 박사님이 엄홍길 대장을 향해 무전을 보내고, 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던 엄 대장님은 손을 번쩍 들어 확인에 응해 주신다. 
 '빠드득 빠드득' 아이젠과 단단한 청빙이 부딪치며 소리를 만들어낸다. 틈틈이 기회를 엿보며 방한복 안으로 들어오려는 바람을 등지고, 바람을 따라 걷는다. 

빙하 위에서



영하 30도의 날씨에 숨결도 얼음이 된다


파란 하늘, 파란 얼음 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추운 날씨를 고려해 겹겹이 껴입은 방한복으로 몸 안에서는 땀이 살짝 나고, 바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몸을 식힌다. 
추운 지방에서는 땀이 나지 않게 항상 주의해야 한다. 
주변에 지형지물이 수십 km밖에 있어, 걸어도 걸어도 보이는 것이는 곳은 얼음벌판과 파란 하늘뿐이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는 이제 그만 들어도 괜찮으니 운석을 찾으면 좋겠다. 

입남극 때 유한규 대장님과 엄홍길 대장님
브라우닝산을 오르는 엄홍길 대장님


그때였다. 엄홍길 대장님이 한 점을 향해 뛰어가 곡 몸을 숙이신다. 
"운석을 찾았습니다!"
이 박사님은 엄 대장님에게 달려가 이 순간을 카메라로 담으시고, 무전으로 소식이 알려지고, 탐사대원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진다.
 "2016년 첫 운석 축하드립니다!"
"엄홍길 대장님 축하드립니다"

엄 대장님 옆 채 100m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나는 묘한 경쟁심이 느끼며, 역시 히말라야 8천 미터 16좌를 등정한 분의 행운은 역시 남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운석의 발견 이후, 모두의 발걸음에 힘이 느껴진다. 불과 100m도 되지 않았다. 나도 왠지 곧 운석을 발견할 것 같다. 

등판에는 땀이 솟아나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 최대한 열심히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지그재그로 빠르게 걷는다. 걷다 보니 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결국 운석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발이 아니라 눈이다. 수평선에서 오른쪽 왼쪽 시선을 옮기며 몸 쪽으로 범위를 좁히며 까만 점을 찾는다. 
멀리서 보면 빙하 위 움푹 파인 곳이나, 눈이 쌓인 곳이 운석처럼 착각하여, 발걸음을 재촉하다 실망하기도 한다. 


운석 최초발견 기록

크기를 비교 할 수 있게 무전기를 놓아 사진으로 발견을 기록한다

오! 저 멀리 눈을 속였던 점들과 달리 확실히 진한 점이 눈길에 닿았다. 
저벅저벅 발길을 옮겨 십여 미터 앞에 왔을 때 운석임을 알았다! 
'야호! 운석이다! 운석 발견 성공이다!!!' 
우주의 기운이 나위 인생에도 들어온 듯했다. 수십억 년 전 태양계 생성의 신비를 간직한 원초의 자연을 마주한다. 엄지손톱만 한 작은 크기였지만,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저도 운석 찾았습니다!" 
"오호~ 박대하 축하해! 이제 슬슬 나오는 구만 다들 힘내자고" 
"축하합니다" 
2016년 첫 운석은 아니지만 두 번째도 충분히 나쁘지 않았다. beginner's luck! 럭! 
배낭을 무릎 아래 내려놓고 GPS를 꺼내어 발견 지점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었다. 집게를 꺼내 까만 운석을 집어 채집 봉투에 넣고 마크 팬으로 날짜와 개수로 이루어진 번호를 기록한다. 
하나를 찾았으니 두 번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헬기에서 먹은 샌드위치는 이미 추위와 싸우며 에너지를 다했지만 배고픔이 첫 운석을 만난 운석 사냥꾼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 했다. 

뒤 이어 다른 대원에게서 세 번째, 네 번째 계속해서 운석이 발견되었다. 목표했던 블루 아이스 지대가 끝나고 눈으로 덮인 지대가 나타났고,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블루아이스 샘플 채취중



아쉬움 가득한 운석탐사가 끝나고 모였을 때, 다들 표정이 환하게 빛난다. 아직 미션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빙하를 깨어 샘플을 채취하는 일이 남았다. 얼음을 깨려고 피켈을 집어 든다. 다섯 시간을 영하 30도의 추위와 싸우며 걸은 뒤라서 그럴까? 수백만 년 얼어 있던 청빙의 단단함 때문일까? 사과상자만 한 샘플 박스는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다. 손도 시리고 허리도 뻐근해 온다. 하지만 나의 일이다. 조금 힘들다고 주저앉아 쉰다면 일행의 복귀가 늦어질 것이다. 
힘을 내어 얼음을 깨부순다. 곧 샘플 박스가 다 채워지고 헬기는 기지로 머리를 향한다. 돌아오는 길은 아름다운 풍경을 이긴 피곤함에 골아 떨어졌다. 

헬기에서 남극의 풍광과 함께 독서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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