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2023.4.3)
회사일로 서울에 나와 있습니다. 나올때만 해도 초겨울 날씨였는데 어느새 사람들의 옷차림이 화사하게 살랑거리고 성급한 벗꽃이 서울까지 만개해버린 한국은 지금, 설레임이 가득한 봄날입니다.
모 업체로부터 중요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자체적으로 라스트 마일 배송을 제대로 구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여러날째 생각에 생각을 더해 봅니다. 뉴질랜드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라스트 마일 배송, 즉 택배 비지니스는 중후장대한 CAPEX 를 요하는 장치산업입니다. 거대규모의 집하지 창고, 그리고 그 안에서 목적지별로 배송물품을 빠르게 분류하는 소터는 기본이고 각 허브를 연결하는 대형 트럭들과 전국 요지에 흩어져 있는 Depot 까지 갖추는 건 이미 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이지 자본력이 일천한 후발업체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최근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한 쿠팡의 경우 창사 이래 작년까지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음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쿠팡을 커머스 회사로 알고 계실 수 있으나 쿠팡은 이미 2021년 국토교통부로부터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하였고 아주 최근 로켓 그로스(Rocket Growth) 라는 서비스를 개시하여 본격적인 택배 사업에 진출하였습니다.
(로켓 그로스 : 쿠팡 입점 셀러를 대상으로 제품의 보관,포장, 재고관리, 배송 및 반품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fulfillment 서비스)
쿠팡의 적자는 거의 대부분이 물류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가 원인임은 주지의 사실일 뿐더러 후발주자가 쿠팡만한 물류 인프라를 갖추려면 그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에 힘입어 쿠팡은 순수 물동량 기준으로 전통의 강호 한진과 롯데를 누르고 대한통운에 이어 2위가 확실하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입니다.
뉴질랜드의 경우는 어떨까요. 뉴질랜드는 크게 보아 1강 1중 1약의 판세를 보입니다. 2022년도 뉴질랜드 전체 연간 물동량은 약 1.5억 건으로 파악됩니다. NZ POST 가 약 9천만 건, Courier Post 로 알려져 있는 Freightways 가 약 5천만 건 그리고 Fastway 를 인수한 Aramex 가 약 1천만 건 정도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뉴질랜드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소수의 업체가 택배 시장을 과점하고 있습니다. 장치산업이기 때문이지요. 후발업체들은 올라갈 사다리가 없는 형국이고 저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정말로 방법이 없는 걸까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업체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희미하게 실마리가 보이는 듯도 합니다. 앞서 창고와 자동화 기계, 트럭 등 딱딱한 하드웨어가 이 비지니스의 선결조건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천문학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고요.
아직은 가설의 수준이지만 하드웨어적인 접근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접근한다면 asset light 한 비지니스 모델을 설계할 수 도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입니다.
좀 더 내용이 다듬어지면 이 지면을 빌어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키워드만이라도 미리 알려드리자면 그건
‘Mobility’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