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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server K Nov 06. 2023

별을 찾아서 - 프롤로그

짧은 생각 (2023.10.6)

                                                Piet Mondrian –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


업종에 관계없이 모든 비지니스는 그것이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 혹은 제품일 것이라는 기본적인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가설은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것처럼 시장에 이미 있었던 서비스 혹은 제품에서 영감을 받는게 일반적이기도 합니다.


기업행위라는 건 결국 기존의 서비스나 제품을 다르게 해석하고 적용하여 자신의 가설을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게 증명해내는 과정의 연속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가설이 적중해서 시장이 환호하면 정수리가 짜릿해질 정도로 전율이 오지만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없으면 좌절의 골은 깊어집니다. 기업가의 숙명이란 업을 마치는 순간까지 그런 롤러코스터를 오르내리는 지난한 삶에 다름 아닐겁니다.


다양한 업종중에서 관심이 가는 많은 기업들에 대해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20년이 넘게 수많은 가설을 세웠지만 단 두번만 짜릿한 쾌감을 느꼈을뿐 수없이 많은 좌절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좌절할거라 예상하지만 혹여 공부가 있으면 조금 덜 좌절하게 되지 않을까 간절한 소망때문입니다.

                                                            Art Class Year 1 학생 작품


아주 유사한 가설을 세우고 동일한 업종에서 경쟁을 하는 기업간에도 legacy 를 해석하고 혁신을 적용하는 방법론이 많이 다르고 또한 그것이 누구는 맞고 누구는 틀리고의 차원이 아님을 봅니다. 그래서 공부할수록 더욱 더 미로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헝가리의 문예사상가 루카치는 저서 ‘소설의 이론’ 서문에서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라고 했습니다. 그 옛날 문학의 길에서 방황하던 한 문청을 각성시킨 명문이지만 40년이 지나 백만가지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느라 바사삭 건조해진 지금에도 아픈 깨달음은 그때처럼 형형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세계는 무한히 광대하지만 마치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아늑한데, 왜냐하면 영혼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은 별들이 발하고 있는 빛과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게오르그 루카치, 소설의 이론)


스스로 불꽃이 되어 길을 밝혀야 한다는 뼈아픈 각성의 끝에, 망한 가설들을 다시 한번 끄집어내 낱낱이 뜯어보는 기회를 가질까 합니다. 그것이 정녕 오답이었다면 같은 가설을 세웠던 분들에게 미리 돌아갈 길을 알려드리는 일이 될 것이고 망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스스로 숙성중이었다면 재도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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