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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곳에도 없는 Dec 12. 2021

좋아하는 일 하고 있나요?

퇴근 후 자전거 ㅣ written by 셀린


얘야,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순 없는 거란다. 


연재 2회 만에 맞이한 위기! 

한 번 건너뛰면 안 될까?


퇴근 후 자전거 레터는 매주 나가지만 루비와 셀린이 번갈아 가며 쓴다. 즉 2주에 한 번, 격주 한 편의 글을 마감하면 된다. 두괄식으로 말하자면, 그러니까 나는 2회 만에 위기에 빠진 것이다. 미리미리 써두면 오죽 좋으련만, 끝의 끝의 끝의 끝까지 미루고 말았다. 


분명 지난주 루비가 마감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나는 미리 써둬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월요일 저녁엔 그냥 한 회 건너뛰어도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화요일 저녁에는 어차피 미룬 거 내일 쓰지 뭐.라고 생각했고. 엇?! 수요일 퇴근 후가 되었다. 


그래도 마감날이니까 경건한 마음으로(?) 와인 한 병을 사서(?), 영감을 되살리기 위해 퇴근길에 따릉이를 타고 집까지 가야지.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마감을 하고 일찍 자야지. 기분 좋게 점심때 미리 봐 둔 2만 원대 로제 와인을 사고 나서 따릉이 앱을 켜니 오! 근처 따릉이 정거장에는 따릉이가 1대도 없다. 인근에 따릉이 씨가 말랐다. 응... 다들 따릉이 열심히 타는구나. 


나는 걸어갈게.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하고 싶어서, 좋아서 하는 일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다음 생의 영혼까지 끌어올 기세로 열과 성을 다한다. 하기 싫은 일은 ‘누가 봐도 쟤 저거 진짜 하기 싫은 거 같은데?’ 같은 느낌으로 임한다. 물론 지금은 N 년 간의 직장생활로 “저는 단언컨대 이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사회적 가면을 4겹 정도는 뒤집어썼다.


“싫어” “싫은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부정적인 어린이였던 나에게 엄마는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라고 말했었다. (그런 엄마가 나에게 강요했던 건 지금 생각해보면 피아노 학원 가기, 수영 배우러 가기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심지어 인생에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생각보다 싫은데 억지로 하는 일은 많지 않고(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다 이미)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생이 엄청나게 망하거나 하는 일은 평범한 소시민인 나에게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보통은 퇴근 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의 상태에 이른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좋아서 하고 싶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도 그때 그 일이 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기 싫은 날은 억지로 타지 않는다.  


‘하고 싶다’의 반대말이 ‘하기 싫다’는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은 100% 하고 싶은 것들, 100% 좋아하는 것들로 이뤄져 있지 않다. 좋았던 것은 때론 싫어지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은 때론 두렵고 피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고 싶은 건지, 하기 싫은 건지 구분이 안 가기도 한다. 인생은 점점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이 되어 간다.


그래도 ‘하기 싫다’로 점철된 사람보다는 

‘하고 싶다’로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니까 내일 점심에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퇴근길에는 따릉이를 타야지.





 셀린의 퇴근 후 자전거 길 풍경



 #01.                

자전거를 타면서 만나게 된 아름다운 나무들.



 #02.                

해가 지는 방향으로


  #03.                

마음에 드는 곡선


 #04.                

어떤 직선


 #05.                

이곳. 빛의 모양


 #06.                

일단정지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_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좋아하는 일 하고 있나요? by 셀린



퇴근 후 자전거

직장인 셀린과 루비의 사이드 프로젝트. 두 직장인이 퇴근 후 자전거를 타며 발견한 장면을 번갈아 가며 기록합니다. 늦봄부터 한여름까지 이메일로 총 12회 연재합니다. (6.10 -8.26)


퇴근 후 자전거 발행인

따릉이로 한강을 달리는 셀린 @bluebyj

미니벨로 라이더 루비(청민 부캐) @w.chu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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