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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곳에도 없는 Dec 13. 2021

허무해질 땐 자전거를 타

퇴근 후 자전거 ㅣ written by 셀린


인생은 매 순간이 위기.


연재 2회 만에 맞이한 위기라고 쓴 적이 있는데. 

아니다, 이건 그냥 매 회가 위기다. 

그런데 돌아보면 인생 역시 그랬다. 매 순간이 위기였다. 


접영을 배운 지 2주 만에 얼레벌레 나갔던 수영 대회에서 50m는커녕, 20m를 채 못 가고 꼬르륵 가라앉았을 때가 위기였고 


라오스에 살 때, 어느 날 아침 허리 디스크로 누운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고, 허리에 아무 감각도 없었던 때가 위기였고 


전 직장에 다닐 때 회사에서 권장한 것보다 여름휴가를 하루 더 쓴다고 사방이 뚫린 사무실에서 전 직원이 듣고 있는데 혼나서 울고 말았던 때도 위기였다. 


그때는 각각이 모두 위기였지만 


나는 수영 선수가 되지도 않았고 접영 기술은 쓸 일도 없다. 

허리는 여전히 종종 아프지만 일상생활에 크게 무리가 없다. 

이직한 후 지금 회사에서는 휴가를 쓴다고 해서 혼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늘은 <퇴근 후 자전거> 마감을 앞두고 오랜만에 따릉이를 탔다. 

더운 거에도 추운 거에도 유독 기운을 잘 빼앗겨 요즘 외출도 잘하지 않아 놓고는 마치 시험 앞두고 굳이 책상 정리하는 애들처럼 자전거를 타러 나갔던 것이다. 


비가 오고 난 후 낮보다 훨씬 낮아진 온도에 ‘이 정도면 안 덥고 탈 만한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위기를 맞이했다. 

온도는 낮은데 너무 습해서 내가 흘리는 게 땀인지 공기 중의 물인지 구분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자전거라 숨은 차고, 습도 때문에 마스크는 젖은 수건처럼 느껴졌다. 


중차대한 오늘의 위기였다. 


집까지 무사히 살아서 따릉이를 타고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왜 굳이 집 밖으로 나와서 이런 위기를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 어떤 위기도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결국 나에게 위기가 닥쳤다면 내가 뭔가를 했다는,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에게 마감의 위기가 왔다는 것 역시 

내가 마감을 해야 할 나와의, 그리고 이 글을 읽을 누군가와의 약속을 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위기에 조금 무리해서라도 맞서고 싶어 진다. 

그 위기를 이겨내고 싶어 진다.



오늘 말고 ‘요즘’ 나의 위기는 허무함이다. 


지구는 이렇게 매일매일 망하고 있는데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구는 이렇게 매일매일 망하고 있는데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내가 지구를 사랑한다는 뜻이고, 동시에 내가 하는 일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내가 지구를 사랑한다는 뜻이고, 동시에 내가 하는 일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허무함’도 이겨내고 싶어 진다. 이렇게 생각하면 ‘허무함’도 이겨내고 싶어 진다. 

이 ‘허무함’이라는 길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열심히 페달을 밟아, 이 ‘허무함’이라는 길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열심히 페달을 밟아, 



목적지가 어딘지는 몰라도 일단 가보려고.
목적지가 어딘지는 몰라도 일단 가보려고.





-허무해질 땐 자전거를 타. by 셀린



퇴근 후 자전거

직장인 셀린과 루비의 사이드 프로젝트. 두 직장인이 퇴근 후 자전거를 타며 발견한 장면을 번갈아 가며 기록합니다. 늦봄부터 한여름까지 이메일로 총 12회 연재합니다. (6.10 -8.26)


퇴근 후 자전거 발행인

따릉이로 한강을 달리는 셀린 @bluebyj

미니벨로 라이더 루비(청민 부캐) @w.chu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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