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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Mar 30. 2021

점에서 길이 되는 산책의 재발견


점에서 길이 되는

산책의 재발견


평소 오가는 길이라도 산책자의 마음으로 달리다 보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동네의 숨은 면모를 보게 됩니다. 뜻밖에 책방이나 카페, 달리다 잠시 쉴 수 있는 한적한 공원을 우연히 발견하기도 하고요. 미리 정해둔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익숙한 요즘은 경험하기 어려운 낯선 즐거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동네를 누비며 발견할 수 있는 게 비단 장소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달리다 보면 차차 선명해지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건 모두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각자가 반드시 찾아야 할 '무엇'이겠지요? 저는 풀리지 않던 원고의 실마리를 찾기도 하고, 바뀌는 계절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특히 언 바람이 둥글둥글 부드러워진 요즘 같은 날씨엔 더 그렇고요.


자전거를 탈 때는 평소 다니던 길 대신 조금 빙 둘러가거나 새로운 길을 따라 달립니다. 길을 잘 못 들었다가 낭패를 볼 망정 가보지 않았던 길로 나아가 보는 거죠. 대게 내키는 대로 달리다 보면 결국 내가 아는 길로 접어들지만 그게 아니래도 돌아오면 그만입니다. 


이렇게 산책을 다니다 보면 골목과 골목이, 동네와 동네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목적지만 보고 다니다 보면 자주 가던 곳도 점처럼 기억되기 마련입니다. 언제 모퉁이를 돌았는지, 어떤 모양의 길을 따라 걸었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요.(애초에 기억한 일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그 점이 선처럼 이어져요. 이렇게 이어진 길이 많아질수록 '우리 동네'는 무한히 넓어지고 또 가까워집니다. 그사이 내 안의 세계도 커져가고요. 움츠린 계절의 끝을 통과하는 지금, 힘껏 페달을 박차 보면 어떨까요? 분명 우리를 반겨주는 오롯한 세계를 발견하게 될 거예요.


글ㅣ 정보화 @heyglly


*이 글은 따우전드 코리아(@thousandkorea)와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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