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참외
여름 참외
참외를 깎아 먹다가 여름이라기엔 이른 때라는 걸 인지하면서 시작된 참외에 대한 호기심은 무의식의 알고리즘을 따라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검색을 하면서 참외를 여러 번 반복해 쓰다 보니 귀여운 글씨의 모양과 어감을 갖은 참외의 뜻이 궁금해졌다. '참외는 왜 참외지?" 참외의 '참'은 허름하지 않고 썩 좋다는 뜻의 순수한 우리말로 오이를 뜻하는 '외'를 합쳐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이보다 맛과 향기가 좋아 갖게 된 이름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고 딱 참외스러운 네이밍 센스에 뜬금없이 감탄이 터졌다.
요즘엔 여름 참외가 봄 참외라 불린단다. 실제 여름 참외보다 당도가 높아 맛도 더 좋다고 한다. 그 덕에 참외 판매량이 3월-5월 그러니까 봄철에 약 75퍼센트가량 집중된다. 그러니 '봄참외'라 부르는 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본래 고온성 작물인 참외가 여름보다 봄에 더 잘 자란다는 사실에 몇 가지 기사를 찾아보았다. 문지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과 채소 연구관에 따르면 품종이 지속적으로 개량되고 비닐하우스 재배 기술이 발달하면서 봄에도 맛 좋은 열매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더불어 저온에서 잘 자랄 수 있게 되면서 병충해를 예방하고 효율적인 생육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해가 갈수록 당도가 향상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철을 비켜 나온 과일도 맛과 영양 면에서 손색이 없으니 '과일은 제철에 먹어야 맛있다.'라는 말도 옛말이 될까 싶다.
아무튼, 이제는 봄참외 시대가 왔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참외 냄새를 맡으면 여름 기운이 먼저 감돈다. 달큼하고 시원한 참외 향에 '아, 여름이구나!' 계절의 흐름을 감각하게 되는 것이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 저녁 메뉴를 고민하던 차에 며칠 전 퇴근길에 사둔 참외 서너 알이 생각나 허기 정도 달랠 참외 샐러드를 만들어 내었다. 참외는 보통 알이 굵을수록 단맛이 덜해 약간 작은 것, 노란색이 짙고 골이 깊은 것, 꼭지가 신선한 것을 골라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향이 너무 진한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향이 진한 정도가 신선한 과일을 고르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참외의 경우에는 향이 너무 진할 경우 수확한 지 오래됐거나 제 시기에 수확을 못했을 확률이 높다. 시기를 놓친 참외는 아삭하지 않고 물렁물렁하니 신경 써서 골라야 하겠다.
참외는 청량한 채소와 잘 어울린다. 특히 루꼴라와 딜(허브)의 조합이 좋고 박과다 보니 짭조름한 치즈나 햄과도 찰떡궁합이다. 노란 껍질은 색도 예쁘고 영양소가 풍부해 껍질째 먹는 게 좋지만 막상 먹어보면 질긴 식감 탓에 영 편치가 않다. 이럴 땐 얇게 썰어 먹는 게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얇게 썬 참외는 오히려 오독오독 씹는 맛이 좋아져 맛과 색과 영양소까지 다 누릴 수 있다. 짭짤한 치즈 한 덩이 정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운 대로 리코타 치즈에 인스턴트 파마산 치즈를 뿌렸다. 드레싱은 배 유자청에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로 조금씩 섞어 끼얹었다. 샐러드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얼래 벌래 만들어 먹는 재미가 있다. 아삭아삭 참외 샐러드를 먹으면서 친구들과 여름휴가 계획을 한참 세웠다. 참외는 여름, 여름은 휴가, 휴가는 행복 아니겠는가. 철이 바뀐 참외라도 참외는 분명 여름의 맛! 인 것이다.
참조 [Why] 겨울딸기, 봄 참외? 제철 과일 바뀌었다는 건 '진실 반, 착시 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