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존경은 숨은 그림 찾기
일상속에서 마주치는.
아침 출근 시간 2호선에서 내내 서서가다 정류장에 내리고 계단을 꾸여꾸역 올라가 하차태그를 하고 걸었는데 아차 반대 방향으로 가야지. 살짝 짜증이 올라왔다.
뒤돌아서자마자 신문지를 펴고 앉아 있는 노숙자가 보인다. 아까 걸어갈때는 시선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어째서 눈을 뗄 수 없는지 나도 모르게 힐끔거리며 본체만체 하는데 지나가던 수녀님 한분이 가방에서 삶은 계란 하나를 꺼내 소매에 슥삭 닦고는 친근 하게 말을 걸며 건넨다.
'맛있어요 먹어보셔.'
연륜이란 것일까.
나는 계란을 쥐어줄 용기도 없거니와 말을 건다해도 저렇게 친근하듯 무심하게 툭 내뱉는 스킬은 아직 어림도 없다.
나는 말 없이 계란을 집어드는 아저씨만 봤을 뿐 고마움의 인사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담한 체구에 어딘가 기품있어 보였던 수녀님은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배경처럼 조형물이 된 그를 다시 사람으로 보이게 해주었다.
나는 존경은 의미있는 업적을 남기거나 이름을 남기거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우러러 보려면 물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성과나 업적, 그런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수녀님의 행동을 보고는 존경심이 저절로 들었다.
내가 존경심을 너무 멀리서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에서도 작은 일 하나로 누군가를 충분히 존경 할 수 도 있는데 말이다.
지금부터 숨은그림 찾기 처럼 꽁꽁 숨겨둔 사람들을 하나 둘 씩 찾아봐야겠다. 그들은 잠깐 나오는 것만 으로 세상에 희망을 준다. 두손을 맞잡으며 계란을 쥐어주시던 수녀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