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지 않은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는 적어도 하루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다양한 케이스 별로 그때 내가 이렇게 말했더라면- 또는 이렇게 행동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을 하거나 그때 느꼈던 감정 때문에 하루종일 신경을 쓰느라 입맛도 잃는다.
생각이 너무 많은 탓도 있을 테지만 나는 이럴 때 어떻게 내 기분을 다시 환기시켜야 하는지 몰랐다.
얼마 전 면접을 보았고 다음날 친절하게도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유선 연락이 왔다. 당연히 나보다 그 회사에 더 잘 맞는 사람이 되었을 테지만 한편으론 내가 뭐가 부족해서일까, 면접 때 좀 더 열정적으로 말을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이런저런 지나간 상상을 하며 기분이 다운되는 것을 느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 참 좋지 않은 버릇이다. 그 생각들이 나를 갉아먹는 것을 아는데 멈출 수 없으니 말이다.
나는 기분을 환기시키기 위해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사람 구경 하기 좋았다.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또 떨어진 면접 생각이 났다. 이대로 가라앉기 싫어 다시 일어나 공원을 배회했다. 공원 위쪽에 작은 절이 있는 것이 기억나 절로 향했다. 절 안으로 들어가 세 번 절을 하고 소원도 빌었다. 긍정적인 기분이 들었고 기분이 좀 환기가 되는 것 같았다.
그때 기분을 환기시키는 방법은 나를 위로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를 위해 맛있는 걸 먹는 것,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것, 나를 위해 소원을 비는 것 등 나를 위해 하는 모든 행동들이 위로가 된다면 그게 곧 기분이 나아지는 일인 것이었다. 무작정 공원을 걸어도 나아지지 않던 기분이 나를 위해 내가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절을 하며 소원을 비니 진짜로 곧 잘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고 기분이 나아졌다.
한없이 기분이 가라앉을 때 기분을 환기시키는 것은 결국 나를 위로하는 모든 행동들에서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