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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물이 Jan 05. 2024

25. 나쁜 선택을 하는 걸까

선택지에 답이 모두 나쁜 걸까

“나물아 넌 왜 나쁜 선택만 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로 나는 스스로 나쁜 선택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우울함과 동시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몇 달 전 헤드헌터에게서 더 좋은 연봉의 조건으로 이직 제의가 왔고 연봉을 더 많이 받고 싶은 욕심에 나는 제의를 수락했다. 그렇게 입사까지 한 달을 기다려 새로운 회사에 출근을 했지만 회사는 내가 원하는 환경이 아니었다. 이제껏 다녔던 회사들보다 보수적이었고 수직적이었다. 면접 때 들었던 자유롭고 수평적이라던 분위기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이 입사한 동기들 또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 달 동안 여러 명이 퇴사를 했다. 퇴사하는 이들을 지켜보며 나는 수습기간 동안 스스로에게 계속 되물었다. 적응되면 모든 회사가 다 똑같지 않을까? 어딜 가도 결국 사람만 좋으면 된다는데 동기들은 나쁘지 않으니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이런 분위기에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화장실 하나도 마음대로 가기 눈치 보이는 곳에서 결국 또 이직을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번갈아 가며 내 머릿속을 괴롭혔다. 그러던 중 상사가 한 동기에게 막대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평소 지각이 잦고 태도가 성실하진 않은 편이었으나 표정 지적을 하며 훈계를 하는 건 좀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언젠가는 나도 당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갑자기 결심이 섰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팀 리더에게 그만둔다고 말을 했다. 말을 하고 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또다시 구직시장에 뛰어들걸 생각하니 마냥 후련하지만은 않았다.

마지막 근무를 하고 친구에게 그만뒀음을 알리니 왜 나쁜 선택만 하냐는 말이 나온 것이다. 친구는 조금만 더 참아보라는 쪽이었으니 계속 그만두는 선택만 하는 내가 안타까워하는 말이었겠지만 나는 그 말 한마디에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 또 내가 살면서 어떤 나쁜 선택을 했었는지 말이다.


인생에 선택지는 많지만 결국 사람은 나를 위한 선택을 하게 되어 있다. 그것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 나를 위해서이지 남을 위해서 선택하지는 않는다. 나는 다만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곧 달리 생각했다. 다시 이직을 하게 되더라도 그만두고 싶었고 또 험난한 백수 생활이 예상되지만 그곳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발판일 수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 자길 위해 나쁜 선택을 하는 사람은 절대 없다. 최악의 선택지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는 있어도 말이다. 난 나를 위하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음번에 또 같은 말을 들으면 이 말을 해줘야겠다.

“너 나 잘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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