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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물이 Jan 09. 2024

27. 대학로 나들이

학림다방을 가다


1월 8일 월요일. 직장인 극단에서 만난 동생과 대학로에서 만나기로 했다. 대학로는 지금 사는 곳에서 거리가 있어 잘 가지 않는데 서울 어디에서 놀까 고민하다 대학로 인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인사도 할 겸 겸사겸사 대학로로 선택했다. 먼저 동생과 만나서 간식거리를 하나 사들고 지인에게 갔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자리에 앉아있는 그의 옆모습을 볼 수 있었다. 꽉 찬 책장들에 둘러 쌓인 그는 왠지 다정하고 여유로운 책방 사장님처럼 보였다.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에 조용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공간에서 혼자 일을 하는 게 어쩐지 조금은 부러움이 느껴졌다. 빽빽하고 가림막 하나씩 있는 사무실보다 이런 공간에서 일을 하면 마음도 평온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방을 조금 둘러보고 인사를 하고 나와 그가 추천해준 브런치카페로 갔다. 작은 카페였는데 역시나 은은한 조명에 아담한 공간에 분위기가 좋은 곳이었다. 공간을 산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 적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그리곤 대학로 탐방을 하면서 걷고 또 걸었다. 연극을 보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 보였다. 연극은 참 연기하는 사람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인 것 같다.


그렇게 대학로를 둘러보고 학림다방으로 향했다. 오랜 역사가 있는 곳이라 그런지 웨이팅이 있었고 우린 기다리기로 했다. 카페에서 저마다 수다를 떠는 모습들에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하길래 저렇게 쉬지도 않고 말을 하는 걸까 싶기도 했고 심각한 표정으로 토론하는 테이블도 보였고 혼자 차를 마시며 영상을 감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자리가 나서 드디어 앉을 수 있었다.

대추차와 비엔나커피를 시켰는데 달달한 향과 은은한 대추향이 올라와 기분이 좋아졌다.


극단 동생과는 얼굴을 안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둘이서만 따로 본 적은 없었다. 모임날에 보는 게 다였는데 어찌하다 보니 둘이서 몇 시간을 웃고 떠들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원래도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게 나이가 들면 참 쉽지가 않다.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되고 했던 이야기들만 하게 되는데 이렇게 또 다른 사람의 몰랐던 모습을 보니 이 시간들이 참 소중하게 다가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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