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에게 묻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자 구부러지면서 전봇대가 길을 알려주었다
사람들이 지나갔다는 말을 듣고 안쪽으로 걸어갔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도 입구를 바삐 내려가는 이들은 검은 입을 다물고
하루의 식량을 얻기 위해 표를 내밀었고
거룩한 차단기 앞에서 우리는 잠깐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앞을 향해서만 걸어왔던 구두가 닳아 있다는 것을 알고선
이제부터는 걸음을 더 빨리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인파 속을 뚫고 나갔다
어디까지 가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전철 안의 사람들은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미래를 점 치기 시작하고
졸고 있는 이들은 조는 중에도 목적기가 어디쯤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무거운 아침 공기를 뚫고서 두 발로 버티고 있는 삶이
아직은 생생하다
퇴근 무렵에는 정처없이 방황하겠지만 아직은 입 속에 검은 말들이
수북하게 자라고 있는 중이다
언제쯤이면 전철에서 빠져나와 그 흔한 말들을
쏟아놓을 것인지 눈을 뜨면 모두
눈을 감아버린다
어디 나한테 말해봐
그리운 것은 그리운 것이라고 당당히 말해주고 싶다
어디까지 가서야 입 속의 검은 말들을 다 쏟아놓을 거니
입 속에서 자라던 푸른 잎들 치아 사이로 파고들며
무성해지라고 소곤거린다
모든 말들은 풀잎처럼 입 속에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