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녀석들에게 밥을 주다 보니 산책을 나오는 어느 할머니와 종종 마주칠 때가 있었다. 목소리가 엄청 크고 화려한 패션이 저 멀리서도 눈에 들어와 오시는 속도에 맞춰서 인사할 준비를 하게 만들었다. 당당함이 매력인 분이었다.
"내가 아까 생선 갔다 줬잖아"
"네~ 애들이 잘 먹었어요"
산책 다녀오세요?
매우 오랜만에 다시 인사를 했다. 세 번의 계절이 지났을까?
"애들 다 어디 갔어?"
이젠 없어요...
"왜 없는데? 어디 간 거지? 어디 갔어 그래..."
난 어색하게 마스크 안으로 웃음을 숨겼다.
"요즘도 밥 주는 거야? 좋은 일 한다고 애쓰네 그래서 예쁜가 보네"
아휴~ 아니에요.
나는 멋쩍음에 손을 휘둘렀다.
"왜~ 얼굴이 뽀얗잖아"
아직 잠이 덜 깨서 부은 얼굴에 마스크까지 가렸는데 그냥 예뻐 보이셨나 보다. 마치 내가 20대 여자애들을 보면서 '아 그래서 어른들이 예쁜 나이라고 하는구나..." 깨달았던 그런 감정이겠지? 그때는 보이지 않는 그 예쁨 말이다.
그렇게 할머니와는 헤어졌고
그리고 한참을 다시 마주치지 못했다.
몇 해 전, 길에서 마주친 친구분에게 "그이가 갔대... 근데 난 장례식 안가 이제"라고 하셨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당신 차례가 언제인가 살짝 불안감으로 기다리시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화려한 장신구에 꼼꼼히 화장을 하고 스키니 진과 비비드 한 색상의 외투를 입고 아침 산책을 하고 장을 보러 다니셨다. 동네가 쩌렁쩌렁 울리던 그 힘 있는 목소리는 그리 쉽게 저 멀리로 가실 분처럼 보이지 않았다. 다시 봄이 오면 산책길에 또 우연히 마주치고 '그 녀석은 어디 갔냐'라고 물어보시겠지. 겨울이 내리막 길로 사라지고 있다. 따뜻한 날, 할머니와의 산책길 만남을 다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