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요즘 아이들의 복고 열풍과 MBTI열풍에 피식 웃다가도 거의 모든 웹상의 콘텐츠들이 MBTI로 도배되는 것을 보면서 그냥 웃을 일이 아니었던가 싶다.
여하튼 나의 MBTI는 내가 싫어하는 결과를 항상 내 코 앞에 들이밀었다.
"나는 내가 싫은가?"
"응, 이런 결과가 말해주네.."
옛날 옛적, 대학원에서 어떤 논문이 말하길 소비자의 성향을 몇 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매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부터 거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까지를 그룹을 지어놨다. 그때, 읽으면서 내가 보였다.
'흠.. 나는 좋은 고객은 아니군'
나를 표현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이건 설명하기 어려운데... 약간의 두려움은 마치 반 스푼의 두근거림과 또 반 스푼의 나쁜 기억들이 한 봉지의 커피믹스에 과다한 소금처럼 들어가서 마시기 꺼려지는 그런 것이랄까?
언제부터 이런 성향이 생겼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10대 때에는 분명 자기표현이 강했던 아이였다.
여하튼 그러다 보니 브런치에 솔직해지기가 참으로 어렵다. 글을 써보고 싶지만 그 두근거림의 소금기가 자꾸 마음을 따끔따끔하게 한다. 가식으로 하기 싫고 진짜로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길냥이들에게 밥을 준다.
그리고 종종 그림을 잘 그리려고 노력한다.
매우 불규칙적인 사람이기에 계속해온 일이 몇 가지 안되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한 것은 길고양이 밥 주기이다.
그러다 보니 동네 길고양이들의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계절의 변화와 성향을 멀리서 봐오고 있다. 눈길은 줘도 마음을 줘서는 안 됐는데, 나도 모르게 정말 모르게 사연들이 쌓였고 별나라로 떠나버린 아이들이 생각이 난다. 휘리릭 공기처럼 날아가서 사라져 가는 기억들과 추억들이 있고 사진들이 있어서 글로 정리하고 싶은데 아직 마음이 건조되지 않아서 열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강원도의 어느 광활한 산 아래, 겨울을 통과하는 황태가 생각난다. 툭 하니 던져놓은 건조장에서 눈과 비,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긴 시간 동안 수분을 날리는 모습 말이다. 마치 떠올려도 더 이상 마음이 욱신 거리고 눈물 때문에 코가 아프지 않도록 시간 위에 내 마음을 기억을 널어놓는 중이랄까?
크래커 사이에 잼이 진득이 묻어있는데 크래커만 살포시 떼어내서 먹고 싶은 그런 욕심일 것이다. 아픈 기억은 건드리지 않고 그동안의 일들을 좀 정리하고 싶은데 자꾸 빨간 쨈이 상처 사이로 비춘 피처럼 보인다.
오늘은 갑자기 작년에 썼던 글을 1000명이 읽었다고 브런치가 쪽지를 보내왔다.
평균 0명의 구독력을 갖춘 나에게
"응? 왜? 왜요?"
"그럴 리가요...!!!"
마치 며칠 굶은 길냥이가 밥그릇을 보듯이
"이건 당최 무슨 일이냥!!" 지난 글들을 들춰본다.
난생처음 츄르를 맛본 냥이처럼 두근두근 하다.
그래요~ 좀 더 힘을 내 볼게요.
기운 없어 보이는 길냥이에게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통조림 캔 하나를 푹! 하고 따주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멸치가 콕콕 박히고 치즈가 뒹구는 군침돌게 맛나 보이는 캔을 받아 든 길냥이의 심정으로 힘을 내서 써볼게요~
뭉겨져 있는 상태로 담아두는 것보다는 브런치를 덕장 삼아서 황태처럼 마음을 척 하니 걸쳐두고 말려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