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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털찐 냥이 Nov 24. 2023

프롤로그_빵과 책의 다독임

 心 소심하다.

 心 작은  마음이다.  

마음이  작은것이 나쁜것일까?

이  단어는  왠지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부정적이다.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다.'

-표준국어대사전-


사전의  뜻 풀이에서도  부정적인 구절이  엿보인다.  그냥  많다도  아닌 '지나치게' 란다.

예쁜단어도  많은데  치사하다.  조심성이 많다는 것이  어찌  나쁠까? 나이 70이 넘은 자식에게 노모는 항상 찻길  조심하라는 말을  한다는데 험한세상에서  조심성  많게 자란것이  이렇게  불정적인 성격로  취급을  받는다. 살다보면 불편하기까지 하다. 걱정어린 푸념을 하다보면 "넌 왜 그리 소심하니?" 엉뚱한 반응이다.


몇일 전 산책길에 새로운 카페를 발견했다. 절제된 인테리어와 유리창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예쁘장한  청춘들이  주인장이다. 몇 번  지나치며 흘끗 흘끗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눈으로 살짝  담아보았다. 왠지 무릎이 나온 바지에 똥머리로 들어가면 실례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다가 걷다가  지친  날에 투명  유리창  문을  열어보았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참  예쁘다.  감성도 열정도  능력도 확실히  다르다. 또렷한  인상만큼  깊고 부드러운 커피의  맛도 흐트러짐이  없이  착  입에  감긴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것은  마들렌이다.

눈에  거슬린다. 이상하다. 왜 눈길이  안 떨어지지? 고작 한 입거리인데... 어라?크다.

마들렌이 눈에 익은  크기의 2배로 통통하다. 마음에  든다.  한입에  즐거움이 끝나지  않을테니까.


때마침 SNS 이벤트를 한다. 작은 마들렌을 준다는데 할까? 말까? 맛을 좀 볼까?

망설이는  이유는  작은  마음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와서이다.

손님이  계속  들어오는데  이런  서비스를  달라고하기  미안하다. 이벤트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 여러생각이  점점  차오른다


포크의 꽃챙이가 밀어넣기  미안하게  스르륵 무너진다.  손으로  살짝 뜯어내어 입으로  가져간다. 좋은  버터가  주는  부드러움이 살짝  입안을  돌아다니다  사라진다.

달달함이  혀 안쪽이  남는다. 럼을  넣은 걸까? 어릴 때  자주먹던  버터스카치  사탕 맛이 떠오름다. 부시럭 거리며 반짝이는  사탕껍질을  만지작 거리는  어릴 적  그  순간이 소환된다. 동글 동글 타원형 사탕이 입안을  굴러다니던 밥 맛을  잃게  만든는 달달구리 한 맛이 생각나다.

쌉사름한  아메리카노를 쭈욱  밀어넣으면  고급진  달달함은 마지막  몸부림을 치며 사라진다. 종종 이가 아파오는 지나친 단맛은 쌉싸름함을  필요로 하지만  기분좋은  달달함은  그  맛의  여운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한다.



소심이의 책


작은 마음에는  책을  친구로 두면 도움이 된다.

타인 같은  나를  데리고  낯선  세상을  살다보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때가  많다. 막상  손  닿는 곳에 물어볼 사람이 없다. 물어본다 해도 나는 이상한 사람이고 놀림감이 된다. 궁여지책으로  낯설고  멀리있고  나를  모르는  그  누군가가  남긴  이정표를  찾는다. 종종  잘못된  이정표가  나타나서  아까운 내  발걸음을 더 꼬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책 속에 있는 이정표를 잘  찾으면 막힌 부분의 모서리를 넘어갈 수 있는 힌트가  된다.


심리학 책들은 방황을 처음 시작하는 길의 초입에서 읽으면 좋다.

" 자 , 이제부터 시작이군요. 대략 이런 일들에 이런 생각들이 얽혀서 힘들꺼예요. "

한두권이면 충분하다. '내가 힘들었던 것은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이 정도 수준으면 좋다. 그 다음은 내가 직접 나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런 내용도 옳은 것 같고 저런 내용도 옳은 것 같아서 계속 찾다보면, 비슷한 내용도 많고 갑자기 헷갈리다가 의문도 든다. 차라리 눈에 촥 감기는 글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작가를 찾아서 잊혀질만 하면 다시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요즘 내 고민은 과식이다.

마들렌은 통통해서 기쁘지만, 나의 몸통은 통통하면 슬퍼진다. 나의 과식 행동이 반복된다.과식은 습관이 되어 음식을 입으로 끌어당긴다. 과식해서 똑바로 걷기도 힘들다면서 또다시 그 넘치는 포만감에 익숙해져서 소화되는 허전함을 참기 어렵다. 다행히 '내가 왜 이럴까?' 고민하던 중에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내적인 한계란 허기나 포만감 등 몸이 보내는 각종 신호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은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계속 뭔가를 먹거나 배가 고픈 상태인데도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다.'


『나는 괜찮지 않다』 책의 내용이다.


'주는대로 그냥 먹어'

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다.


문장을 보는 순간 마음이 베였다. 칼질을 하다가 아차 하는 순간 얇게 손가락 표면을 뜬 것처럼 아픔이 느껴졌다. 성장기에 자주들었던 말이다. 살짝 뜬 살결에 피가 맺혀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쓰리고 아리다. 그리고 오래간다.


책에 반응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책을 계속 찾고 읽는 이유이다.

오늘은 저 문장이 목소리로 살아서 귀에 들린다.


나에게 짜증내는 것을 잠시 멈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그만먹어! 먹지마!"라는 말대신 실마리를 풀어봐야겠다. 언제 어느지점부터 괜찮지 않았던 순간으로 인해 풀리지 않고 묶여있는지...


다행이다.

다독임이 있어서 다행이다.


달달한 빵과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에는 다독임이 있다. 마치 배탈이나서 배를 부여잡고 누워있을 때 내 배를 살살 쓸어주는 손길처럼.




-인용한 책-


'나는 괜찮지 않다'

저자:배르벨 바르데츠키

번역:강희진

출판: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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