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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strong Dec 02. 2018

수면 교육의 원칙

수면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양육자가 바뀌었을 때 원칙이 흐트러지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업무에 복귀하고 다시 장모님께 아이를 맡겨야했다. 그래서 수면 교육을 진행하며 원칙을 정했다. 아내와도 공유했다.


이 원칙은 필자가 필자의 아이를 수면 교육하는 데 직접 적용했던 원칙이다. 그 결과는 앞서 올린 글에서 밝혔듯이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잠을 잘 자는 우리 아이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고, 잘 웃고, 잘 뛰고, 잘 크고, 부모와 끈끈한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아마도 수면 교육을 권하는 육아 전문가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효과를 모범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다만 이 수면 교육법을 그대로 다른 아이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추천할 수는 없다. 아이 마다 성향이 다르고, 양육자 마다 성격이 다르고, 가정 환경이 다르고, 수면 교육을 시작하는 시점도 다르기 때문이다. 참고용으로 올릴 뿐이다. 수면 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이라면 각자 상황에 맞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수면교육 12계명


1. 체온 느끼며 자지 않게 할 것: 품에서 자거나 업혀서 자면 또 다시 스스로 자는 법을 잊을 수 있음. 절대 체온을 느끼며 자에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 어쨌든 수면 의식을 하는 도중엔 잠에서 깨어 있고 잠에 들 때는 아무런 도움 없이 스스로 자야 함.


2.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도록 할 것: 방, 유모차, 카시트 등 자신 만의 공간에서 스스로 자도록 해야 함. 산책 하는 도중 유모차에서 잠들고 집에 돌아와서도 잔다면 그냥 현관에 유모차를 세우고 그대로 자게 해주는 게 좋음.(세달 쯤 지났을 땐 유모차에 잠든 아이를 들어 올려서 자기 방으로 옮겨도 깨지 않는 경지에 이르게 됐다.)


3. 한 번 눕혔으면 절대 들어가지 말 것: 잠이 오는 것을 확인하고 방에 눕혔으면 잠들기 전까지 절대로 다시 들어가면 안 됨. 만약 아이가 울 때 울음소리를 참지 못하고 들어가서 토닥여서 잠에 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아이를 방해하면 수면 교육이 수포로 돌아감.


4. 울음소리를 듣고 죄책감 느끼지 말 것: 지난 3일간 최소 20초에서 최대 40여분까지 울면서 잤음. 컨디션에 따라 우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음. 울면서 자더라도 단 한 번도 숙면을 취하지 못한 적이 없음. 어른이 재우는 것보다 훨씬 숙면 취할 수 있음.(실제로 이 방법대로 계속 아이를 재웠더니 결국 한 달 쯤 지났을 때는 아예 울지 않고 잠에 드는 아이가 됐다. 스스로 누워 놀다가 잠에 들기도 하고,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도 혼자 놀고 있었다.)


5. 쪽쪽이 하지 말 것: 쪽쪽이 없어도 잘 놀고 잠자는 데 아무 문제없었음.


6. 공 태우지 말 것: 바람 다 빼놨음. 평생 공 태워서 재울 거 아니면 공 태우면 안 됨. (이 때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내와 장모님은 큰 고무공에 바람을 넣고 그 위에 앉은 상태로 아이를 안아 계속 위아래로 움직이며 잠을 재웠었다...평생 이렇게 재울 수 없기 때문에 공을 치웠다.)


7. 백색소음 들려주지 말 것: 생활 소음에 익숙해져야 함. 지난 3일간 TV 소리, 벨소리, 택배기사 오는 소리, 물 소리, 대화소리에 잠깬 적 한 번도 없음. 너무 조용하게 키우면 예민하게 됨. (아내는 백색 소음이 엄마 뱃속에서 듣던 소리와 같아서 아이들이 편하게 잔다는 정보를 접하고 스마트폰으로 백색 소음을 들려주며 재웠었다.)


8. 깨어 있을 때는 재미있게 놀아줄 것: 그런데 사실 잘 자고 나면 투정도 없고, 혼자서 잘 놀기 때문에 크게 놀아줄 필요도 없음. 힘 안 들여도 됨. 기분이 매우 좋기 때문.


9. 낮에는 자주 먹을 수 있음: 밤에 11~12시간을 안 먹고 잠만 자기 때문에 낮에는 많이 먹으려고 할 것. 간식과 분유를 적당히 섞어서 주면 됨.


10. 중간에 잠에서 깬다고 곧바로 달려가지 말 것: 10분 정도 우는 건 아무 문제 안 됨. 또 더 자려고 우는 경우도 있기 때문. 우리도 자고 싶은데 누가 깨우면 짜증나는 것처럼 아이도 마찬가지. 깬 것인지 더 자고 싶어하는 것인지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잘 들어보고 행동을 관찰하면 잠자고 싶어하는 건지 깨고 싶어하는 건지 알 수 있음.


11. 아무 데서나 잘 자는 아이를 키우는 게 목표: 최종적으로는 서울이든, 부산이든, 자동차 안이든, 비행기 안이든, 어느 곳에 가서도 예민하지 않고 스스로 잘 자는 수면 습관을 길들여주는 게 목표. 이 습관만 잘 들이면 평생 수면의 질이 높은 삶을 살 수 있음. 그 결과 기분 좋게, 성격도 좋게 살 수 있음.


12.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줄 것:  목욕을 시키고 로션을 바르고 자장가를 들려주고 기도하는 순서를 지켜서 수면 의식을 진행할 것. 비록 공간이 바뀌어도 아이가 낯설어 하지 않게 해주는 방식. (우리 아이는 두 돌이 되기 전 1년 간 독일에서 살면서 스위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여러 유럽 도시를 오가며 잠을 자야 했다. 이 때 항상 아이가 깔고 덮는 이불을 준비해서 이동했다. 자장가 책은 필수품이었다.)


너무 원칙이 센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백색 소음을 들려주고, 쪽쪽이를 물리고, 공을 태우는 방식으로 잠을 재우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모든 걸 한 번에 다 끊는 식으로 원칙을 세워야 했다. 물론 아이도 양육자도 힘든 순간이다. 나는 힘든 기간을 짧게 끝내는 길을 택했다. 결과 뿐 아니라 과정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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