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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strong Jan 10. 2019

아이 손에서 스마트폰 떼는 법


스마트폰은 생필품이 됐다. 일부 유명 연예인들이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폰을 쓴다는 소식이 뉴스로 다뤄질 정도다. 스마트폰 없이 산다는 걸 상상하기 힘들다.


문제는 육아에도 스마트폰이 비집고 들어온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너무 어렸을 때 스마트폰과 TV에 노출되면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럴 것 같다. 성인들도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빠르게 변하는 화면에 아이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 앞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을 수도 없다. 업무도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식 정보, 기사 검색, 이메일 전송, 카카오톡 등...사실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떼고 사는 건 불가능하다. 육아 정보도 모두 스마트폰 안에 담겨 있지 않은가. 순간순간 아이들 모습을 찍을 때도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면 된다.


당연히 아이들은 부모 손에 언제나 들려 있는 스마트폰에 큰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가장 큰 관심사여야 하는데 부모가 자기 이외에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 아이는 그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알아보고 싶어진다.


도대에 넌 뭐냐. 뭔데 우리 부모 손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냐.


우리 아이도 그랬다. 직업상 우리 부부는 스마트폰과 언제나 함께여야 했다. 기쁜 날이나 슬픈 날이나 힘든 날이나 항상 스마트폰을 들고 있어야 했다. 언제 회사에서 연락이 올지 모른다는 그 불안감 때문에.


독일에 올 때 아내는 육아 휴직을 했고, 나도 업무 부담이 한국에 있을 때만큼은 크지 않았지만 역시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었다. 당장 책을 보려고 해도 이북을 사서 스마트폰으로 봐야했다.


아이는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을 때마다 다가와서 스마트폰을 가로채려고 했다. “안 된다”고 제지하면 소리를 질렀다. 끝까지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그리고 몇 번은 성공했다.


“그래. 스마트폰 가지고 놀 때는 또 잘 노니까 그럼 되겠지.”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아이가 노는 걸 두고 본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러다 내 스마트폰에 큰 상처가 났다. 전면부 디스플레이 옆으로 금이 간 것. 눈물이 앞을 가렸다. 비싼 건데. 아무리 아들이라도.


그 때 다짐을 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허락하지 않으리라. 아이는 스마트폰을 뺏기지 않으려고 강하게 저항하는 내 모습에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 그래도 3~4번은 도전해왔다. 난 지지 않았다. 마침내 아이는 더 이상 내 스마트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차피 달라고 해도 주지 않으니까”라고 포기한 것 같았다.


문제는 아내의 스마트폰이었다. 아내는 나보다는 훨씬 착한 사람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갖고 노는 걸 허락해줬는데, 결과는 뻔하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마치 거미줄처럼 잘게 갈라져 있다. 그래도 아내는 아들에게 스마트폰을 허락한다.


나는 못마땅하다. 스마트폰 불빛이 너무 강해서 아이 눈을 버릴 수도 있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뺏는 데 성공하면 난 곧바로 스마트폰 밝기를 가장 어둡게 만든다.


최근엔 아내도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바람직한 생각이다. 조금씩 아이에게서 스마트폰을 멀리 떼 놓는 방법을 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아이는 아내가 스마트폰을 만지기만 하면 달려가서 스마트폰을 내놓으라며 떼를 쓴다. 아이는 ‘내 스마트폰을 엄마에게 맡겨 놓은 것 뿐.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스마트폰을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스마트폰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또래 친구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갖고 노는데 우리 아이에게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을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종이 시대는 끝났다고들 하는데 그 때에도 책을 강조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IT기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게 오히려 바람직한 교육 방법일까.


잡스가 골칫거리 하나를 만들어놓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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