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자는 23개월 된 아이가 있다. 밤에는 11~12시간을 깨지 않고 잔다. 낮잠도 1~3시간을 잔다. 잠이 들 땐 부모의 도움이 필요 없다. 자장가를 불러줄 필요도 없고, 업어줄 필요도 없고, 안아줄 필요도 없다. 침대에 눕히면 곧바로 눈을 감고 이불을 부여잡고 잔다. 우리 아들 이야기다.
자랑하고 싶거나 우월감을 느끼고 싶거나 또는 내 노년기의 희망이 팔불출이라서 벌써부터 연습하고 싶어서 꺼낸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부부가 행복한 육아를 하기 위해, 아이가 우리 부부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아이가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 눈물, 콧물 다 쏟아내고 때로는 단 한 숨도 잠을 못자며 노력했다.
내 육아 역사는 우리 아이에게 수면 습관을 만들어준 것부터 시작한다.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 23개월 밖에 살지 않은 우리 아이에게 해준 가장 중요한 교육이 수면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랑처럼 말을 하지만 고백을 하자면 난 아무런 준비가 안 된 한심한 아빠였다. “애들은 그냥 졸리면 자고 눕히면 자는 거 아냐”라고 생각한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 곧바로 허니문 베이비가 생겼다. 1~2년 정도는 신혼 생활을 즐기고 나서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아이는 그 생각이 싫었던 것 같다.
처음 아내가 “임신한 것 같아”라고 말을 했을 땐 “설마”라고 생각했다. 아내와 같이 퇴근하는 어느 날 아내가 임신테스트기를 보여주며 “흐릿한 것 같은데”라고 말했을 때도 “역시 아닌가보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임신테스트기를 직접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나 명확하게 두 줄이 보였다.
TV 드라마에서 보면 남자 주인공들은 언제나 아내가 임신했다고 했을 때 펄쩍펄쩍 뛰며 발작을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정말 임신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저럴까” 의아했다. 실제 경험해보니 역시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이었다. 불안, 초조, 걱정, 두려움, 기대, 감사, 호기심과 같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 머리에서 복잡하게 얽혔다. 내심 서른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불임 또는 난임이 아닐까 걱정도 했었다. 그건 아니라고 확증을 받은 것 같아 안도감도 들었다. 아내는 나보다 여섯 살 어리다.
신혼과 동시에 출산 준비가 시작됐다. 아내도 나도 아무런 준비 없이 하나하나 알아가야 하는 과정이었다. 매일 출퇴근하고 야근을 하느라 버거운 가운데 주말을 할애해 하나씩 준비하는 더딘 과정이었다. 그리고 초음파로 처음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 가슴이 벅차 눈물을 흘리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입으로 그 심장 소리를 따라하는 흥분되는 과정이었다.
아내는 나보다는 강했다. 배가 불러오고 입덧을 하고 여름 내내 덥고 짜증이 났을 텐데도 모든 과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뱃속에 있는 아이와 대화를 하고 태교를 한다는 게 어색하고 때로는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의심도 했지만, 아내는 진심으로 은총이(태명)에게 말을 걸고 사랑을 고백했다. 나보다는 확실히 아내가 인간답다.
그리고 2016년 11월 11일 오후 3시 3분. 예정일보다 10여일 빠르게 아들이 태어났다. 아내를 2박3일간 산부인과에서 진을 빼게 만든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