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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strong Nov 15. 2018

수면 교육 3


새벽 3시 반에 아이를 다시 재웠다. 아이는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아이의 표정부터 살폈다. 심장이 요동쳤다. 아이가 혹시 수면 교육 부작용을 겪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있으면 그 순간 수면 교육을 중단하려고 했다.


잠에서 깬 아이를 살며시 돌려 눕혔다. 우리 아이는 엎드려서 자는 걸 좋아한다. 항상 양쪽 뺨 중 어느 한 쪽엔 이불 자국이 깊게 생긴다. 천장을 보고 누운 아이는 표정이 없었다. ‘내가 아이를 망쳤구나’ 싶던 그 순간, 아이가 웃었다. 모든 걱정이 날아갔다. 비록 간밤에 우느라 눈물과 콧물 자국이 얼굴에 범벅이었지만 아이는 웃었다. 눈물 자국, 콧물 자국은 아이가 치열하게 자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었다.


‘우리 아이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나도 더 독하게 마음 먹고 철저하게 수면 습관을 잡아주자.’


부산에서 장인어른은 아이를 ‘찡찡이’라고 불렀다. 항상 칭얼대며 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다. 우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칭얼대는 것이다. 아마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힘들고 난감한 순간이 아이들이 칭얼댈 때라고 확신한다.


이유도 모르겠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달래도 달래지지 않고, 아이를 달래지 않으려니 부모 마음이 달래지지 않고, 배고픈가 싶어 먹을 것을 줘도 입에 넣지 않으며, 입에 넣었다라도뱉어내고 다시 칭얼대는 순간 말이다.


그런데 하루 밤을 잘 자고 나니 아이가 달라졌다. 칭얼대기는커녕 옆에 사람이 없어도 혼자 잘 놀았다. 장난감도 10초면 싫증내던 아이가 장난감을 들고 몇 십 분씩 놀았다. 소리도 내지 않았다. 혼자 놀며 웃었다. 아이가 바뀌니 가정 분위기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다.


놀라운 일은 계속 일어났다. 두 시간 뒤 아이를 낮잠을 재워야 했다. 하품을 하고 눈을 비볐기 때문이다. 밤잠 뿐 아니라 낮잠을 재울 때도 마찬가지로 원칙을 지켜야 한다. 밤에 잘 때는 혼자 재우고 낮에 잘 때는 사람 품에서 재우면 모든 게 끝이다. 아이를 더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뭐지. 밤에는 울어도 들어오지도 않더니 왜 낮에는 품에서 재우려고 하지.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지.’


아이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역시 ‘잠은 혼자 자는 것’ 이라는 원칙이 부모 머리에 자리잡아야 한다. 나는 그랬다.


“그래도 낮잠은 우리가 재우자”라는 장모님 말씀도 거절했다. 그리고 또 다시 아이 방 침대에 혼자 눕히곤 방문을 닫고 나왔다. 아이는 등이 침대에 닿기 전부터 울었다. 곧바로 뒤집어서 왼뺨을 침대에 대곤 마구 울었다. 10분 울었다. 뚝 울음을 그치고 다시 잠에 들었다.


2시간 자고 일어난 아이는 또 2시간 잘 놀았다. 그리고 낮잠을 같은 방식으로 잤다. 7분 울었다. 그날 밤에 잘 때는 15분 울었다. 중간에 깨는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첫날 밤 10번도 넘게 울던 아이는 5차례 정도 혼자 울다 잠에 들었다. 새벽 6시에 깼다.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았다.


아이는 점토와 같다. 부모가 어떻게 원칙을 세우느냐에 따라서 아이는 다르게 반응한다. 수면 교육이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고 느낀 건 3일 차였다. 낮잠을 잘 때 ‘앵~’ 한 번 하고 울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산책하는 도중 유모차에서 어느 순간 잠들어 있기도 했다.


수면 교육 전 우리 아이는 유모차에 제대로 앉아있지 못하고 짜증을 내던 아이였다. 잠을 충분히 못 잤을 때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나는 때를 떠올려 본다면 누구나 우리 아이의 삶이 어떤 상태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아이는 몇 개월을 짜증만 부리며 잠도 제대로 못자고 피로도 안 풀린 상태로 살았던 것이다. 그 아이가 유모차에 앉아 1시간이 넘게 이동하고, 울지도 않고 잠에 들어서 30~40분을 잔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지난 일을 돌이켜보면 잘한 일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반면 후회스러운 일 수백가지가 한꺼번에 떠오른다. 그 일 하나하나씩 떠올려보다 잘한 일 한 가지를 떠올리기 전에 잠들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젠 확실히 잘 한 일 하나를 꼽으라면 ‘수면 교육’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수면 교육을 하기 전 영유아 검진 때 몸무게가 10명중 7명인데 키는 10명 중 3명 수준이었다. 잠을 못자니 키도 안 컸다. 태어났을 때 키와 몸무게 모두 10명 중 7~8명 수준이었는데 키만 안 큰 것이다. 수면 교육을 한 뒤 아이는 정상적인 키로 회복됐다. 잠이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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