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영 Jun 18. 2024

히어로즈

김은우


포스코 히어로즈로 뽑힌 은우, 네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아마 포스코에서 직접 은우의 학교로 와서 시상을 한 것 같구나. 

포스코 이사는 꽃다발을 들고 은우는 상패를 들고 있다. 

학교에서 신는 슬리퍼에 귀여워 보이는 인상, 

단단하게 서 있는 모습을 든든해 보이는 다리가 지탱하고 있다. 

오히려 교장선생님 다리 보다 더 발을 넓게 펴고 서 있다.

거침없고 구김 없는 모습이다. 

그래 저런 모습이니 그렇게 담대할 수 있었겠지. 

요즈음 너무 가느다란 아이들이 많아, 

아, 저 몸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데 은우는 건강하고 멋져 보인다. 

팩트는 이렇다. 

은우는 학원에서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늘 다니던 형산강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내리려는 남자를 목격한다. 

은우는 그대로 달려가 ‘남성의 다리’를 붙잡는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며 

‘남성의 다리’를 잡고 “제발 살아달라”고 설득했다. 

남성은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은우는 

“무조건 아저씨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아저씨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는데, 살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은우의 그 몇 마디 안되는 말속에 우리가 살아갈 지표가 다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무조건’, 

그치 우리는 너무 조건을 따지는 시절을 살아가고 있지 않니, 

사실 우리는 무조건 속에서 태어났고 

무조건한 부모님의 사랑속에서 자라났고 

무조건한 자연속에서 

그리고 삶의 거의 대부분을 무조건한 사랑을 먹고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지, 

진실로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거의가 무조건이지 않니? 

조건 없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이 언제부터 우리를 지배한 것일까? 

은우의 ‘살려야겠다는 일념’도 

생명을 존엄하게 여겨야 한다는 우리의 지표이기도 하지. 

너무나 무자비한 살상이 자행되는 생명경시의 시절이구나. 

전쟁 앞에서 초개처럼 사라져가는  그 젊은 생명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그자신이나 자식들이 전쟁의 전면에 서야 해) 

전쟁뿐 아니라 자신을 거절한다는 이유만으로 사귀던 여자들을 죽이는 사람들도 있지 않니. 

은우는 ‘아저씨의 다리를 붙잡았지’ 

아무리 하지 무렵이라도 밤 아홉시면 어둑어둑했을 거야. 

사위는 적막해지고 어두워져 빛이 가리고 있던 두려움이 슬슬 움트는 시간,

더군다나 강물 위로 내리는 어둠 때문에 어서 집에 가야지, 

은우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리 위에서 떨어지려는 사람, 

처음 보는 풍경이었을텐데 어떻게 그리 금방 유추를 한거지? 

더군다나 어린 네게 두럽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나라면 어땠을까? 

이봐요, 그러시면 안 돼요, 

아마 말로 시작했을 거야, 

그런 내 말을 들으며 당신이 뭘 알아?? 

분노로 더 재빨리 강물로 뛰어들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너는 거침없고 민첩한 모습으로 아저씨의 다리를 붙잡았지. 

그 놀라운 행동의 실천에 경의를 표하고 싶구나.

 보지 않아도 선해, 네가 네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해, 아저씨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으리라는 것, 

생과 사의 경계선에 선 사람은 아주 생각이 복잡했을 거야. 

아니 지금 이 상황은 뭐지, 

이 낯선 아이는 누구인데 나더러 살아달라고 사정을 하는 거지? 

미루어 짐작하건데 너의 그 무조건한 외침과 행동과 사랑을 생각하며 

자신의 다리를 힘세게 붙잡았던 너를 생각하며 살아갈 힘을 얻었을 거야. 

설령 다시 강물위에서 죽음을 생각할 때가 

다시 생긴다고 하더라도 너의 외침소리가 기억나지 않겠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름답고 귀한 풍경이구나. 

네 자신을 던져 죽고 싶은 사람의 다리를 붙잡는 것,

김은우 너는 정말 히어로즈야. 

다른 어느 누구보다 닮고 싶은, 


작가의 이전글 철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