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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Feb 03. 2023

더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싶다

영화 <애프터썬>을 보고

 포스터만 봐도 내가 영화와 사랑에 빠지리라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있다. 이 영화가 그런 영화 중 하나다.

<애프터썬>은 어린 여자아이(11세) 그때 아버지의 나이(31세)가 되었을 때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캠코더를 보며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는 영화다.

  


영화처럼 어린 시절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게 되면 단숨에 그때가 생생히 재생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요즘은 휴대폰의 사진첩, 혹은 네이버 클라우드가 나를 가까웠던 과거로  데려간다. 내 의지로 사진을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나를 '툭'하고 건드린다. 영상기록으로 남겼던 순간들은 적든 많든 의미 있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2년전 오늘, 3년전 오늘'로 데려가는 휴대폰이 나에게 보여주는 미디어의 99퍼센트는 내 아이의 어릴 적인데, 그렇게 먼 과거가 아님에도 나는 99퍼센트 울게 된다.   이 슬픔의 설명할 수 없음은 무엇일까. <애프터썬>은 그 설명할 수 없음을 영화로 보여준다. 그것은 기억의 복원과 회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슬픔이다.


 어릴 때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있다. 엄마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빠의 표정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이 순간이 내 기억 속에 얼마나 오래 저장될지 그때는 알 수 없다. 앞으로 기억해야 할 날들이 무한히 펼쳐져 있으니. 그러나 찰나의 어린 시절이 지나고 나면 삶에서 가장 행복할 때마저도 슬픔이 함께 동반한다. 그 슬픔은 언제고 내게서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게 된다.  나에게 내 아이는 행복의 이유이자  슬픔의 화수분이다. 그러니 울 수밖에.


 그 슬픔은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만 이해하는 것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는 영원히 한발 늦을 것이다. 그것은 비극일 수도 축복일 수도 있다. 영화 <애프터썬>에서 주인공이 아빠와의 여행을 다시 회상했을 때, 그녀는 우울했던(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빠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빠에 대한 뒤늦은 이해와 공감,  어린 시절 알 수 없었던 불안감의 정체를  더듬어 볼 수 있었다. 과거 기억의 공백은 현재의 상상으로 만들어지고, 이해할 수 없음에 대한 깨달음은 미래(되풀이하게 될 후회)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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