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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Apr 23. 2023

[서평], 김의경 장편소설 <헬로 베이비>

 나에게 임신과 출산은 행복한 경험이었다. 배란일 맞춰서 임신도 잘 됐고 입덧도 없었으며 출산 과정도 순탄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 하나하나가 큰 난관인 사람도 많다. 주변에 임신이 잘 되지않아 난임병원에 다니며 겨우 임신하는 친구들이 여럿있다.  주변환경이 육아와 관련이 많아 '난임'이라는 주제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남의집 아이는 쉽게 크는것처럼 보이듯이 다른 사람의 상황이 되어보지 못하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헬로베이비>는 난임으로 병원을 다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 소설이다. 임신과 출산은 포궁이 있는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심지어 난임의 원인이 정자를 가진 남성에게 있을지라도 임신을 성공 시키기위한 과정에서 남성의 역할은 여성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적었다. 난포를 채취하고 수정하고 착상시키는 지난한 과정들은 모두 여성이 겪게 되어있었다.

 난임 병원에 다니는 여성들은 '환자'가 아니라 '학생'이 된다. 성공적으로 임신을 하고 12주가 되어 졸업을 하면 일반 산부인과로 갈 수 있다.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만이 서로를 위로 할 수 있듯이, 소설속 여성들은 단톡방을 만들어 오직 '임신'을 열망하는 마음으로 단합한다. 병원과 의사의 정보를 나누고 임신 증상을 공유한다.

  임신과 출산 뿐만아니라, 육아에서도 여성은 홀로 거대한 산을 마주한다.

"세 아이를 홀로 보다가 쓰러져도 설주는 아이를 타인에게 맡길 수 없었다. 육아 감옥에 설주를 가둔 건 남편도, 회사도 아니었다. 형체도 실체도 없는 불안이라는 괴물이 설주를 감금했다. 어느 누구도 굳이 나서서 그런 설주를 구해주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 P.127

  이처럼 여성은 엄마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것 부터 임신과 출산뿐만 아니라 육아까지 해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내면화된 강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난임'을 겪는 남성은 배우자가 임신을 포기한다면 아빠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아빠가 되지 않기로 마음 먹는것'이 '엄마가 되지 않기로 마음먹는 것'보다 수월  것이다. '포기'로부터의 자유가 있다.  어쩌면 여성에게는 아주 오랜 세월을 거치며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포궁에 새겨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느끼는 고통과 불안을 줄이고 조금씩 사명감을 흐리게 만들면 '엄마 됨'의 행복이 더욱 선명해 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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