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지현 Nov 09. 2017

무제

31개월하고 10일째  '엄마 마음'일기

 독박육아 만 31개월, 외동아들을 타지에서 혼자 키우면서(아빠도 물론 함께 육아를 했지만)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하루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는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이가 태어나고 돌이되면 어린이집에 보내고 취업준비를 하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임신기간동안 중국어의 감을 잃지 않으려고, 혹은 스펙을 쌓는다는 이유로 hsk시험을 치고 토익공부를 간간히 하곤했다. 낯선 도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맞벌이를 해야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을 테니까. 양육을 엄마의 역할이라고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워킹맘으로 일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 때는 알지 못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맞벌이'라고 하면, 실제로는 엄마 아빠 중 한사람이 '보조벌이'가 될 수 밖에는 없다. 그리고 '보조벌이'의 거의 대부분은 워킹맘이고 항상 가슴에 사표를 품고 다니며 적은 월급을 받는다. 가끔 TV에서 나오는 육아관련 다큐를 보면 워킹맘들은 전문직이거나 꽤 좋은 회사를 다니는 능력있는 여성들의 이야기기들이 흘러나온다.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내가 예전에는 꽤 화려한 경력을 가졌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 이야기들을 메체에서 접하면 나처럼 평범한 경력을 가졌었거나, 비정규직이었거나, 아니면 아예 경력이 없이 엄마가 된 여성들은 양육을 마땅히 전담하는 것에 어떤 불평을 가지면 안되는 것 처럼 비춰진다. 아이를 키워놓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해도 육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일을 선택해야 마땅하고 그런 일은 대부분 비정규직, 계약직 혹은 부업이나 아르바이트 정도 일 것이다. 그러니 일에 대해 가족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기도 힘들며 하고싶었던 '꿈' 같은것은 단념하게 된다. 

 어제 친구가 자신의 회사에 경력단절 된 46세 여성이 회사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회사사람들이 그 경력사원을 불편해 한다고 했다. 부장급 나이의 여성이 같은 사원급으로 다시 들어왔으니 어렵고 힘들 법 하다. 나는 늦게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이름모를 그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 

  #

 어린이집 상담을 다녀왔다. 내년 3월이면 만 36개월이 된다. 시간 정말 빠르다. 어린이집 보낼 생각을 하니 수시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시원한 해방감은 수능시험 끝나고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 못했던 운동도 하고 기타도 배우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남편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나만 행복해서 어쩌나 싶다.  

 그런데 그만큼 불안하기도 하다. 나 없는 곳에서 밥은 잘 먹을지, 낮잠은 잘 잘 수 있을지, 친구들과는 잘 지낼지, 하나하나 걱정이 앞선다. 오늘까지 포함해서 다섯 군데 정도 상담을 다녀왔다. 집 가까운곳, 자부담이 적은곳, 특활을 많이 하는 곳, 규모가 큰 곳, 영어를 중점으로 하는 곳... 각각 어린이집 마다 장단점이 있어보였다. 어디를 선택해야 내 아이가 행복하게 어린이집에서 생활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정말 밤에 잠도 못 이루고 하루종일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검색을 하고 인터넷 육아까페에서 여러가지 질문을 하면서 어린이집을 골랐다. 이제 아이는 나와 떨어지게 될 것이고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백프로 모든 것을 만족시키고 신뢰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를 믿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면서 왠지 모를 아쉬움도 밀려온다. 

작가의 이전글 괌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