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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현 Sep 28. 2017

괌 여행

1. 첫째 날

#밤비행기


아이와 함께하는 밤 비행기는 두 번째다. 작년 다낭 여행 때도 왕복 밤 비행기를 탔었다. 그때는 세민이가 20개월이었는데, 잘 때 노리개 젖꼭지(일명 쪽쪽이)가 없으면 잠들지 못했고, 새벽에 두 번 정도 잠을 깨서 젖병으로 물을 마실 때였다. 아이가 있는 부모에게 비행기 타기는 그야말로 최대 난제이며, 고민거리이다. 특히 밤 비행기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자는 시간인 밤비행기를 선호하는 부모도 있고, 밤 비행기에서 아이가 우는 것을 염려하여 낮비행기를 이용하는 부모도 있다. 아이의 성향을 잘 고려해서 아이에게 제일 잘 맞는 비행 스케줄을 이용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비행기표값을 무시할 수 없다. ㅜㅜ  또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지방 공항의 비행 스케줄이 다양하지 않다. 그러니 선택지가 별로 없다. 

 어쨌든 괌 여행을 계획하고 우리는 밤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29개월이 된 지금은 밤잠 투정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작년보다는 탈만했다.(다낭 갔을 때도 비행기에서 잘 자줬다) 나는 임신 7개월 때도 괌을 갔었다. 사람들이 태교여행이라고 말하는데, 개인적으로 태교여행(?)이라는 단어를 별로 쓰고싶지않다. 태교여행이라고 하면 '임신한 엄마'를 위한 여행처럼 들린다. 나는 임신 여부와 상관없이 남편과 휴가를 떠난 것이지, 태교를 위해서 혹은 태교를 핑계로 여행을 간 것은 아닌데 말이다(그렇다고 해도 여행을 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쨌든, 이번 괌 여행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을 선택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괌으로 가는 비행기가 대한항공밖에 없었는데(김해공항에서), 지금은 다른 저가항공도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저가항공도 좋아하는데, 괌 노선은 대한항공과 가격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돈을 더 아낀다면 제주항공을 탔겠지만, 나는 사실 비행 공포증이 심해서 와인이나 맥주를 마셔야 긴장이 풀린다. 그동안 여러 번 밤 비행기를 탔지만, 한 번도 잠을 자 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대한항공의 와인 서비스가 이번 괌 여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하.


# 도착


4시간의 밤비행를 마치고, (나는 한숨도 못 잤다. 팟캐스트 다운로드한 거 들으면서 견뎠다. 휴) 남편과 아들은 다행히 숙면을 취했다. 괌 공항에 내리자 더운기운이 몰려왔다. 내가 여행 중 가장 설레고 기분이 좋을 때가 바로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이다. 특히 다른 기후의 여행지를 갈 때,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할 때부터 바뀐 날씨를 느낄 수 있다.  공항은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하게 생겼다. 널따란 활주로가 있고 각국에서 날아온 비행기가 보이고 착륙 후 문이 열리면 정말로 어디를 가도 똑같은 통로를 지나서 입국심사를 받는다. 공항은 낯선 나라에서 유일하게 익숙한 위안을 주는 동시에, 여행지로 가는 첫 관문의 설렘을 가득 느끼게 해준다. 


# 첫째 날

푹 자고 일어나서 먹은 첫 식사

아침에 일어나니 오전 11시였다. 일부러 조식 신청은 하지 않았다. 전날 밤 비행기를 탔으니 실컷 잠을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이랑 함께 여행할 때는 끼니 해결이 중요한 문제다. 대충 한 끼 라면으로 때우고 싶지만, 세 살 아이가 있다면 한 끼라도 '대충'이 안된다는 거다. 어쨌든 따뜻한 국과 쌀을 먹여서 아이의 뱃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니까.

 우리는 첫날 렌트도 안 했기 때문에 편하게 호텔에 있는 일식집으로 갔다. 해외여행 가면 일식집만큼 편한 데가 없다. 한식집도 좋지만, 한식은 우리에게 기본적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쌀이 나오고 국이 나오면서 기대치가 없는 일식이 만만하다. (좀 비싸다는 함정이 있지만, 아이가 있는 경우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니까) 뭐 음식은 그냥저냥 먹을만했다. 가격은 분명 사악했지만.

방에서 본 아침풍경

우리는 총 5박 7일 일정이었다. 괌을 여행지로 정했다는 것은 어떤 호텔을 정하느냐가 여행의 팔 할을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정말 여행 한 달 전에는 수시로 여행정보 카페(일명 괌자길)를 드나들면서 호텔을 검색했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카페는 내가 호텔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줬다기보다(분명 도움을 받긴 했다) 오히려 결정장애를 일으키게 했다. 그 결정장애는 결국 호텔을 두 개 예약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첫 2박은 니코호텔, 나머지 3박은 웨스틴으로 예약했다. (도저히 하나로 추릴 수 없었다 ㅜㅜ) 남편은 한 곳만 하지 왜 귀찮게 두 군데 했냐면서 이해 못했지만...

우리 아들은 겁이 많은 편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걱정을 했다. '기껏 괌까지 가서 물놀이 안 하면 어쩌지?' 그런데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아들은 야외수영장에서 물만 보면 울기 시작했다. 하... 결국 한 시간 정도 물놀이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니코호텔에서 유명한 미끄럼틀은 한 번씩 탔다. 여행 가서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아들이 물을 무서워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괌은 다른 즐길 것들이 많았다. 특히 석양이 너무 아름다웠다. 해가 바다로 넘어가며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는 것. 나는 시간이 흐르는 것과 모래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아들을 보았다. 순진한 아들과 너그러운 바다, 갈 길 가는 태양. 그 순간의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소중한 찰나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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