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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흰 Apr 02. 2021

공허한 캔버스 앞에서 두려워 하지 말라

그의 인생에서 가장 평화로웠을 시절 그린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이야기하듯 나 역시 고흐의 작품이 고흐의 인생에 가려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사고가, 행동이, 의지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에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의 삶을 빼놓고 그의 작품을 논할 수는 없다.


고흐는 자신이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버림 받았음을 어느샌가부터 받아들이게 된다.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스스로를 "불결한 짐승" 혹은 "개"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그는 이에 굴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림 속에서 안정과 평화를 찾았다. 그림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찾고자 했다. 이렇기에 그의 작품이 그리도 아름다운 것 같다. 단순히 취미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가족도 사랑도 모두 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그림 안에서 열정을 찾았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그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경제적인 이유로 스스로 동생에게 있어 짐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낙심하지는 않았다.


고흐가 그림을 통해 자신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표현 방식"을 사용했다. 그의 말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부디 자신이 그렸던 방식에 따라 그림을 그리지 말고, 스스로의 방식으로 그리라고 격려했지

이 말은 그가 정형화된 그림을 그리는 미술 아카데미에서 적응할 수 없었던 이유를 보여준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그림을 그렸다. 가난한 농민들을 "진실되고 정직하게" 그려낸 <감자 먹는 사람들>이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고흐의 대표작인 <해바라기>와 비교도 안 되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보이지만, 고흐가 목사나 탄광 조수로 지내며 생긴 가난하고 소외된 자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에도 고흐는 아를, 오베르 쉬르 우아즈 등에서 지내며 농촌 생활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그려냈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후대인이 인정하는 고흐 미술 역사의 첫 시작이나, 이미 그는 수 많은 습작을 통해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은 상태였다. 비록 돈이 없어 인물화의 모델을 구하기 어려웠고 재료값도 만만치 않았지만, 고흐는 자신이 나아가야 하는 길을 찾고 그 길에 대한 확신이 강했다. 그래서 나는 이 때의 고흐를 그의 인생에서 가장 평화로운 때였다고 생각한다.


이후 그는 파리에서 테오와 함께 지내며 여러 화가들을 만나고 색채주의에 깊게 빠져들었다. 인상주의자들을 만나 그들의 색채주의에는 큰 공감을 했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역시 깨달았다. 이것이 고흐가 일반적인 인상주의자들과 다르다고 불리는 이유다.

또한 이 당시부터 급속도로 가난해져 초상화 보다는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술가로서의 삶을 고뇌했다.


예술적 감성을 타고나 예술에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흔히 사람들의 오해를 받고, 또 그만큼 그들의 영감이 이 세상에는 부적절하게 비치는 경우가 많아 좌절하기도 한다. 우리는 예술적 삶과 현실적 삶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예술이 신성하거나 좋은 것이라는 사실이 불분명해지는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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