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병동에서의 7일, 죽어있던 시간들
결국 나는 정신병동에서 퇴원하기로 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들어온 첫 날부터 들려온 한 사람의 괴성(그리고 그 괴성은 퇴원하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았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의 단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곳에서 오는 무료함, 다양한 이유들이 나를 집으로 이끌었다.
이 곳에 들어온 이유는 하나였다. 죽지 않기 위해. 또 다시 내가 죽으려 할까봐 걱정하는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나 스스로 입원을 결정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입원 이후 정말 나도 살고 싶어서 이 곳에 온 것일까 아니면 나를 짓누르고 있던 현실의 무게들을 견딜 수 없어 이 곳으로 도망을 친 것인지 헷갈렸다. 익명의 힘을 빌려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곳의 생활은 나의 예상과 너무나도 달랐다. "아, 저 정도는 되야 폐쇄병동에 오는 거구나" 싶은 사람들이 하루종일 소리를 지르고 수면제는 먹어야 그 소리를 겨우 잊고 잠들 수 있었다. 나름 정해져 있던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은 모든 의사와 간호사가 그녀의 옆을 지키느라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았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그나마 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원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유의 부재였다. 이전 글에도 썼듯이, 어떻게 보면 자살도 개인의 선택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자신의 목숨을 더 이상 유지하고 싶지 않다고 결정을 내린 후 나 스스로 행하는 선택 중 하나이다. 죽었느냐 살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죽음을 택하게 된 연유이다. 어떤 아픔을 겪었길래, 어떤 슬픈 일이 있었길래 그런 선택을 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나 이 공간은 나의 운명을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죽음과 억압의 공간이다. 정해진 시간에 밥이 나오고 베이지 색으로 칠해진 벽에 둘러싸여 자다가 일어났다가를 수 없이 반복하고, 내가 이 곳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글을 쓰고 읽는 것 뿐이다. 생활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 이 곳에는 없다. 철장 속에 갇힌 새가 된 기분이다.
결국 이 곳에서 나가기를 선택하고 그 후에 내가 어찌될지는 나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 주어진 자유는 충분히 누릴 것이다. 바깥 공기를 마음껏 들이쉴 수 있는 자유, 원하는 만큼 영화를 볼 수 있는 자유, 내가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자유를 누릴 것이다. 설령 내가 이 세상을 더 이상 살아가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는 자유 속에서 끝을 맞이할 것이다. 선택의 부재는 곧 억압이며, 자유의 부재는 곧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