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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흰 May 06. 2021

006 고양이 복막염

100일 글쓰기

그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나의 고양이가 아프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창작의 욕구가 생기질 않았다. 다행히도 치료를 시작하며 멘탈이 잡아져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막내 또리는 복막염이라고 한다. 장기의 복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인데, 범백만큼 고양이에겐 무섭고 치명적인 병이다. 아직 정식으로 개발된 약은 없지만 임상으로 실험하고 있는 약이 있어서 그런 것들을 구해 사람들이 치료한다고 들어, 우리도 그렇게 진행 중이다. 첫째 두부를 범백으로 급작스럽게 보내고 우리는 말 그대로 멘붕이 왔었다. 두부는 항상 건강했고 잘 뛰어놀았기 때문에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빠가 귀찮아서 깜빡한 예방접종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범백 진단을 받고 바로 몇 시간 뒤에 두부는 고양이별로 떠났다. 불과 몇 달 전 나의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나에게서 떠나가질 않았다. 내가 이 집에 이사오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조금 더 늦게 합쳤더라면, 우리가 다른 집에서 합쳤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내 머릿 속에서 계속 멤돌았다. 일 년 남짓 알았던 두부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했던 우리의 첫번째 고양이었다.


그랬던 우리가 막내가 복막염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왜 세상은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건지, 다른 집도 아니고 왜 우리집 고양이들에게만 이런 아픔을 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혹은 내가 아이들을 잘못 키우고 있는건 아닌지 속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치료 방법이 있었고 약 5~600만원의 거금을 들여 치료를 하느냐 마느냐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나는 두부를 잃었던 경험 탓인지 무조건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둘 다 돈을 버니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가 나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오빠는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고양이가 아파도 인간이 우선이라고, 우리가 경제적으로 힘든데 어떻게 고양이까지 돌볼 수 있겠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설령 그것이 두부였어도 자신은 똑같이 말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오빠는 나의 손을 들었다. 너무나도 예쁜 또리를 보며, 완치가 된 다른 고양이들을 보며, 우리도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한 지 3일 째, 밥도 먹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던 또리는 이제 밥도 다 먹고 뛰어다니기도 한다. 돈이 아깝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의 아이가, 나의 막내가 잘 살아주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00일 후에도 우리 또리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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