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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흰 May 22. 2021

009 청담동의 일주일은 화요일부터 시작된다

100일 글쓰기

결혼준비를 하면서 일주일에 최소 두 세번은 청담동에 가게 되는 것 같다. 오빠 예복, 어머니들 한복, 나의 드레스샵이 모두 청담동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결혼 반지 정도야 오래된 전통을 가진 종로에서 맞추긴 했지만, 그거 외엔 모두 청담동에서 진행했다. 최근 웨딩 관리도 청담동에서 받고 있으니 말 다 했다.


청담은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신사동이나 압구정동 정도는 가 봤지만 청담동은 다른 세계 같았다. 진짜 부자들이 와서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에 엄마의 한복을 맞추러 왔다가 엄마는 청담동에 깔린 외제차를 보고 엄청나게 놀랐다. "여기에 우리나라 외제차란 외제차는 다 모여있는 것 같아"


청담동의 일주일은 화요일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결혼 피크가 토요일, 일요일이기 때문에 월요일을 쉬고 화요일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결혼과 관련하여 예약을 하고 싶다면, 월요일은 피해야 한다. 대부분의 스드메 업체가 월요일에는 쉰다. 나는 이 룰을 듣고 청담동을 더더욱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마치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일요일을 주일이라고 부를 때마다 다른 세계 사람처럼 느껴지듯, 청담동에 가면 월요일은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마다 다른 세상에 온 듯 느껴진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청담동에서 웨딩 관리를 받고 있는데, 결코 적은 돈을 투자하며 받고 있지는 않다. 내 딴에는 꽤나 되는 돈을 투자하며 "지금 아니면 언제 받냐"하는 마음으로 받고 있는데, 하루는 옷을 갈아입는데 옆에 있던 아줌마가 "아 그러니까 그 백화점 인수하는 거~"라며 성을 내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느꼈다. 아, 여긴 내가 올 곳이 아니구나.


청담동의 일주일은 화요일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난 그 일주일 중 며칠만 빌려 쓰게 되었다. 아직 그 일주일을 모두 빌리기엔 내 경제적인 능력도 모자르거니와, 선천적으로 부모에게 경제적인 능력 조차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부러운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일주일 중 며칠은 빌려 쓰게 되었으니, 그 며칠은 충분히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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