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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 Nov 05. 2020

우는 엄마 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집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누구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때때로 엄마가 우는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나는 머뭇거리다가 다가가 엄마를 꼬옥 껴안거나 안쓰럽게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엄마는 억울하다고 했다. 열심히 살았는데 나쁜 짓도 안 하고 정말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나와 내 동생이 시집, 장가가는 것도 못 보고 죽으면 어떡하냐고 또 소리 내어 울었다. 그러면 나는 결국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참던 것도 잊고 함께 울었다.


그날 저녁 무얼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워 난소암에 대해 검색해보니 '조용한 살인범'이라는 무서운 단어가 눈에 띄었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상함을 느끼고 병원에 방문해 진단을 받으면 이미 병이 많이 진척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진짜 우리 엄마 죽으면 어떡하지? 아직 둘이서 같이 해외여행도 못 가봤고 효도 다운 효도도 못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암 환자와 보호자가 있는 카페에 들어가 난소암을 진단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쭉 읽었다. 난소뿐만 아니라 간 그리고 폐까지 전이되어 손을 볼 수조차 없거나 수술을 잘 받고도 재발하여 다시 재수술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현실은 어떨 때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지독할 때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 아니 놓을 수가 없다. 우리 엄마니까. 

사실은 내가 엄마 없이는 살아갈 자신이 없으므로 이기적이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 엄마는 꼭 살아야 했다. 


그날 새벽 침대에 누워 카페를 돌아다니며 난소암 치료를 잘하기로 유명한 병원의 의사 이름을 모았다. 

그리고 다음날 전날 알아놓은 병원 의사들 앞으로 예약을 넣었다. 


암에 걸려 우는 엄마 옆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이런거였다.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을 예약하고 엄마가 울때 참다 참다 같이 울거나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며 잠시나마 용기를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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