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을 다룬 책이나 30살인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나 드라마가 꽤 있다. 왜 그럴까? 30살은 사회적으로 보면 더 이상 어리다고 말할 수 없는 나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성숙한 단계는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30살이 되고 나는 내 나이를 이야기할 때 멋쩍어지는 순간이 자주 있었고 말로 내뱉고 나서 '헙! 벌써 내가 30대가 된 거야?' 하는 생각을 속으로 참 많이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가 30살이 돼서 이런 글을 쓰다니...'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주변의 반응이 내 나이를 잊을 수 없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나는 29살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30살에 시험을 친 후 완전한 수험생도 뭐도 아닌 백수가 되었다. 주변에서는 특히 우리 이모들 덕에 나는 30살이나 먹고 직업도 없는 철없는 어른이 되었다. 그러다가 또 얼마 전 엄마가 수술을 한 후 잠시 지낼 요양병원을 알아보려고 이모랑 통화하던 중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를 거야"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한순간에 30살이나 먹은 철부지 어른에서 30살 밖에 안된 애가 되었다.
그래도 엄마가 아프고 난 후 지금의 내가 내 나이가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아직 20대인 내 동생을 보며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느꼈다. 적어도 내가 20대까지는 엄마가 건강했고 나는 그런 엄마한테 마음껏 기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동생은 아직 제대로 된 사회생활도 해본 적이 없는데 부모님의 건강까지 걱정해야 하니 얼마나 무섭고 힘들까. 불안할까. 약간의 부채의식이 느껴진다.
또 30살이라는 나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엄마는 24살에 나를 낳았고 엄마가 30살에는 내가 6살이었다.
6살이던 내 눈에 30살이던 엄마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늘 나를 돌봐주고 지켜주는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였다.
새삼스레 그 사실만으로 엄마라는 존재는 20대든 30대든 나이에 상관없이 이미 누군가에는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래. 30살이고 뭐고 세상에 있는 어떤 가치들에 있어서 나이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