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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May 22. 2024

무기와 함께 사는 곳

< D - 524 >

아침에 속보로 뜬 안타까운 소식에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떠올리면 자꾸 눈물이 나서 바쁜 하루가 감사할 정도였단다. 훈련병이 수류탄 훈련 중 숨졌다는 소식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모든 부모에게 충격이었으며, 이번 주에 수류탄 훈련이 예정되어 있던 너를 떠올리는 엄마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사고 이후 모든 수류탄 훈련은 연습용으로만 실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도하기에는, 목숨을 잃은 그 청년이 아깝고 아까워 숨도 아끼게 된다.


그런 곳에 보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한 시도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 언제든 무슨 일이 나도 이상할 일 없는 곳에 보냈다는 것을... 평온해진 네 목소리에 안도하고 잊어버렸다.

안락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안전만은 바라게 되는 곳이라는 것은, 지인들의 아들 이야기만 떠올려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어떤 이의 아들은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일주일간 군 병원에 입원했다더구나. 잡히지 않는 고열에 시달리고 입맛도 없었던 아들은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단다. 격리돼 있느라 홀로 외로이 병실에 있었을 아들 생각에 엄마 지인은 가슴이 미어졌다고 하더라. 사망률이 최대 15%에 이르는 바이러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살아준 것이 고마웠다지.

또 다른 지인의 아들은 후반기 교육 훈련소에서 발바닥 신경이 마비되는 부상을 당했다. 자대 배치받자마자 수술, 입원을 했지. 퇴원 후 목발 신세를 지다가 얼마 뒤 재수술 해야 했고 또 몇 달 뒤에는 무릎 연골이 파열돼 또 수술... 수술만 하다가 제대했단다.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군대는 전쟁을 대비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망각했다. 사회보다 열악하며 힘든 훈련과 제한된 자유를 몸과 마음으로 견뎌내야 하는 곳. 그리고 무기가 함께 있는 곳. 무기 다루는 법을 익히고 실제로 다뤄보면서 실전을 대비하는 곳. 그 안에 네가 있구나.


네 형이 군대에 있을 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표적에 다가가며 권총 사격을 연습하는 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었지. 그렇게 배틀 그라운드 게임을 즐겨하더니 실제로 총 쏴봐서 좋겠네, 재밌겠네 했던 엄마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이제야 소스라치게 놀랐단다. 조금 과장하자면, 어쩌면 군대에서 살아 돌아온다는 것은 전쟁에서 무사 귀환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에 네 전화를 받기 전까지, 착잡한 마음이 이어질 것 같구나.

그리고, 무사하며 씩씩한 네 목소리를 듣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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