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Dec 06. 2024

시작은 부정맥이었지만

< 라라크루 수요질문 - 시작 > 

 ❓ 라라크루 수요질문(2024/12/4)

강렬했던 '시작'의 추억이 있나요. 



학창 시절, 달리기 출발선에만 서면 심장 박동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도저히 발이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초조함을 기억하는가. 출발 총소리를 기다리는 그 몇 초가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운동장을 압도했던 총소리가 공기 중에 흩어진 후 또 영 점 몇 초간은 슬로모션처럼 내 몸의 움직임을 감지했던 것 같다. '시작', '출발'에 대한 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식상하지만 가슴 뛰는 기억에서 시작한다.          


5년 전, 브런치 작가 등록을 마치고 첫 글을 쓰기 며칠 전부터 부정맥이 시작되었다. '뭐에 대해 쓰지? 매일 어떻게 쓰지? 아무도 안 읽으면 어쩌지? 반응이 안 좋으면 어쩌지?' 끄집어낼 수 있는 온갖 걱정들로 심장도 생각도 엇박자로 나댔다. 그런 나의 불안한 시작을 글로 알렸고 조금씩 안정되는 마음도 글로 표현했다. 글쓰기에 대한 걱정은 무엇을 쓸지에 대한 생산적인 고민으로 바뀌었고, 누가 어떤 마음으로 읽어줄지에 대한 고민은 그들의 몫으로 남겨둘 수 있는 여유로 발전했다. 낯섦 이후 찾아오는 설렘, 부정맥 이후 찾아온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나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글을 쓰있지는 않을 것이다.  


'시작'이 설레는 이유는, 우리에게 저마다 시작을 하지 않았다면 맛보지 못했을 경험과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광고만 보더라도 '내 아이 첫 이유식', '내 아이 첫 학습지', '우리의 첫 보금자리'라며 저마다의 기억 소환을 자극하지 않던가? 첫 글을 쓰지 않았다면 맛보지 못했을 이후의 하루하루가 경험과 추억으로 쌓였고 그것이 다시 내 글의 원천이 되어 나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니 매일 설렐 수밖에. 


매 순간의 시작은, 내 삶의 모든 첫 경험은 내 살아온 날들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한다.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은 무엇하나 온전히 저 혼자 시작한 것이 없고 무엇하나 오늘의 나와 무관한 것이 없으며 무엇하나 버릴 것이 없다. 오늘의 글은 어제의 결과이며 내일의 글은 오늘 덕에 존재한다. 아침에 눈 뜨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시작이지만 그마저도 어제의 나에 대한 보상이요 내일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리하여 내게 시작이란, ‘과거, 현재, 미래, 어제, 오늘, 내일’과 동의어다.          

그리하여 내게 글이란, 매일 새로운 시작이다. 


* 라라크루 한 줄 요약 : 시작하는 순간의 두근거림을 즐기자.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 2020년 초의 글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