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크루의 새 시즌이 시작됐다. 벌써 10기다. 지난해 말 라라크루에 올라탄 나는 6기부터 9기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두 편 글쓰기 인증을 했다. 글을 왜 써야 하는지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글감이 없다며 미리 겁먹지도 않는다. 내가 쓴 글을 의심하기보다는 사랑하게 되었다. 제대로 글력을 쌓았다.
지난주 토요일, 9기 합평회가 있었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내적 친밀감이 가득한 크루들과의 만남은 그저 반갑다. 성인이 되어 친구를 사귀는 건 쉽지 않을뿐더러 내키지 않을 때도 많은데, 글로 맺은 관계는 독특하다. 이해득실을 따질 필요가 없거니와 남들이 보기에는 무용해 보이는 일을 각별히 생각하는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회를 거듭할수록 합평회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더 깊고 진해진다. 여러 날 만나 밤새 수다 떨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어떤 마음으로 써 내려간 글인지, 얼마나 처절하게 삶을 헤쳐나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글로써 통하고 깊어지는 관계, 라라력도 쌓였다.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이 나의 3년 후를 결정한다고 해요."
호스트인 희정 작가님의 말이었다. 함께 글 쓰는 라라크루 벗들이 있기에 당신의 3년 후가 든든하다고 했다. 내 주변 인물들을 떠올려보았다. 대부분이 다정하고 편안한 사람들이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뾰족한 말로 툭툭 찌르는 사람, 쌈닭처럼 달려드는 사람이 있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러는 것이겠지만 날카롭게 으르렁대는 사람은 그저 마주하는 것조차 싫어진다. 불편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들로 인해 속 시끄러워지는 날이 간혹 있지만 휘둘리지 않으려 애쓴다. 상대처럼 똑같이 날을 세워보기도 하지만 그런 나 자신 때문에 더 불편해지는 마음을 경험해야 한다. 우습지 않으려고 무서워지기를 택하기보다는 유쾌하지만 단단하여 상대가 선을 지키게 되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하게 된다.
친근함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주변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있다. 좀 더 세련되고 다정한 방식을 몰라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과 의도는 말과 행동으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이를 만나면 불에 달궈진 냄비에 손을 스친 듯 화들짝 놀라 자리를 뜰 수밖에 없다. 동시에, 내 주변에 그렇게 나를 불쑥 떠난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최재천 교수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의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장 잘 적응한 개체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 모두가 제거되는 게 아니라, 가장 적응하지 못한 자 혹은 가장 운이 나쁜 자가 도태되고 충분히 훌륭한, 그래서 서로 손잡고 서로에게 다정한 개체들이 살아남는 것이다."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남고 어떤 사람들이 떠났는지를 보면 3년 후 내가 어떤 모습일지 가늠할 수 있다. 제거될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다행히 내 곁에는 다정한 이들이 훨씬 더 많다. 말 한마디에도 배려가 묻어나고 진심이 담겨있는 이들.
행복하게도 내 곁에는 글 쓰는 벗들이 많다. 말하기 전에 글을 쓰며 사색하고 돌아보고 다짐하는 이들.
유쾌하고 즐거운 마음, 배려 깊고 다정한 태도는 빨리 물드는 법이다. 그들에게 물들어가는 나를 지켜보고 기록하고 싶다. 글이 쌓일 때쯤이면 나도 누군가를 물들일 수 있게 되겠지. 그때쯤이면 나도 누군가의 3년 후를 책임질 수 있는 이가 될 테지.
라라크루 한 줄 요약 : 똑바로 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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