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크루 수요질문 >
❓ 라라크루 수요질문(2024/12/11)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 바꾸고픈 후회되는 일이 있었나요.
1999년. 그 암울했던 한 해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IMF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아버지의 건설회사가 부도가 나서 가족이 따로 살아야 했던 해. 졸업하며 수십 군데의 회사에 원서를 냈지만 모두 떨어졌던 해. 작은아버지 집에 동생과 얹혀살며 주지도 않는 눈칫밥을 먹었던 해.
대학을 졸업하고 언론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2지망 학과인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대학 입시 때 1지망으로 지원했던 전공이 신문방송학이었고 대학 생활 중 광고 관련 아카데미를 다녔던 것이 계속 이어진 것입니다. 사업이 승승장구하던 시절, 졸업 후 딸들의 결혼자금으로 3천만 원씩을 준비해 두었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대학원 진학을 당연히 꿈꾸었습니다. 그만큼 세상 물정 모르고 철이 없었습니다.
작은 아버지 집, 사촌동생들 방에 기거하는 처지였지만, 졸업했는데 왜 취직을 안 하냐는 질문에 난감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모 대학 언론정보학과 수업을 청강하기 시작했습니다. 1학기 동안 청강을 하면서 대학원 후기 모집에 응시할 계획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가방을 메고 나서는 게 좋았고 동경하던 대학 캠퍼스를 누비는 것도 행복했습니다. 얼마간은 그렇게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 꿈도 꾸고 즐거워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갈 차비조차 없는 현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작은아버지께 용돈을 받고 있었고,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부탁했다면 흔쾌히 도움을 줬겠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주제 넘치는 꿈을 꿨다며,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책하기에 바빴기 때문입니다. 집도 절도 없는 주제에, 작은 집에 얹혀살며 눈치 보는 주제에 가당치도 않은 꿈을 꾼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찌어찌 청강을 이어가고 합격한다 치더라도, 대학원 등록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분수에 안 맞는 대학원생 놀음을 지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길로 동네 학원 영어 강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80만 원의 월급을 열 달 동안 모은 적금을 혼수에 보태 이듬해 결혼했습니다. 이루지 못한 꿈을 후회하면서 대안으로 선택한 길에 불만 가득한 삶을 살기보다는, 내가 선택한 모든 것이 최선이고 운명이며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삶의 대부분의 선택에 후회가 없습니다.
단 한 가지, 그때 원하던 목표를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지 못한 것은 후회가 됩니다. 주어진 상황에 순응해 버린 것, 쉽게 포기한 것, 해야 할 이유보다 할 수 없는 이유를 더 많이 나열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보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들에 많이 좌우된 것이 후회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무력해진 마음으로 터덜터덜 출근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달려보고 싶습니다.
행동하고 나서 괜히 했다는 후회가, 행동하지 않고 나서 그때 할 걸 그랬다는 후회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남은 생은 시도, 도전, 행동과 그에 따른 후회를 벗 삼아야겠습니다.
#라라크루 한 줄 요약 :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안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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