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저를 먼저 부르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돌아보니 어린 녀석이더라고요. 배가 고픈가 봅니다. 배를 보이고, 얼굴을 손에 얹고 부비부비 합니다. 지금 아무것도 없는데..
미안한 마음에 열심히 쓰다듬어줍니다. 솔솔바람을 녹이는 햇살에 눈이 감깁니다. 조금만 있으면 언니가 학교에서 오는데 츄르 갖고 바로 올게, 하며 일어선 저를 냐옹 부르며 따라옵니다. 다행히 오다가 제 갈 길을 또 갑니다.
고양이가 친구 만나러 마실 갔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 아이와 고양이가 누워있던 곳으로 왔습니다. 근방을 사람 둘이 냐옹거리며 걸어다니니 할머니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군것질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꼬마아이 무릎에서 잠든 녀석을 또 만났습니다. 학원차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고양이를 둘러쌉니다. 사진도 찍고, 고양이 봤다고 엄마한테 전화도 합니다. 꼭 연예인 같네요.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사온 츄르와 제 것을 맛있게 먹고 저희를 부르며 쫓아오다 아쉬운 듯 발길을 돌렸습니다. 키우면 안 되냐고 불쑥 물을 수 있는 아이가 부러웠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이렇게 물어봐줘서요. 어렸을 때 저는 병아리를 키우고 싶어서 부모님께 허락도 안 받고 그냥 데리고 갔거든요. ㅎㅎ
아이는 집으로 오는 길에 내일은 츄르와 캔을 가져다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늘의 뜻인지 먹을 복이 많은 녀석인지, 내일 텃밭 길고양이들에게 갖다 줄 사료가 한 포대 도착합니다. 집에 많이 덜어놓아야겠습니다. 그것도 챙겨가면 되겠군요.
제 눈에도 이렇게 귀여운데 아이 눈에는 오죽할까요. 집에 와서 사진을 보고 또 봅니다. 고양이가 동네분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