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2)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두 번째 장에서는 "좀비도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할 수 있는가?"를 장제목으로, 습관, 자기통제, 자동행동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때 아들이 빠진 만화책 이름이 [좀비고등학교] 였다. 내용이 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좀비가 나오는 게임도 많았다. 좀비가 무얼까? 사전적 의미는 '서인도 제도 아이티 섬의 부도교 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살아 있는 시체를 이르는 말'(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입니다.
책의 81쪽에는 다소 기이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시작된다.
"좀비 가족이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하 공동묘지에서 깨어난다. 좀비 가족이 지상으로 나와 터덕터덕 길을 걷자 사람들이 공포에 떨며 비명을 질러댄다...."
좀비 가족이 성형수술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같은 모습이어도 문제가 있다. 바로 좀비에게는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는 좀비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들은 신체적으로는 [우리와] 똑같지만 의식적 경험은 없다. 내부의 모든 것이 어둡다." 에이비드 차머스를 비롯한 철학자들은 의식이나 감정, 상상 없이 하는 행동을 인간으로서의 행동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의식은 인간의 행동에 꼭 필요한가, 아니면 의식 없이도 충분히 성공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
앞에 나온 좀비 가족이 성형수술 후 인간으로서의 정신을 갖지 못했을지라도 인간사회에 성공적으로 섞여 들어가 사람처럼 똑같이 행동할 수 있는가?
다소 어려운 질문, 황당한 질문에 골똘히 생각하게 되었다. 애초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정말 이런 일이 있다면 이런 질문은 유효할 것이다.
좀비 가족의 예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접근해보자.
의식적 경험은 대부분 뇌가 오감에서 받는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보이는 시야는 어떨까? 운전할 때 딴 생각을 하는 운전자를 생각해보자. 이 때 운전자는 의식적 경험을 기억하지 못한다. 즉 자동조종장치 상태에서 운전한다. 그러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에서 깜짝 놀라 얼른 정신을 자리고는 브레이크를 밟는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운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 천만한 일인지 알게 된다. 우리의 뇌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기 힘든 구조이다. 멀티 태스킹이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해도 무의식은 사물을 볼 수 있다. 익숙한 길을 운전하는 부주의한 운전자를 생각해보자. 스무 번이고 서른 번이고 다녔던 길이기 때문에 온 신경을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다. 다른 데 정신을 팔게 된다. 운전이 '습관'이 되어 무의식적인 행동을 낳는다. 처음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는 사람과는 완전히 다르다. 습관이 되면 일을 처음할 때만큼 정신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습관체계는 비습관체계보다 훨씬 빨리 작동한다.도로 상황이나 길 찾기에 집중할 필요가 없을 때의 출퇴근길 운전 습관도 마찬가지로 아주 빨리 작동한다.
요즘 아들 학원에 거의 매일 데리러 가고 있다. 운전하고 있는 사람이 남편이긴 하지만, 조수석에 있는 나도 운전하는 마냥 그 길을 외웠을 정도다. 오죽하면, 걸어갈 때조차 가장 빠른 걸어갈 길을 조회하기전에 남편이 운전하던 그 길대로 아들을 데리러 걸어갔다는 것!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때, 무의식과 의식이 두 가지 일을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이 관심을 분산해 두 가지 일을 처리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는 각각의 일에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질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관심을 많이 쏟고 집중할수록 그 일의 성과도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우리가 경험하는 습관적 행동에는 맞지 않는다. 어떤 행동을 습관이 될 정도로 아주 많이 연습하면 대개는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몸이 자동적으로 그 행동을 하면서 결과도 더 좋아질 때가 많다. (095~096페이지)
가장 미묘한 행동을 습관이 지배하기도 하고 뚜렷한 의식이 통제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쪽의 지휘를 받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내 행동습관을 분석해보고, 의식이 통제하는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그 행동이 나오는지 살펴봐야겠다. 또한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 중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능숙하게 하게 된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성과를 어떻게 내게 되었는지 기록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