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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광선 Jan 27. 2020

당신의 오로라, 나의 북유럽 9

아빠와 함께 한 핀란드, 노르웨이 오로라 여행

고래등처럼 조용히 누워 있는 설산과 다리를 지나, 트롬쇠를 먼 마음속에 남겨두고 떠나오는 비행기 안. 베르겐으로 향하는 하늘 위는 온통 눈 덮인 산, 산 그리고 그 사이로 언 바다뿐이다. 크고 작은 피오르드와 호수, 빙하가 녹은 암벽들은 사람이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저 켜켜이 쌓인 시간만을 조용히 설산 아래에 감추고 있을 뿐이다. 사람을 압도하는 그 풍경은 처음에는 두렵다가도 이내 사람이 손댈 수 없게 체념하도록, 그리고 그 자연에 순응하게 만든다. 그 광경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베르겐은 노르웨이에서는 제법 큰 도시로, 예전부터 항구 도시로 이름을 날렸던 곳으로, 도시의 이름 자체가 항구라는 뜻이라고 한다. 세련된 공항은 베르겐?이라 쓰여 있는 물음표로 관광객을 맞는다. 이곳에선 무엇을?이라고 묻는 듯한 흥미로운 입구이다.


버스는 크리스마스의 도시로 향한다. 중앙역과 현대미술관들이 늘어선 대로를 지나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인 반짝반짝한 광장을 지나면, 곧바로 항구에 닿는다. 온통 통유리로 지어진 피시 마켓의 일 층은 시장이자 해산물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고, 이 층에는 관광객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내일 출발할 피오르드 투어 티켓을 찾은 후 일 층 피시 마켓으로 향한다. 온갖 신선한 해산물이 바로 요리되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다. 시내에 있는 식당들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바닷가에서 바로 맞은편 브뤼겐 지구를 마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브뤼겐 지구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수백 년 된 목조 건물들이 항구를 면하고 늘어서 있다. 13세기에 무역을 하던 상인들의 집과 가게로 쓰였던 건물들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중간에 화재로 소실된 적이 있다고도 했지만, 대부분 옛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도 같은 색깔로 칠해진 것이 없는 건물들은 조금씩 기울어진 채 서로를 의지하고 서 있었다. 나무 냄새 가득한 좁은 골목과 계단들을 지나면 여러 도시로 향하는 현대적인 크루즈선이 드나드는 바쁜 항구로 이어졌다. 크리스마스 과자집 같은 스타벅스는 몇백 년 된 커피점처럼 아늑하기만 하다. 오래된 나무와 현대의 선박이 그렇게 어우러지는 베르겐은, 과거의 영화를 간직한 도시이지만 묘하게 현대적이고, 고즈넉하지만 또 묘하게 바쁜 도시이기도 했다. 항구를 바라보는 호텔은 난방이 잘 되지 않았고, 밤새 거대한 유람선의 기적이 울렸다. 바다는 발코니 창문 바로 앞에서 찰랑였다. 바다와 땅의 사이에 이상하게 끼인 도시에서 어지러운 꿈을 꾸었다.       

   



겨울 북유럽 여행자를 위한 소소한 여행 팁 9.

부모님과 함께 할 예비 여행자들을 위한 북유럽 여행의 소소한 팁.

먼저 북유럽 호텔에는 슬리퍼가 없다. 대체로 서양 호텔에는 그런 듯한데, 하루 종일 무거운 부츠를 신고 걷다가 호텔 오면 신발을 벗고 편히 누워야 하는데 슬리퍼가 없으면 상당히 불편하다. 실내에서 신을 신발을 따로 챙겨가거나 생활용품점에서 일회용 슬리퍼를 챙겨 한 숙소에서 신고 버리고 오는 것이 편리하다.

대체로 숙소에서도 와이파이가 잘 잡히지 않는다. 구글 지도를 이용하거나 검색 시 와이파이가 필수이지만, 산이 많은 지형이어서인지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서도 상당히 느린 편이다. 유심을 챙기거나 로밍은 필수이다.

환전은 거의 필요가 없다. 현금을 받지 않는 호텔이나 레스토랑도 많고, 현금을 쓸 일이 거의 없기도 하다. 심지어 화장실(기차역 등 공공시설에서도 화장실은 유료)도 카드 결제가 된다. 유로와 크로네로 5만 원 정도만 환전해도 충분하다. 대신 카드는 종류에 따라 결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어 비자, 마스터 등 다른 종류로 두세 개 정도는 챙겨야 한다.      

공항에서의 입국 심사가 까다로운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빨리빨리 일처리 하는 습관이 없어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된다. 질문이 많은 경우도 많고, 가족이 있는 경우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도 흔하므로, 부모님 손을 잡고 공항에서 뛰지 않으려면 특히 환승 시에는 시간을 여유 있게 잡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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