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경 Nov 04. 2017

관계, 혹은 불편함이라는 이름.

불편함에 대해서.

전 애매모호한 걸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한창 혈기가 있을 땐 모 아니면 도 식으로 극과 극을 달리던 적도 있었죠(그런 거 자체가 좋은 건 아닙니다. 분명..). 하지만, 뭔가 방향이 어정쩡하고 분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기분이 좀 안 좋아지더라고요. 얼굴에서도 바로 티가 날 정도로 말이죠.


한 예로, 두 사람이 있습니다. 남녀입니다. 그들은 어느 정도 친분도 있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보면 약간 뭔가가 어색함이 흐릅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호의를 품고 있는 반면에, 여자는 그냥 대하는 건 편하게 대한다 치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가깝게 느낀다 생각은 안 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편함이 있기에 반응은 상대방이 간혹 오해를 할 만큼 상당히 잘해준다고 한다면..

결국 나중에 가서는 어떻게 될까요? 상황이야 많은 흐름이 있겠지만 어찌 됐건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함의 기류가 흐르겠죠? 남자는 여자의 태도에 점점 이상함을 느끼고, 여자는 남자의 호의에 점점 부담감이 가중되고 말이죠.. 그런데 두 사람은 어느 누가 먼저 이 흐름을 깰만한 말을 하지 못합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로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하는데, 그 말이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 봐 머뭇거리기만 할 뿐이죠. 결국 둘은 그렇게 편했다가도 어색함만 남은 체 서먹해지게 됩니다.


위의 예는 조금 극단적으로 쓴 것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위기에 닥친 관계에 대해서 약간의 불편함이 와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전전긍긍하거나 그냥 상황을 피하거나 하는 등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적잖다는 겁니다. 요새는 그래도 밀당 금지 솔직담백, 돌직구 등의 유행어도 낳을 만큼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부분(뭐 그런 건 사실 남자 혹은 여자가 지나치게 소심한 걸지도요)들도 종종 보이더라고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아닌 거면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해야 합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스멀스멀 얼렁뚱땅 조용했다가 시간 좀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웃으면서 대하게 되면.. 그게 더 어중간하고 이상하지 않을까요? 애써 가면을 쓴 것 마냥 말이죠. 상대방이 내 말의 표현에 의해 상처를 받을 거 같아서 조용히 있다..? 혹은 굳이 그런 걸 말로 해서 싸우기 싫거나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제 생각엔 말입니다. 그게 배려보다는 오히려 상대를 기만하는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나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란 이미지로 남기고 싶다는 뜻이겠지만 그건 되려 가식적인 인상이란 오명을 쓸 수도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궁금해하는 건 바로 당신의 생각이나 의견이고 표현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오히려 그 필요에 대해선 생각을 않고 오히려 상대방을 배려한답시고 아무 연락 없이 그저 며칠간을 조용히 시간만 지나면 되겠지 하며 지낸다는 것은 그 사람을 무시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의사를 전혀 보여주지 않은 채로 말이죠..


굳이 그렇게까지 관계 가운데서 불편함을 만들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요? 무조건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은 아닌 거 같습니다. 불편함을 무릅쓰고서라도, 오해를 풀으려 노력하는 용기가 제가 볼 땐 더 아름답고 멋지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좀만 더 지혜롭다면 잘 헤어지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불편한 상황이지만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게 말이에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게 아닌데, 우리는 가만 보면 너무 외골수처럼 그냥 귀찮거나 굳이 그렇게 긁어 부스럼 만들 거 뭐 있냐며 스스로에게 합리화를 해버립니다. 이젠 조금만 더 생각해 봅시다. 관계는.. 우리가 스스로 만든 게 아닌 조물주가 주신 선물인 만큼, 허투루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 영역을 잘 설정하고, 다시 바라본다면 그런 어색함이 생길 이유가 없겠지요.


서로 조금만 더 용기 내 봅시다. 그리고 한 발짝 다가가 봅시다. 자신의 생각이 만들어낸 부분이... 매번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바로 알고서 말이죠

매거진의 이전글 관계의 가장 큰 핵심, 공감 그리고 역지사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