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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파미 Feb 22. 2017

나 혼자 동남아 삼국기 5편

5편. 다시 한 번 라오스

나 혼자 동남아 삼국기 (태국-캄보디아-라오스)





5편. 다시 한 번 라오스




경로 (총 31일/2015년 3월 2일 저녁 비행기로 떠나 4월 1일 밤 비행기로 돌아옴)

태국▶캄보디아▶라오스▶태국


인천 공항 - 방콕 수완나폼 공항 (뱅기) - 카오산로드 (택시) - 캄보디아 국경 뽀이펫 (카지노 버스) - 씨엠립 (택시) - 씨아누크빌 (심야버스) - 라오스 비엔티엔 (프놈펜에서 뱅기) - 방비엥 (버스) - 루앙프라방 (밴) - 루앙남타 (버스) - 라오스 국경 훼이싸이 (로컬버스) - 태국 국경 치앙콩 (국경버스) - 치앙라이 (로컬버스) - 치앙마이 (버스) - 방콕 (심야버스) - 수완나폼 공항 (지하철) - 인천 








앞쪽에는 현지인 몇 명이 어슬렁대고 있고, 곧이어 오토바이탄 친구 하나가 내쪽으로 오는데 설마 쟤는 아니겠지. 모자 밖으로 길게 반쯤 늘어뜨린 머리나 얼굴 생김새로 봤을 때 현지인이 확실해. 


어라? 한국말을 한다. 이야. 이래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니까. 

난 니가 현지인인 줄 알았다고 하니까 자기도 그런 오해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고.

아무튼 난 외국에서 처음 본 남자 오타바이 뒤에 겁도 없이 올라탔지. 사실 무서웠는데 그냥 그래야 될 것 같았어. 


이 친구는 나보다 다섯살 어린데 이번에 역시 동남아 1달 코스로 왔다네. (앞으로 이 친구는 L군으로 부르겠음)

붙임성은 좋은 거 같아, 보자마자 형이래. 첫인상과 다른 털털한 모습에 기분 좋아져서 한참을 마시고 떠들어대다가 숙소로 들어왔는데.

불은 다 꺼져있고 나머지 세명은 벌써 자고 있어서 조용히 2층 침대로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었지.

게다가 바로 옆이 에어컨이라 솔직히 너무 춥게 잤어.


L군은 다음날 바로 방비엥으로 출발했고, 난 벌써 도착했다는 K양과 P군을 맞이하기 위해 조마 베이커리로 갔지. 며칠 만에 보는 건데 왜 오래된 친구들 보는 것처럼 반가운지 몰라.

하루 묵고 방비엥으로 간다기에 나도 하루 더묵기로 하고 어제 투숙했던 백패커스로 데려갔지. 이번엔 2층에 16인실로 줬는데 여기가 훨씬 넓고 좋더라구. 

짐만 던져놓고 툭툭이 타고 남들 다 본다는 탓루앙사원 구경하고 근처 몇 군데 더 들렀다가 돌아오니 벌써 3시야. 






메콩강 근처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더워서 미칠 거 같아)

환전도 하고. (더워서 쓰러질 거 같아)

너무 더워서 씻으러 숙소에 갔어. 근데 아직 터지지 않은 내 발등 위에 물집을 보더니 K양이 자꾸 터뜨리자는거야. 난 무서운데. 아프면 어떡해. 싫다고 했더니 자기가 해주겠다네?

나도 큰맘먹고 그 친구한테 바늘을 맡겼지. 

시선을 다른쪽으로 돌리고 있었는데 벌써 끝났대. 아프기는 커녕 아무 느낌도 없이 시술(?)이 끝나버렸어. 오히려 미리 터진쪽보다 깔끔하게 처리가 됐지. 


씻고서 조금 쉬다가 어둑해지는 하늘을 보고 야시장 구경하러 나갔어. 꽤나 길게 늘어서 있는 가게들이 손님들로 붐볐지만 생각보다 살건 많이 없더라고.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다가 길거리에서 볶음국수와 맥주를 사들고 메콩강가로 나갔지. 

더운 열기를 식히러 나온 주민들로 강가 주변은 꽤나 사람이 많아. 단체로 기이한 건강댄스를 추는 사람들부터 K팝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현지 10대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나온 가족들까지. 

얘네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라고 조금 느껴지는 듯 해.






예약해둔 버스를 타고 다음날 오전에 방비엥으로 출발했지. 적당히 낮에 도착했는데 L군이 오토바이 타고 마중 나온다더군. K양과 P군도 팍세에서 만났던 친구가 마중나온다고 하는데.

저 멀리서 오토바이 2대가 다가오는데 아니 그 둘은 여기서 또 만나서 같이 다닌다고 하니, 이런 우연이 있나? 참 신기했어.

아무튼 우리 세명은 L군이 묵는다는 숙소에 묵기로 했어. 왜냐면 무척 저렴했거든. 하루에 6만킵이니 시설이 열악해도 참아야지! 


나와 P군은 3박을 잡아놓고 나머지 세명과 함께 남들 다 간다는 블루라군으로 출발. 

엄청 붐빌 줄 알았더니만 생각보다는 적당한 사람 수. 우린 구명조끼를 하나씩 빌려 입고서 역시 남들 다 한다는 줄잡고 점프, 나무 위에 올라가서 점프 등 할 거 다 했지. 

근데 솔직히 내가 수영을 잘 못해서 그런지 나무 위에서 뛰어내릴 땐 조금 겁나더라. 


저녁에는 유명하다는 돼지 뽈살구이집에서 거하게 드링킹. 저렴하니 맛은 괜찮은데 뭐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은 아냐. 그래도 방비엥에 왔으면 한 번 정도는 흡입해줘야 해.






다음날도 남들 다 한다는 액티비티 중에 짚라인은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동굴투어+카약으로 다 같이 진행. 

타이어 타고 동굴 한번 들어갔다 나오고 나니 밥 먹으래. 이제 카약을 2인 1조로 타고 내려가야 되는데 내심 혼자 온 여자사람과 한배에 타고 역사가 이루어지는 기대를 했더니만, 눈치 없는 L군이 나를 잡아 끈다. 놔라 이 손을! 


내가 앞에 타고 가는데 옆 배와 부딪히기도 하고 물도 마구 튀기면서 내려가니까 힘든 줄 모르겠더라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 부쩍 힘이 든다 했더니 뒤에 탄 L군이 노는 안 젓고 장난만 치고 있잖아.

이 녀석의 장난 덕분에(?) 물에 빠지기도 수차례. 정말 인생 하직하고 싶냐? 

겨우 겨우 도착하니 벌써 해가 지려고해. 이거 은근 힘들어. 다음날 팔이 뻐근할 정도야. 


하루를 더 있는 우리와 달리 일정이 빠른 K양, L군, 다른 그 친구 S군은 루앙프라방으로 떠났어. 사실 우리도 그닥 할 건 없었지만 너무 빠듯하게 돌아가는 거 같아서 하루정도 더 쉬면서 여유를 부리기로 했지. 낮에 슬슬 동네 이곳저곳 다 돌아보고, 빨래도 귀찮으니 미리 맡겨놓고, 괜히 저녁때 사쿠라바도 가봤지. 특별할 건 없는 하루였지만 정신없이 달려온 여행이 어느덧 반쯤 지나간 시점에 조금 쉬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어. 






루앙프라방으로 출발하는 날 오전, 숙소 앞에서 밴을 기다리는데 신형 토요타가 떡하니 도착.

에어컨 빵빵하고 자리도 널찍하니 너무 좋아. 다른 숙소들 들르면서 마저 태우고서는 출발.

몇 년 전과 달리 지금은 새로 길이 뚫려서 4시간이면 루앙프라방에 도착하지. 하지만 경사가 심해서 버스나 구형 차량은 구길로 가야 돼.


오후 1시에 정확히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는데, 그래도 5년 전에 한번 와봤다고 대충 어딘지 알겠어.

먼저 출발했던 세명과 조우를 하고 같이 밥 먹으러 돌아다니다가 인간극장에 나왔던 '빅트리'로 갔지. 마침 주인공인 여자 사장님이 외출했다 들어오시면서 반갑게 인사를 해주시네.



자꾸 일정이 먼저인 세명은 저녁에 치앙라이로 슬리핑버스를 타고 떠났고, 

우리는 야시장 쇼핑을 시작했어. 여기가 그래도 좀 살만한 게 많아. 

우선 사전 탐방을 위해서 한 바퀴를 쭉 돌면서 미리 찜도 해두고 가격도 물어보면서 다녔지.

또 한 바퀴 돌면서 살 것을 완전히 정한뒤 어느 집에서 살까를 고민했지. 

거꾸로 다시 한 바퀴 돌면서 흥정을 시작했는데, 아 너무 돌아다녔나 봐. 더럽게 힘들어. 

P군과 나는 열심히 고르고 골라서 각자 기념품과 약간의 반팔, 반바지를 득템 하고서야 쇼핑을 끝냈어. 

오늘은 피곤해서 정말 잘 잘 수 있을 것 같아. 


새벽에 탁발하는 걸 보려고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는데 순간 포기하고 잠을 잘까도 했지만, 그래도 여행을 왔으면 이런 건 봐줘야지. 

직접 공양을 드리진 못했지만 경건하고 조용히 길게 진행되는 스님들의 행렬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정화되는 느낌이 들더라. 

탁발을 보고 나서 쌀국수 한그릇 먹고, 메콩강 바라보면서 커피 한잔씩 마시고, 꽝시 폭포로 출발.






특별한 게 있겠어라고 생각했던 꽝시 폭포는 생각보다 규모도 있으면서 너무 아름다워. 힘들지만 나와 P군은 폭포 끝까지 올라갔지. 그리고 길을 헤쳐 폭포 맨 위쪽에 다다랐지. 바로 앞은 수직 절벽에 낭떠러지였지만 기분은 끝내줘. 쏟아지는 폭포 속으로 들어가니 그 위력이 더욱 실감이 나.

비록 쪼리는 한쪽을 잃어버려서 맨발로 다녀야 했지만 즐거운 경험을 안고 돌아왔어.




꽝시폭포 꼭대기에서 

https://youtu.be/3oTlDVd5Bpk



다음날은 루앙프라방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부터 자전거를 빌려서 시내를 구석구석 쏘다녔지. 달리는 기분 상쾌도하다. 아.

그 기분은 딱 30분 정도 가더군. 낡은 구형 자전거를 타고 다니려니 약간의 경사에도 가해지는 종아리의 압박. 현저히 저하되는 저질체력. 그래도 뭐 걸어다닌 것보단 나은거 같아. 

물론 이날 5년 전에 묵었었던 그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를 찾아가서 만났는데, 나만 반가웠나봐. 낮잠 주무시다가 살짝 당황하신 모습이 귀여우시더라고.  

아래글 참고.

(https://brunch.co.kr/@tufami/1


밤 버스로 떠나는 거였지만 우리는 루앙남타를 들렀다 넘어가기로 결정했어. 치앙라이까진 너무 멀기도 했고,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라 구미가 당겼거든. 

산길인데다 포장이 안되어있어서 무척 느리게 가고 있어. 그런 와중에도 잠은 쏟아지고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있을 때쯤 어디엔가 도착한 소리가 들렸고 바로 이곳이 루앙남타라고 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가방을 챙겨서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렸어. 

근데 정말 딱 우리 둘만 내렸는데 여기가 루앙남타가 맞아? 시간은 새벽4시고, 터미널 불은 화장실빼고 다 꺼져있고, 칠흙같은 어둠에,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날씨는 춥고,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는거야. 

P군과 나는 길바닥에 그냥 주저앉아버렸어.







6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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