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아직 우리 어플은 망하지 않았다. 6월에는 드디어 "월급" 이란 걸 소박하나마 나눠가지기로 했고, 무려 직!장!의료보험도 받게 되었다. 나름 건실한 회사에서 당연히 받았던 혜택들을, 바닥부터 하나씩 애써서 받기 시작한다는 것이 살짝 신기한 느낌이 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게 "태어나서 처음" 인 아이들이 모여서 서비스를 하다 보니, 역시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들이 꽤 많았다. 역시 "태어나서 처음" 페이스북 고객 센터와 메일을 주고 받다가, "알았어. 기다려봐" 라는 답장을 받고 멍 때리던 중... 그 동안 있었던 잡다한 사건 사고들을 공유하면 어쩌면 얻어 걸린 누군가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글을 써 보기로 했다. 글을 쓰다보면 시간이 겁내 잘 가니까, 이 초조한 기다림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아래의 일들은 2016년 11월에서 2017년 7월 사이에 있었던 일들로, 이후에는 정책이 바뀌는 등의 이유로 달라질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iOS 어플은 승인 받는데 하루가 걸린다.
Android 어플을 먼저 출시하고, 얼마 전에 iOS 어플도 완성해서 출시를 했다. iOS 는 어플 심사를 맡기면 2-3주가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인력이 충분치 않아 개발자들이 아름아름 테스트하는 수준이라서, "와 끝났다" 하고 돌아서면 "어라? 버그네?"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2-3 주 안에 버그가 발견되지 않을리가 만무하고, 이 사이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이 됐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그런 문제는 전혀 없었다. 일단, 승인을 받긴 해야 하는데, 승인을 받는데 하루가 걸린다. (우리 경우는 항상 새벽 5시에 뭔가의 action 이 취해졌다.) 물론 한방에 승인을 받지는 못하지만, 문제가 뭔지 나름 자세히 잘 가이드를 해 주는 편이다. 고치란대로 "네네" 하면서 잘 고치다 보면, 어느 순간 승인이 떨어진다.
어플 버그를 고쳐서 새 버전으로 바꾸려고 해도 역시 승인이 필요한데, 크게 걱정할 게 없는 것이, 승인 요청시 "바로 배포하지 말아주세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라는 옵션이 있기 때문에,
- 끝나간다 싶을 때 일단 승인을 넣고, (넣을 때 알아서 할게요 옵션을 선택해서)
- 왔다갔다 하면서 고칠 거 고친 후에
- 승인 떨어진 후,
- 버그 수정한 걸 다시 승인 요청을 하면 새벽 5시에 승인이 되고,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iOS 어플 배포 후 인앱 결제가 작동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iOS 가진 사람들이 부자가 많대. 결제를 많이 한대" 라는 희망찬 소문을 가슴에 안고 오전 11시에 첫 배포를 했었더랬다. 근데 인앱 결제가 동작을 안 하는 게 아닌가?!
iOS 에서 beta 어플을 출시해서 테스트하려면, Test Flight 라는 것으로 등록을 하여 테스트를 하면 되는데, 여기서 분명히 다 잘 되던 것들이고, 상품 등록도 제대로 했는데, 인앱 결제가 동작을 안 하니 뭔가 축포를 터뜨리고 싶은데, 축포는 개뿔... "뭐지?뭐지?" 하는 당혹감으로 슬픔에 휩싸였었더랬다. 뭔가 디버그라도 넣고 싶은데, 디버그 넣은 어플을 배포하려면 다시 하루가 필요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시간이 좀 필요한 거였다. 우리 경우는 밤 10시가 되어서 인앱 결제가 정상 작동하기 시작했었다.
사실 이건 나에게는 매우 가혹한 경험이었다. 싸이가 자신의 무대에 열광하는 관객들을 쳐다 보며 "아 이 맛에 가수하는데" 라고 읊조리는 걸 본 적이 있다. 개발자는 뭔가가 딱 끝난 그 순간, 그 성취감을 느끼며 "아 이 맛에 개발하는데" 라는 그런 게 있는데, 배포하고 "그 맛" 을 느끼지도 못하고 기다린다는 것은... 막상 모든 게 정상 작동할 때는 진이란 진은 다 빠져서 느낄 맛 따위는 이미 요단강을 건너갔던...
인앱 결제가 정상 동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았으면, "그 날"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가열차게 놀 수 있었을텐데... 몹시 아쉽다.
평점 테러단이 있다.
그래도 나름 Google play 에서 4.2 정도의 평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4.0 밑으로 평점이 훅 떨어졌다. 개인적으로 4.0 밑의 평점이면 어플 다운로드를 안 하는 편이라, 매우 당황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뒤져봤더니, 엄청나게 많은 1점짜리 평점이 한꺼번에 달려 있었다. 이런 애들이 있다고 한다. 평점 테러단. 무슨 목적으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테러단이 3일간 활약하고 가자 평점이 3.8 까지 훅 떨어졌었더랬다.
이 문제는 평점 그래프 등을 소상히 capture 를 떠서, 구글 Play console 의 Help 에 메일을 보내어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해결이 되었다.
구글 Play Help 는 요청이 한글이냐/ 영어냐에 따라서 담당하는 쪽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급박한 마음에 한글/영어 각각 요청을 했는데, 영어로 보낸 쪽이 곧바로 처리가 되었었다. (이건 케이스마다 매우 다를 것 같긴 하다.)
구글은 통보 없이 어플의 노출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개발한 어플은 채팅 류라서, 부적절하다고 신고를 받을 수 있는 어플이다. (물론 우리는 부적절해 지지 않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하여간 구글 내부적으로 이렇게 신고 받은 어플들을 관리하는 내부 방침이 있을텐데, 마지막 단계가 어플 개발사에 통보하고 어플을 퇴출하는 것이다.
이 단계까지 가기 전에 중간 단계로 이루어지는 것이...
"개발사에 알려주지 않고, 사용자에게 어플 노출을 최소화"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걸리면, 검색 점수가 없어지다 시피 한다. 어플 이름을 정확하게 딱 쓰면 검색이 되는데, 관련 keyword 로는 검색이 되지 않고, "유사한 앱" 같은 리스트에서도 싹 빠진다. 그리고, 어플 순위에서도 없어진다.
우리 어플 같은 경우는 해외에서 나름 인기가 있어서, AppAnnie 를 통해서 순위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AppAnnie 순위에서 싹 없어졌었다. 처음에는 AppAnnie 의 버그인가 싶어서 그 쪽에 물어봤더니, 구글이 정보를 안 주는 걸 거라고, 구글에 물어보라고 해서, 구글에 물어봤더니 답장이 없고... 그렇게 시간이 갔었더랬다.
처음엔 그냥 뭔가의 이유로 순위 집계에서만 빠지는 건가 했었고, 검색이 안 되고 있을 줄은 상상을 못했었다. 3주 정도 지났을까... Organic 으로 들어오는 사용자 (페북 광고 등으로 유입되는 게 아니라, 그냥 Google play 내에서 노닥거리다가 앱으로 들어오게 된 사용자) 숫자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걸 보고, 어라?? 하면서 검색을 해 보고 그제서야 알게 됐다. 뭔가 우리 어플을 구글이 부끄러워 한다는 사실을...
우여곡절 끝에, 우리가 구글 정책에 따라 노출이 최소화 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제재가 풀리면서 상황이 해소가 되었다. 구글 Play Help 에 한국어/영어 동원에서 메일도 보내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동원에서 알아보기도 하고... 여러 노력을 했었는데, 어떤 노력이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시간" 이었을지도.
구글의 인앱 결제 환불 정책은 너그럽다.
"환불은 한번은 되고 두번째부터는 안 해 준다" 는 것은 유료 앱에 대한 정책이다. 인앱 결제에 대한 환불은 그것보다 훨씬 더 너그럽다. 악의적으로 한 시간에 10번씩 결제 하고 환불하고를 반복하는 사용자들이 있었는데, 구글이 환불을 허용해 줬다. ㅠ.ㅠ
이 문제에 대해서 구글에 나름대로 문의도 해 봤었는데, 결론은 개발사가 알아서 잘 처리해야 한다... 이다. 우리 어플 같은 경우는 (지금은 없지만) 처음에는 내부에서 선물을 주고 받고, 받은 선물을 모아서 실제 돈으로 환전하는 기능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환불 문제가 단순히 item 토해내게 하는 걸로 끝나지 않는 터라 정말 심각했었더랬다. 그런데, "그렇구나" 라는 걸 알고 난 다음, 때마침 환전 기능도 없앴기 때문에, 환불 기록 모니터링해서 반복적으로 환불 하는 사용자에 대해 제재를 하는 것 정도로, 지금은 그런대로 맘편히... 잘 살고 있다.
페이스북은 경고 없이 광고 계정을 정지시킬 수 있다.
해외 시장 한번 뚫어 보겠다고 현지에서 고생하던 예전 회사 기억을 해 보면... 페이스북 광고는 정말 신세계였다. "우리 어플이 왠지 동유럽에서 통할 것 같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들면 채 5분도 안 되어, 페북 광고로 동유럽 마케팅을 시작할 수 있다. 오오...
사람들은 약간 자극적인 사진이나 글귀에 더 반응을 했다. 남녀가 건전하게 해맑게 웃고 있으면, 광고 단가가 500원인데, 남녀가 야시시하고 안고 있으면 단가가 200원이 된다. 그러다 보니 페북이 "이 광고는 안돼!" 라고 경고를 보내주면 바꿔서 시도 하고, 또 시도 하고 반복을 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계정이 정지가 됐다. "너 여기서 더 까불면 정지시킨다?!" 같은 경고는 없었다. 항의할테면 항의하라고 해서 항의했더니, "검토했는데 넌 안 되겠어" 라고 했다.
이후의 일은 워낙에 case by case 일 것이라 더 적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만...
- 페북 광고가 잘된다고 페북에만 집착하지 마라. 다른 광고 수단도 시도해 봐라.
- 광고 disapprove 되는 것이 쌓이면 결국 문제가 된다고 한다. disapprove 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첫번째 계정 정지는 주어진 절차에 따라 항의를 하면 1-2일 내에 풀리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 두번째 계정 정지 까지 가면 계정이 풀리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조심스러운 의견을 공유해 두고자 한다...
플리토 짱이다.
전세계에 어플을 뿌릴 거라고 포부를 크게 가지고, 어플 내부 구조는 다국어를 고려하여 처리하기는 했는데 번역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걱정이었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온갖 우여곡절 (가령, 이태리어를 할 줄 안다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같은...) 을 겪었는데...
플리토 짱이다.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고, 번역도 빨리 되어서 온다. 번역의 Quality 가 좋은지는 내가 할 줄 아는 언어가 한국어밖에 없어서 모르겠지만, 어설픈 한국어더라도 대충 뜻이 통하면 어플 쓰는데 지장은 없으니, 그 나라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라고 믿기로 한다.) 하여간 우리 어플의 은혜스러운 동반자이다.
구글도 애플도 입금을 빨리해 주지 않는다.
2017.10.5 추가. 버는 만큼 광고비로 집행하기로 했었다. 그럼 이론적으로 고정비만 통장에서 슬슬 사라져야 할 것 같은데 통장 잔고가 너무 없어져서 봤더니 (통장잔고가 너무 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분석하기 시작했다는 건 좀 부끄럽긴 하다 ㅠㅠ) 구글은 전달의 인앱결제분을 다음달 15일에, 애플은 전전달의 인앱결제분을 7일에 입금한다. 페북이고 구글이고 광고비는 그날그날 칼같이 바로 다 회수한다. 구글만 놓고 보면... 내가 한달반 후에 들어올 돈을 땡겨쓰는 게 되는거다. 가령 내가 가진 돈이 2억인데 한달매출이 2억이고 번만큼 쓰면, 한달반의 매출.. 3억이 통장에 있어야 월급 못 주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거다. 받을 돈은 늦게 받고 줄 돈은 칼같이 즉시 줘야 하는 거... 약간 기분이 서럽다... ㅠㅠ
한 때 플랫폼을 꿈꾸고 만들었던 입장에서... 다른 이들의 플랫폼 위에 올라가서, 일정을 절대 언급하지 않는 고객 센터와 대화하는 것은 적응하는 게 쉽지가 않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중소 IT 기업들은 정말 착한데... 심지어 내가 가능한 일정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일정을 얘기해 주기까지 하는데... 쩝쩝... 첫 회사를 너무 오래 다니긴 한 모양이다... 늘 기승전옛날회사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