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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누 Aug 29. 2020

무소유

여행을 간다.

여행에서 꼭 필요한 것만 챙기고자 마음먹는다.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하자!'는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여벌의 속옷, 여벌의 옷, 여벌의 안경 등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몇 가지를 더 챙긴다.

(사실 이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 적은 없는 것 같다...)

오늘도 짐을 최소화하긴 글렀다.


여행지에서 쓰고 버릴 것들로 챙긴다.

가는 길의 짐보다 오는 길의 짐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이 옷은 평소에 안 입으니까 버리고 와야지'

'이 물건도 뽕 뽑을 만큼 썼으니까 버리고 와야지'

'스타일보다, 귀찮음이 먼저지...'

그래 봐야 여행지에서 구입한 것.

여행지에서 다시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것.

오늘도 역시 돌아오는 길이 더 무겁다.


삶에서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자.

다 버리자.

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참 어렵다.


2016년 전 직장을 퇴사하며

'행복하게 살자, 즐겁게 살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자'

라고 몇 번을 되새겼지만,

그 마음가짐조차도 지켜내지 못하고,

나는 오늘도 월급의 노예가 되고,

지름신을 통해 만족을 느끼고,

연봉 인상을 위해,

직급을 올리기 위해,

욕심내어 자신을 혹사시키며 일한다.

뼈 빠지게 일한다.

참 못 버린다.

내 마음의 무소유도,

마음을 비우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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