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편안한 옷이라도 절에서 입는 절복을 입느냐. 개량 한복을 입느냐. 펑퍼짐한 추리닝을 입느냐. 레깅스를 입느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법이다.
입는 옷에 따라 몸 안의 에너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절복을 입으면 걸음이 느려지며, 마음이 경건해지고, 여유가 생긴다. 한복을 입으면 마음이 선비와 같이 젠틀해지고, 아량이 넓어지며, 절로 뒷짐이 져진다. 추리닝을 입으면 절복과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은 똑같이 편안해지나, 한없이 게을러지고, 몸에 힘이 빠지고, 축축 쳐지는 느낌이다. 절복이나 한복과는 다른 편안함인 것이다. 반면에 레깅스를 입으면 같은 트레이닝복임에도 추리닝과 달리 몸에 생기가 돌고, 괜히 몸이 가벼워지고, 언제든 저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준비가 되는 마음가짐이다.
이처럼 다 같은 편한 복장이지만, 어떤 용도의 옷이냐에 따라 그 마음가짐과 몸속의 에너지와 머리 맑음이 달라진다.
이는 '어떤 곳에서 자느냐?'도 마찬가지다. 절이나 교회, 성당에서 자느냐. 경찰서, 교도소에서 자느냐. 내 집이냐, 남의 집이냐. 모텔이냐, 호텔이냐, 역이나 터미널에서 자느냐, 야간 기차에서 자느냐. 몸을 뉘일 곳이 있다는 것, 눈을 감았다는 것, 잠을 잔다는 것은 똑같지만, 잠자기 전, 잠든 후, 잠에서 깬 후, 마음의 편안함도, 몸의 편안함도 다르다.
이처럼 다 같은 잠자리이지만, 잠에 들기 전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잠에서 깬 후, 새로운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어떤 것을 먹느냐?'는 어떠한가. 피자나 햄버거 같은 서양식 패스트푸드를 먹느냐. 해장국, 비빔빕 같은 우리의 패스트푸드를 먹느냐. 천천히 스테이크를 먹느냐. 긴 시간 한정식을 먹느냐. 식사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마음의 여유'가 다르고, 먹는 음식의 가치(가격)에 따라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고, '몸에 좋고 나쁨'이 다르다. 심지어 같은 패스트푸드라도 서양식이면 좀 더 '캐주얼'하고, 동양식이면 좀 더 '몸에 건강할 것'이라고 느낀다.
이처럼 다 같은 먹거리이지만, 서빙이 되는 시간, 먹는 시간, 먹는 방법, 가격, 소재 등에 따라 사람의 마음가짐과 여유, 행동이 달라진다.
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입고, 먹고, 자는 것과 같이 똑같은 것들이 천차만별 다르게 느껴져 버린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뉘앙스로 이야기하냐. 어떤 의도를 품고 있느냐. 어떤 어휘를 사용하냐에 따라 전체의 의미와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