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첫날 20여 킬로미터를 걸었다.
걸을 만했다.
다음 날은 40km 가까이를 걸었다.
힘도 들고, 온몸이 아팠지만 할 만했다.
셋째 날 아침,
걸음을 떼기가 힘들 정도로 발이 아팠다.
발바닥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새끼발가락에 잡힌 아주 작은 물집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곧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진다.
얼마가지 않아 익숙함에 아픔을 잊었다.
아름다운 자연까지 더해 언제 그랬냐는 듯 아픔을 싹 잊었다.
삶도 마찬가지다.
힘든 시간이 있었다.
죽을 것 같던 고통의 시간도 있었다.
너무 숨이 차서 그 자리에서 서 있던 순간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순간은 별 것 아니었다.
지금 나는 또 다른 힘든 순간에 있다.
하지만...또 시간이 지나면...
나는 이 시간을 그냥 추억으로 기억하겠지.
이 순간도 추억이 되면, 흐뭇한 웃음으로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