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QWER이다>를 브런치스토리에 꾸준히 쓸 수 있었던 이유
제가 QWER에 대한 글을 처음 썼던 날짜는 2024년 4월 8일입니다. 제목은 <완성형 댄스아이돌? 성장형 밴드아이돌, QWER (1)>이었습니다. <고민중독>이 4월 1일에 정식공개되었으니,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죠. 그 뒤로도 QWER에 대한 응원의 마음은 자꾸만 커져 갔지만, QWER 매거진을 만들면서까지 본격적으로 글을 쓰진 않았습니다. 원래 제 주요 관심사는 미니멀 라이프, 심플 리빙, 슬로 라이프 등이었거든요. 지금도 거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제 브런치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글들의 주제는 "달리기"나 "간헐적 단식"입니다.
참고로 저는 조회수에 관심이 없습니다. 조회수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아니니까요. 다만 브런치스토리는 해당 글의 조회수가 1,000 단위를 넘길 때마다 알람을 보냅니다. 브런치 앱을 깔아놓은 작가의 입장에서 모를 수는 없지요.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며 진격의 거인마냥 돌진하는 QWER의 행보는 보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했습니다. 특히 6월 2일 마젠타 생일 파티와 그 이후로 이어지는 일련의 온라인 콘텐츠들은 그야말로 다시 없는 도파민을 제게 선사했습니다. "여자 침착맨"인 마젠타는 거의 매일 2시간 이상씩 개인 방송을 하며, 바위게들과 끈끈한 연을 이어갔죠. 자신의 베이스 연습 영상을 바위게들과 리뷰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아희의 오답노트>라는 유튜브 채널을 따로 만들어, 자신의 연습 영상을 업로드했죠. 이런 마젠타의 모습에 감동해, 저는 2024년 6월 19일에 <QWER 마젠타: 진정한 성장형 아이돌>이라는 글을 써서 포스팅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생각 없이 글을 업로드했던 저는 마젠타가 제 포스팅을 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에 저는 아예 <온 세상이 QWER이다>라는 브런치 매거진을 만든 뒤, 본격적으로 QWER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본업이 있는 저인지라, 글을 쓰기 버거울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루에도 몇 개씩 QWER 관련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QWER의 초기 역사를 상세히 쓰고 싶었기 때문에, 쏟아지는 콘텐츠를 가급적 모두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자연히 힘에 부칠 때가 많았죠. 하지만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지는 않죠. 힘든 만큼 재미있으니까, 부상을 당해가면서까지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또한 인문학자의 입장에서, QWER과 관련된 여러 사회 현상들은 기록하고 연구할 가치가 충분한 사료였습니다. QWER을 공격하는 프로불편러들의 패악질이 지닌 기본 패턴은 캔슬 컬처(cancel culture, 생매장 문화)가 횡행하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동일했습니다. 일종의 사회 법칙이었죠. 한편 혐오에 기반한 캔슬 컬처로 인해 QWER이 겪어야만 했던 고통 또한 보편적 성격을 지녔으며, 악랄한 캔슬 컬처에 맞서는 가장 올바른 대처법을 QWER이 제시했습니다. 시진핑을 비판하기 위해 마오쩌둥을 때리는 중국 작가들처럼, 저는 QWER 덕질 일기를 통해 2024년 대한민국에 대한 제 생각을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가 있었으며 오늘날에도 한국의 서브 컬처 언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인 <딴지일보> 문체를 살린 글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딴지일보> 초창기 글쟁이들은 종이책을 읽는데 익숙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박식한 그들은 풍부한 지식을 병맛 문체로 풀어내는 놀라운 재주를 통해 독자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찾아보기 힘든 이런 병맛 스타일의 글쓰기 방식을 실험해 보기에 가장 좋은 연습장이 바로 <온 세상이 QWER이다>였습니다. 비록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문체를 많이 완화했지만, 그런 방식으로 써내려갔던 경험 자체가 제게는 무척이나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공중파 예능처럼 "노잼"이 되어 버린 인문학의 재미를 되찾고자 했던 시도가 제게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8월 말에 빈티지하우스 출판사 대표를 만나 계약서 서명까지 이르렀고, 2025년 1월 출판을 목표로 계속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하지만 분량이 넘쳐 일단 2024년 11월에 출간하기로 했는데, 그마저도 몇몇 글들을 통째로 삭제하거나 본문 내용을 많이 줄였습니다. 완성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는데, 그 사이에 QWER이 음악방송 3관왕을 해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추가해 최종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온 세상이 QWER이다>를 구입한 분들께서 다양한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이름없는 기획사 출신 데뷔 1년 차 가수에 대한 기년체 스타일의 덕질 일기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지라, 저와 출판사 대표는 독자들의 니즈에 대한 선행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이 책에 대한 모든 피드백에 감사 드립니다.
한편 책을 내자마자 거짓말처럼 현생 업무가 몰렸고, QWER 덕질일기를 쓸 시간이 더욱 모자라게 되었습니다. QWER 덕질일기를 빙자한 역사서를 쓰기 위해서는 기본 사료 검토 시간이 확보되어야 했기에, 오히려 브런치에 글을 쓰기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비록 덕질일기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책을 내고 나서는 좀 휴식 기간이 필요했기에, 한 달쯤 연재를 쉴까 생각했습니다. 한 번 리듬이 끊기면 그 뒤로는 쓰고자 하는 열의가 식을 위험이 있었지만, 잠깐 쉬는 것쯤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온 세상이 QWER이다> 매거진 시작에 불을 붙인 당사자인 마젠타가 이번에도 저를 다시 채찍질하고 말았습니다. 제 책을 구입해준 예전 직장 동료들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 <오묘>에서 사인회를 가장한 회식을 마친 저는 귀가해서 취침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마젠타가 아래와 같은 글을 위버스 SNS에 올렸습니다.
"이런, 마젠타! 또 당신입니까!?" 취침 준비를 마친 아재 바위게의 입에서는 슬며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QWER 사관(史官)의 군기가 빠진다 싶으니까, 다시 기강을 잡으시는 겁니까? 게으름을 피우는 대신, 마젠타 님마냥 하루를 48시간처럼 쓰며 역사 기록을 이어가란 지령이신 건가요? 흠...그래볼까요? 어차피 재미로 하는 거, 쇤네가 계속 해보죠, 뭐.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연말이 다가오면서 QWER의 오프라인 활동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케이팝 아이돌에게 공통된 사항입니다. 저 또한 검토해야 할 기초 자료가 줄어든지라 다소 여유가 생겼습니다. 대다수 아이돌들의 비활동 시즌인 동절기에는, 저도 적절한 시간과 체력 안배를 통해 QWER 덕질일기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아니 그런데, QWER 멤버들에게 도대체 비활동기란 게 있기는 할까요? 쵸단과 마젠타는 11월 14일(목)에 느닷없이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 행사에 참가한다고 SNS에 벼락 통보했습니다. 대다수 바위게들은 속절없이 당했죠. 미리 공지되었다면 찾아갔을 바위게들이 천지였겠지만, 그러면 게임 페스티벌이라는 본래 목적이 현장에서 흐려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공지가 늦어진 듯합니다. 여하튼 QWER 멤버들은 개인적으로도 모두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에, 그룹 활동이 뜸해지면 또 개인 활동으로 팬들과 만나겠죠. 게다가 <전지적 바위게 시점> 등 QWER 팬튜브들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쏟아내는 중입니다. QWER 유니버스에서 콘텐츠 생산자는 뮤지션만이 아닙니다. 정말 제 책 제목처럼 "온 세상이 QWER이다!"인 것만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사, <고민중독>의 도입부를 빌려 힘차게 외쳐보고자 합니다. "원!투!~온!세!큐!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