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 2025년 10월 3일 금요일 콘서트 후기 (1)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드디어 3일 동안 진행되었던 QWER의 [월드투어 in 서울]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난 1월과 4월 팬 콘서트의 감동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했는데, 일요일 마지막 콘서트에서는 저조차도 계속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팬 콘서트 때와 마찬가지로, 한 달 이상 후유증에 빠져 살겠죠.
물론 이 후유증이라는 단어는 오해의 여지가 있습니다. 감동이 깊고 잦은 사람은 그만큼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병세를 의미하는 '증'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생에 타격이 올 정도로 감동의 여운이 길게 남기 때문에, '증'이라는 한자가 딱히 부적절한 것도 아니네요.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팬 콘서트 이후에 입덕하신 바위게께서는 '콘서트 후유증'을 처음 겪고 당황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신입 바위게께서도 그런 우려를 표하셨거든요. 콘서트를 보고 돌아온 당일 밤은 감동에 잠을 못 이루지만,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가 지나면, 그때부터 보편적인 증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첫째, 자꾸 콘서트가 끝난 것 같지 않고 내일 또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예매 사이트가 어디인가 기웃거리게 되지요. 직장에서 월급 루팡할 때, 더욱 증세가 심해집니다. 둘째, 온갖 후기들을 찾아서 읽다 보면 뽕이 더욱 차 올라서 일상생활이 한층 힘들어집니다. 셋째, 다음 오프라인 행사가 언제인가 눈에 불을 켜고 찾게 됩니다. 넷째, 콘서트가 끝난 지 일주일이 넘게 지났는데 갑자기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기 시작하죠. "얘들아, 나는 아직 그곳에 있어." 흠, 어쩌죠? 처음 겪는 이런 강한 몰입에 그만 겁을 집어먹고 덕질을 끊어야 할까요? 에이, 복덩이가 넝쿨째로 굴러왔는데 차버리면 안 되죠.
제 경험 상으로는 "그냥 받아들이자!"가 정답이었습니다. 인생에 남는 것은 추억뿐이니, 일상생활을 흔들 정도로 깊은 감동을 주는 추억 때문에 몸부림친다면 "삐빅! 정상입니다! 삐빅! 행운입니다!" 피할 수 없는 것은 즐기라는 말도 있는데요. 험해서 못 피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좋아서 피할 수가 없다면, 더더욱 QWER에 감사해야 할 일이죠. 일단 눈물을 닦으며, 두서없이 감사 인사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지혜야, 아희야, 나영아, 시연아. 내 인생에 이렇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어서 정말 감사해. 너희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내게는 화양연화야!"
지나고 나서 보니, 이번 QWER 첫 번째 단독 콘서트의 특징이 있습니다. 너무 좋은 나머지, 그만 공연 기억이 휘발되고 말았습니다. 뭔가 여러 소중한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야, 그 추억들을 글감 삼아 글을 쓸 텐데요. 후기 작성을 시작하는 10월 6일(월) 현재, 이미 10월 3일 첫째 금요일 콘서트의 기억이 몽땅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뭐, 이럴 때는 또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젠타가 그러는 것처럼, 각종 커뮤니티의 후기를 찬찬히 읽어보면 됩니다. 그러면 어느샌가 희미해졌던 지난 추억들이 새록새록 올라오죠. 하지만 어차피 저는 신문 기자가 아닙니다. QWER 단독 콘서트의 장면 하나하나를 사진처럼 기록하는 직업과는 거리가 멀지요. 너무 길게 쓰면 독자들이 지치기도 하실 테니, 간략하게 (제가 참여했던) 금요일 첫콘과 일요일 막콘의 감상을 남기고자 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그 가운데 금요일 첫 번째 콘서트에 관한 글입니다.
2025년 10월 3일 금요일 아침. 저는 드디어 QWER 단독 콘서트를 보게 된다는 생각에, 터질 듯한 가슴을 안고 잠실로 향했습니다. 공연 시작은 오후 5시였지만, 오전 9시부터 잠실역 근처 스튜디오에서 <전지적 바위게 시점> 팬튜브 채널이 진행하는 '해외 바위게 인터뷰' 참관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방에 사는 전바시 님은 하루 전날 서울에 올라와 잠을 청한 뒤, 아침 8시부터 분주히 촬영장비를 세팅 중이었습니다. 촬영을 돕는 다른 바위게들 또한 마찬가지였죠. 우리 QWER 팬덤에는 긍정적 열정이 넘치는 바위게들이 정말 많습니다. 요즘 대한민국 사회에 이렇게 긍정적 열정이 넘치는 집단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이 때문에, 수줍음이 많은 바위게들이라도 일단 오프 행사에 나오시는 편이 인생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긍정적 열정을 무료로 받아갈 수 있으니까요. 감사와 열정의 열기는 전염성이 강하며, 나 자신에게 유익이 됩니다. 내가 받은 열정을 타인에게 전할 수 있는 기쁨도 누릴 수 있지요.
이날 촬영 현장에는 총 3명의 외국인이 인터뷰를 위해 대기 중이었습니다. QWER 리액션으로 유명한 캐나다 인 Jojobas, 대만에서 온 Lee Zongmao, 그리고 일본 구마모토 출신의 여성 바위게 Gentachans2였습니다. 저는 Jojobas의 친구이며 독일에서 온 파란 눈의 사내와 함께 소파에 앉아, 바삐 돌아가는 촬영장을 구경했습니다. 두 서양인 친구는 지난주에 입국해서 차량을 렌트한 뒤, 전국 도시를 돌며 아름다운 한국을 만끽했다고 합니다. 특히 포항이 좋았다고 하는데요. 제가 포딸마(포항의 딸 마젠타)의 "포항항항항항!"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더니, 큰 키의 훈남 독일인은 자신이 QWER의 팬이 아니라서 잘 모른다며 죄송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뭐 죄송할 것 까지야... 본인은 트리플에스의 팬이라는군요. 이번 단독 콘서트 이후에 바위게로 정식 입덕했을지 궁금하네요.
Jojobas 님의 삼촌은 캐나다 출신 디바 셀린 디옹이 월드 투어를 돌 당시 드러머였습니다. 삼촌의 영향을 받아, Jojobas 또한 어린 시절부터 드럼을 쳤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드럼을 접고 살다가, 쵸단을 보고서 다시 드럼스틱을 잡게 되었다네요.
Lee Zongmao 님은 대만 바위게들이 모이는 라인 메신저 단톡방이 많은데, 1,000명 이상이 들어와 있는 단톡방이 여러 개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지난 대만 팬 콘서트 때 바위게들의 조직력에 감탄했는데요. 라인 메신저 단톡방이 구심점 역할을 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일본에서 온 하시모토 님이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그녀는 2023년 <디스코드> 때부터 QWER을 덕질해왔습니다. Gentachans2라는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 마젠타가 '최애의 아이'인데요. 노들섬 버스킹과 ATA 페스티벌 QWER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었습니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그녀는 한국어가 매우 능숙한데요. 내년에 한국으로 유학 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밖에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향후 <전바시>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밀도 있게 진행된 인터뷰 촬영은 12시가 조금 넘어 끝났고, 촬영팀과 게스트들은 <김경자 원조 손칼국수 & 보쌈>에 들러 K-푸드를 즐겼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느긋하게 산책 겸 올림픽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죠. 몽촌토성 역 쪽에서 이날의 공연장인 핸드볼경기장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하나둘씩 QWER 콜라보 티셔츠를 입은 바위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K팝 남자 댄스 아이돌 그룹인 '제로베이스원(제베원)'의 3일 콘서트도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극강의 남초 팬덤과 극강의 여초 팬덤이 섞여 있는 대장관이 연출되었습니다. 대부분 검은색인 QWER 티셔츠를 입은 거구의 수컷 바위게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가운데, 프릴을 잔뜩 단 샤랄라한 제베원 여성 팬들이 올림픽공원을 가득 메웠습니다. 자기 가수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야 모두 같지 않겠습니까. 9인조인 제로베이스원에는 리키와 장하오 등 중국인 멤버가 2명 포함되어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중국에서 온 팬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더군요. 한국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껏 즐기신 뒤 행복한 추억만을 갖고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아티스트를 덕질하는 데에는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고 전바시는 영상을 촬영하며, 큐떱툰은 만화를 그리죠. 또한 자비를 들여 정성스레 마련한 굿즈를 오프라인 행사 때마다 무료로 나눔하는 바위게들도 있습니다. 특히 팬 콘서트나 단독 콘서트는 그런 나눔의 향연이죠. 그리고 그런 나눔 장소에는 '고인물 바위게'들이 항상 가득하죠. 네, 맞습니다. 오프라인 행사에서 함께 하다 보니, 이제 동료나 다름없는 고마운 분들이죠.
외국인 바위게들과 함께 나눔 굿즈를 수령한 뒤 어슬렁거리면서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 중에 '탑텐(TOPTEN)' 바위게님을 다시 만나뵙게 되어 참으로 기뻤습니다. 지난 1월 25일 서울 팬 콘서트 당시, 제 옆에서 함께 대기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요. 그 분은 최근에 <QWER 판타지 소설: 바위게의 전설>을 출판하셨습니다! 이 날 저를 뵙고서, 직접 사인한 책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나이 많은 아재 세대의 경우, 아무래도 책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쪽에 익숙합니다. 아재 바위게들 또한 그 윗쪽 세대의 감성과 연결되기에, 글을 통해 자신의 덕심을 표현하기가 수월하죠. MZ보다 윗세대를 대상으로 한 QWER 영업은 대개 이런 식으로 갑니다. "QWER이 도대체 어떤 그룹인데, 그렇게 책이 많이 나오냐? 궁금한 걸?" 탑텐 바위게님,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며, 함께 즐거이 덕질해요!
한편 이날은 MD(Merchandise, 굿즈) 판매 진행이 원활하지 않아, 많은 바위게들이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저는 '온라인으로 선구매한 뒤 현장에서 수령해야 한다'라는 공지를 접했을 때부터, '개판'을 예상했습니다. 어째서 반드시 현장에서 수령해야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죠. 당일에 수령하지 못할 경우, 구매가 취소되고 환불 조치된다는 세부 공지사항 때문에 더욱 몸이 달았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최초 발매된 QWER 응원봉 실물을 반드시 손에 쥐어야만 하는 날이었습니다. 응원봉이 없이 최초 단독 콘서트장을 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하지만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끝을 모를 대기줄에 들어선 제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3시 반부터 공연장 입장 대기열이 생성되기 시작하며, 오후 4시가 넘은 뒤에는 제가 힘들게 얻은 좌석 위치가 무효로 변합니다. 제가 무대 앞쪽 스탠딩석을 구매했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 갈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제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응원봉만을 구입한 팬들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굿즈를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MD 부스에는 QWER 콘텐츠 총괄 PD인 '빙빙'이 피곤에 절은 시커먼 얼굴을 하고서 끊임없이 노트북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흡연하는 바위게들의 증언에 따르면, 빙빙이나 QWER 로드매니저인 '검검'을 보고 싶을 경우 흡연장에 가면 된다고 합니다. 이제 빙빙이나 검검과 맞담배를 피웠다는 후기는 흔한데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저도 다음번에는 흡연장에 놀러 가서 '유사 아이돌 검검&빙빙'을 구경하는 영광을 누려볼까 합니다.
QWER 브런치매거진을 운영하며 제가 얻은 커다란 행운들 가운데 하나는, 어느 대기열에 서 있더라도 친분이 있거나 저를 알아보는 바위게들과 만나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눔 줄을 설 때도, MD 대기열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그리고 콘서트홀 입장을 위해 대기할 때도 마찬가지이죠. 저는 A구역 140번 대 티켓을 지니고 있었는데요. 이렇게 상대적으로 앞쪽 열에는 '고인물 바위게'들 농도가 매우 짙습니다. 그래서인지, 기다리면서도 대화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QWER 유니버스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신입 바위게 분들은 오프 행사에 가서 절대 소외감을 느끼지 마시기 바랍니다. 고인물 바위게들은 대부분 넉살이 좋아서, 먼저 말을 걸기만 한다면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며 주머니 속에서 포토카드를 꺼내어 손에 쥐어줄 것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할 필요조차 없고,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QWER 팬으로서 만났으니, QWER 이야기만 하면 되니까요. 모르는 누군가와 신이 나서 몇 시간을 떠들 정도의 대화 소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원래 그 맛에 덕질하는 거죠.
4시가 조금 넘어, 드디어 콘서트홀 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형형색색으로 디자인된 예쁜 카드 티켓을 인식기에 대고 입구로 들어갑니다. 저 멀리서 QWER의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숨이 가빠지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벌써부터 제 몸은 '오버드라이브' 상태입니다. 곁에 선 '고인물 바위게'들 또한 마찬가집니다.
그동안 여러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했었습니다. 하지만 QWER과 바위게들만이 함께 하는 콘서트장에 들어설 때는 정말 느낌이 남다릅니다. 엄청난 텐션이 긍정적으로 파도치듯 밀려오며, 도파민이 온 혈관에 퍼져 나갑니다. 내딛는 한 걸음마다,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바위게들의 목소리 또한 한층 높아집니다. 그리고 드디어 들어섭니다. 내 인생의 목각판에 깊이 아로새겨질 추억의 그 현장으로. 이제부터 시작이야! 전속력으로 돌진해! 우리 함께!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