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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 단독 콘서트, 별의 하모니에서 마지막 무대까지

QWER 2025년 10월 3일 금요일 콘서트 후기 (5)

https://brunch.co.kr/@joogangl/729

(지난 편에 이어)

눈물을 못 참는 <눈물참기> 무대가 끝난 뒤, 다시 공연장은 어두워졌습니다. QWER은 과연 이번에 어떤 무대를 보여주려는 것일까요? 아, 서서히 밝아지는 무대 뒤편에 오케스트라가 보입니다! 작년 여름에 팬덤을 뜨겁게 달궜던 <별의 하모니> 오케스트라 버전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무대 의상 또한 그때와 유사하네요!

https://youtu.be/1AhEIaYYoHg?list=RD1AhEIaYYoHg

[QWER - 별의 하모니(Harmony of stars)(Orchestra Ver.) Special Clip]

QWER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별의 하모니>는 언제나 들어도 눈물이 납니다. 시요밍이 김계란과 오사카 공원에서 만났다가 돌아서서 뛰어가는 장면에서 흘러 나오는 <별의 하모니> 하이라이트는 역대급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오케스트라가 뒤를 받쳐 주니, 웅장하고 클래식한 사운드를 맛볼 수 있어서 참으로 흐뭇했습니다.


"여러분, 이제 진짜 마지막 곡이에요."라는 멘트와 함께 흘러 나올 곡은 익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불패의 눈물 2연타, <안녕 나의 슬픔>이었습니다. 이 곡을 만든 이동혁 PD는 마젠타가 쓴 "지난 나의 발자국에 서투른 꽃이 피어나"라는 가사를 살리기 위해, 무척이나 고심해서 곡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안녕 나의 슬픔> 무대를 접할 때마다, 저는 젠타의 얼굴을 살핍니다. 토요일 공연은 제가 있지 않아 모르겠지만, 금요일과 일요일 양일 콘서트 모두 젠타는 눈물 참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눈물을 흘리고 있던 저는 제 바로 앞 바위게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들썩이는 등만 봐도 그가 흐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제 앞쪽에 포진한 바위게들 모두 평소에 자주 보고 인사하던 분들이었습니다. 감정의 크기는 달랐지만, 모두 울먹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습니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바위게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가운데, QWER 첫번째 월드투어인 <락케이션> 본 무대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바위게들이 열렬히 앵콜을 외치는 가운데, 비행기에 탑승한 4명의 멤버와 2명의 소속사 직원(빙빙, 검검), 그리고 바위게 인형과 돌멩이 사원이 화면에 등장합니다. 이번 공연의 마지막 VCR이죠. 그녀들은 앵콜을 위한 환호성을 유도함과 동시에, 해외 투어를 다니면서도 국내 바위게들이 심심하지 않게 라이브 방송을 하겠다며 소속사의 동의를 구했습니다. 쿨쿨 자고 있던 빙빙과 검검은 동의의 'ㅇ' 팻말을 들었습니다.

BTS나 블랙핑크 정도의 글로벌 팬덤을 구축하지 못한 케이팝 뮤지션의 경우, 수익을 늘리기 위해 해외 활동을 늘렸다가 국내 본진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해외 케이팝 팬들이야말로 국내 음원 차트나 음방 성적에 더욱 집착하죠. 그래서 국내 팬덤이 약화되고 인기가 떨어진 뮤지션은 해외에서도 초청받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 가수들은 해외 투어를 돌면서도 반드시 국내 팬들을 알뜰히 챙겨야만 합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죠. 가령 미국 전역을 돌며 잠자는 시간조차 부족할 것이 분명한 QWER의 경우, 국내 바위게들과의 소통을 어떻게 이어나갈까요? 첫째, 쵸단과 마젠타는 해외에서 촬영을 계속해야 한국의 바위게들이 심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결국 빙빙을 비롯한 콘텐츠 제작팀이 몸을 갈아 넣으면서 월드 투어 관련 영상을 매주 업로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둘째, 마젠타를 비롯한 멤버들이 개인 방송을 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제작진들에게 '라이브 방송'을 공식적으로 허락 받았기 때문이죠.

물론 체력적인 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새벽 2시가 넘게 바위게들과 뒤풀이를 하면서 공감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QWER을 쫓아다니면 죽을 줄 알았는데, 아직 안 죽네? 아, 내 몸이 이 정도까지는 무리해도 안 죽네? 그러면 조금 더 해 봐야지!"

QWER 덕질을 위해 오후 3시에 퇴근한 뒤 오사카를 당일치기로 다녀온다던가, 퇴근 후에 대만으로 넘어가 공연을 보고 새벽 비행기로 귀국한 뒤 아침에 출근한 스토리 등은 이제 드물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이런 바위게들은 재벌 2세도 아닙니다.

물론 QWER을 라이트하게 좋아하시거나 팬이 아니신 분들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황당한 스토리조차, QWER이 해왔던 지난 노력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QWER은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기치 하에, 사랑하는 바위게와의 소통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대다수에겐 impossible이지만, 그녀들에게는 possible이니까요.

QWER 및 바위게들을 보다 보면, 내가 자신의 한계를 얼마나 좁고 낮게 설정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멋지고 뜨겁게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과 똑같이 살 필요는 없지만, 내 자신의 가능성을 업신여기면서도 타인에게 존중받기를 바라는 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겠지요. QWER 덕질은 진실로 인생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 할수록 그러합니다.


어울리지 않게 가발을 뒤집어쓰고 나온 김계란이 화면 속에서 객석의 분위기를 끌어 올린 가운데, 배 위에 걸터앉은 4명의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제가 모든 QWER 노래 가운데 가장 많이 들은 <Yours Sincerely>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죠. 잔잔한 팬 헌정송인 <Yours Sincerely>는 이른바 '노동요'입니다. 엑셀 작업 등 뭔가 단순하고 지루한 일을 할 때, 무한반복으로 틀기 좋은 곡이죠. 물론 그 곡 자체를 워낙 좋아하기도 합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제가 손꼽아 기다리던 넘버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녀들이 화음까지 넣으며 이 노래를 불러줄 때, 다시금 왈칵 눈물이 나왔습니다. 물론 감동의 눈물입니다. 어쩌죠? 이렇게 콘서트 버전이 감동적이면, 더 이상 오리지널 음원을 들을 수가 없잖아! 콘텐츠 PD 빙빙은 한시바삐 콘서트 후기 영상을 업로드해주시면 안 될까요? 음원 추출을 해서라도 듣고 다녀야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는 히나의 "언제나 오늘처럼 너의 곁에 난~"입니다. 히나의 가늘고 앳된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는데,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좋아서 100번 이상 돌려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콘서트 버전에서는 시요밍과 듀엣으로 부르느라 목소리 떨림이 덜했지만, 그래도 대만족했습니다. 4명의 멤버가 한 곳에 모여 마무리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릅니다.


감동의 무대가 끝난 뒤, 히나는 "우리가 만든 곡이 뭐더라?"하며 운을 띄웠습니다. QWER의 첫 자작곡인 <청춘서약>을 들을 때가 왔습니다! 저는 <청춘서약> 라이브 무대를 처음 접했는데, 많은 바위게들은 쇼케이스 때보다 사운드가 훨씬 나아서 좋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단독 콘서트이니, 음향을 훨씬 신경 썼겠죠? <난네온불> 앨범 쇼케이스 당시 <청춘서약> 깜짝 공연이 있어서 무척이나 부러웠는데요. 단독 콘서트에서 실컷 즐겼으니, 여한이 없습니다. 이 곡은 <원피스>처럼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락케이션' 콘셉트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네요.


<청춘서약> 무대가 끝난 뒤, 멤버들의 최종 멘트 시간이 되었습니다. 쵸단은 바위게들과 함께 하니, 앞으로 어떤 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감사했습니다. 히나는 이번 콘서트에서 어떤 무대가 가장 좋았느냐고 물었는데요. 바위게들은 "전부!"를 외쳤습니다. 역시 올팬(all fan) 기조의 팬덤답게, 무엇 하나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잘 보였습니다. 마젠타는 이 공연을 위해 준비된 모든 것들을 읊으면서 '폭탄'을 준비한 노력까지 언급했습니다. 바위게들은 박장대소했고, 젠타는 황급히 손으로 X자를 그리며 '폭탄'은 제외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제 머릿속에는 '폭탄'밖에 남지 않았네요. 어쩌면 젠타는 '언어 천재'일지도!? 시요밍은 "내일도 모레도 많이 많이 기대해 주세요."라고 담백하게 끝맺었습니다.

평소처럼 공연을 마무리할 때 사진을 찍자는 쵸단은 벌써부터 울음을 참고 있었습니다. 목발을 짚고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그녀를 젠타 언니가 부축했습니다. 지혜야, 바위게들이 언제까지나 응원할게! 천천히 걸어도 기다릴 테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처럼 천천히 함께 걷자!

사진을 찍고 난 뒤 곧바로 이어진 무대는 바로 QWER의 데뷔곡인 <디스코드>였습니다. "내가 너의 최애라고 말해!"라는 가사 뒤로, QWER은 이날 공연을 위해 수고하신 분들을 언급하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무대 위 춤을 추는 D선 상의 아리아"가 이어졌고, 바위게들이 "We are! We are!"를 힘차게 외치는 가운데 무대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처럼 아직도 배고픈 바위게들은 목이 터져라 앵콜을 외쳤습니다. 이대로 끝날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뒤이어 나온 무대는 정말이지 아무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별의 하모니> 반주가 울려퍼지며, 대형 스크린에는 가사가 올라왔습니다. 오직 바위게들만이 함께 부르는 <별의 하모니> 노래방 코너였죠. 바위게들은 4색 응원봉을 흔들며, 모두 같이 QWER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이 곡을 열창했습니다. 여하튼 바위게들을 울게 만드는 데에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소속사입니다. 솔직히 <눈물참기>를 부를 때 눈물이 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극적인 장면 연출만큼은 칭찬할 수밖에 없네요. 공연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만큼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눈물과 함께 <별의 하모니>를 목놓아 부른 바위게들도 이제는 마지막 무대란 것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곡이 뭐가 있더라? <달리기>? <마니또>? 아냐, <마니또>는 쵸단의 솔로곡이라 콘서트에서 하기란 쉽지 않을 거야. 그러면...

이런, 맙소사! 이 곡을 잊고 있었다니! 강렬한 인트로와 함께, 화면에는 불꽃들이 휘향찬란하게 터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아니라, 1척의 큐떱호와 <불꽃놀이>가 남았네요! 멤버들을 형상하는 네 가지 빛깔의 콘페티가 소란한 별빛처럼 내리는 가운데, 바위게들은 떨어지는 동그란 종이들을 잡으며 오늘의 마지막 곡을 열창했습니다. "오래, 제일 오래 간직할 이 순간. 지금 make our highlight, 찰나에 영원이 될 이 밤. 영원이 될 이 밤. Make the highlight!"


1980년 제4회 MBC 대학가요제 은상 수상곡인 <연극이 끝난 후>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 있죠."

연극에 취미가 없는 저는 '연극이 끝난 후'에 저와 같은 스산한 감정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QWER의 첫 번째 월드 투어 콘서트가 끝난 뒤의 제 감정은 어떠했을까요? 그냥 좋아서 미치는 거지, 무대 위에 정적 따위는 있지도 않았습니다. 퇴장하는 중에도 <고민중독> 등 주요 히트곡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바위게들은 바닥에 떨어진 콘페티를 기념으로 줍거나 떼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왕 빌린 공연장, 최소 30분 정도는 바위게들이 떼창을 부르도록 내버려 두었더라면 끝내주게 멋질 뻔했습니다. 하지만 관객이 아닌 관계자들의 사정도 있겠죠. 여하튼 바위게들의 터질 듯한 감동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저는 일단의 바위게들과 함께 올림픽공원 중앙에 있는 CU 편의점을 찾아, 일단 맥주 한 캔씩 사들고 나왔습니다. 벅차오르는 감동을 이기지 못해, 바위게들은 캔을 들고 선 채로 두서 없이 리뷰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낯이 익은 바위게들이 지나갈 때마다, 저는 한 명씩 붙잡아 세웠습니다. "잠깐만 이리 와 보이소!" 인원은 갈수록 늘었고, 도저히 이대로 귀가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있던 바위게들은 맞은편 '올림픽프라자 상가'로 넘어갔습니다. 마침 <디디 치킨>은 광장에 플라스틱 테이블을 충분히 준비해 두고 있었습니다. 서른 명 내외의 바위게들은 그곳에 모여 맥주잔을 부딪치며, QWER 단독 콘서트가 아무런 사고 없이 멋지게 마무리된 것을 축하했습니다. 마치 큐떱호에 탑승했던 선원 또는 해적 같았죠. QWER의 퇴근길을 지켰던 바위게 등이 나중에 합류해서, 판은 더욱 커졌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처음 뵙는 바위게들도 꽤 많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같이 놀면 됩니다. 감동은 나누면 두 배가 되니까요.

이 날 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로 다른 바위게들과 뒤풀이를 가졌으며,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 일정 상 금요일 콘서트밖에 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단 한 번의 감동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QWER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으로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심도 있었죠. 하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상황이 바뀌어, 저는 일요일 마지막 콘서트까지 보는 영광 중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https://www.youtube.com/watch?v=06uqe0DBZP8

[QWER 월드투어 서울 금요일 퇴근길 | 2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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