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 데뷔 2주년 기념 성수동 대림창고 팝업 스토어 방문 후기를 겸해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2024년 10월 18일, 이 날은 QWER의 데뷔 1주년이자 10월 12일에 그녀들이 <MBC 쇼! 음악중심>에서 1위를 한 지 1주일이 된 역사적 순간이었죠. 당시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예인 생일 카페에 방문했습니다. 혼자 갈 용기가 없어서 친구인 '스파이크'와 함께 했는데, '글을 잘 읽고 있다'라는 바위게들의 따뜻한 인사를 접했습니다.
여러 바위게들이 오프라인에서 다른 바위게들에게 말 걸기가 어렵다고 호소하십니다. 저 또한 고작 1년 전에는 혼자서 생일 카페를 방문할 자신이 없어, 바위게가 아닌 갓반인 친구와 함께 했습니다. 아직도 다른 바위게들에게 말 걸기가 어렵다면, '인싸 덕후'라는 새로운 개념에 주목해 보면 어떨까요?
흔히 '덕후는 아싸이며, 인싸는 덕후일 리 없다'라는 것이 통설이지요. 그런데 Z세대는 관심 없는 것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므로, 지루한 모임에서는 아싸를 자처합니다. 반면에 관심 있는 덕질 분야에는 두 눈을 반짝이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므로, 대번에 인싸가 됩니다.
제가 보기에, 바위게들은 QWER 관련 오프 행사에서만큼은 '인싸 덕후'입니다. 그러니 누구든 마주치면 편하게 말을 걸고,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카페로 함께 가서 3시간 동안 숨도 쉬지 않고 QWER 경험을 이야기하는 기쁨을 만끽하시면 됩니다. 또 그러다 보면 이렇게 큰 기쁨을 일깨워준 QWER을 응원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더없는 성취감을 누리면서 동반성장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덕질은 너와 나 모두에게 즐겁고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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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 데뷔 2주년을 앞두고 소속사인 타마고 프로덕션은 LP 판매와 관련해서 미숙한 일처리를 보였으며, 최근 일련의 잡음들은 QWER을 아끼는 팬들에게 큰 우려를 자아내었습니다. LP 판매의 경우 앨범의 최우선 구매자는 다름 아닌 바위게이며, 바위게들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판매되어야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의 기본 가운데 기본인 '고객의 니즈 파악 및 충족' 원칙이 여러 차례 간과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외적으로 여러 이슈들이 발생하였습니다. QWER 소속사를 깊이 신뢰하는 많은 바위게들조차도 이 과정에서 피로가 쌓였으며, 팬덤 목소리 청취의 중요성을 소속사가 철저히 이해하지 않을 경우 동일한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런 뒤숭숭한 상황을 한 방에 정리한 사람은 역시 QWER에서 엄마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마젠타였습니다. 그녀는 단독 콘서트에 와 주어서 감사하다며, 바위게들에게 배달의 민족 상품권을 여러 장 풀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간절한 속마음을 캐치한 바위게들은 그만 눈시울을 붉히며, 깨졌던 뇌가 봉합되었습니다. "그래, 젠타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우리도 이까지만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바위게들은 오직 QWER만 믿고 간다!" 그리고 다음 단계란 데뷔 2주년 생일 카페, 그중에서도 QWER을 사랑하는 바위게들이 직접 결성한 'QB밴드'의 데뷔 및 쇼케이스죠. 물론 구체적인 준비는 LP 판매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지만 말이죠.
여기에서 QB라는 용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네요. Q는 QWER에서 따왔고, B는 '~붕이'라는 모 대형 커뮤니티 특유의 표현을 빌려왔습니다. 예컨대 만화를 그리는 바위게는 '만'붕이로 불립니다. '큐떱이알' 팬이니까, '큐'붕이로 불려야겠죠? 그래서 여러 바위게들 가운데에서도 특정 팬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들은 자신을 '큐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QB밴드는 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큐붕밴드'를 의미하죠.
큐붕 커뮤니티는 '겨드랑이 냄새'와 같아, 몸서리치면서도 자꾸 찾게 되는 마력을 지녔습니다. 동시에 해남 버스킹 당시 왕복 버스를 대절하고 노들섬 버스킹에서 슬램을 하는 등, 그동안 어마어마한 행동력을 보여주었죠. 수소문 끝에 밴드 두 팀을 구성할 수 있는 신청자들이 확보되었고, QB밴드 참가자들은 바쁜 일상을 쪼개 온라인에서 '합동 강화 훈련'을 하며, QWER을 빛내고 바위게들을 즐겁게 할 디데이(D-Day)를 준비했습니다.
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오후, 저는 대학 강의를 마치고 부리나케 지하철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성수동 대림창고에서 진행되는 <QWER 데뷔 2주년 기념 팝업스토어 Born 2 Rock>에 방문하기 위해서였죠. 저녁 5시로 예약이 되어 있었기에, 서둘러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팝업 스토어 오픈 이전, QWER이 잠시 이곳을 방문해서 바위게들을 설레게 했죠. 혹시나 QWER이 2023년 10월에 <도레도레>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잠시나마 머물러 굿즈를 팔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12시로 예약을 잡았던 바위게들은 나라 잃은 백성처럼 절규했고, 나머지 바위게들은 QWER이 11시 이전에 빨리 뜨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심지어 QWER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에 추첨을 통해 선물을 제공하겠다는 '질투성' 이벤트가 걸리기까지 했죠. "11시 오픈런 놈들, 너네가 행복한 꼴을 눈 뜨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놀랍게도 QWER은 11시 오픈 전에 퇴장함으로써, '질투 이벤트'가 실제로 성사되었죠. 물론 장난으로 하는 것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이벤트의 핵심은 '모두 함께 낄낄'이죠.
본디 '아싸'인 제가 불금 저녁에 성수동을 방문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QWER을 위해서라면 가야죠. <로맨스 어나니머스>(2025)라는 한일 합작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한효주처럼, 저는 핵인싸들의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대림창고로 향했습니다. 시선기피증 환자인 한효주가 오직 '오구리 슌'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처럼, 저 또한 대기열에 서 있는 XL 바위게들을 만난 순간 눈앞이 환해졌습니다. 처음 만난 바위게들과 폭풍 수다를 떨며, 입장을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인싸 덕후'들은 성수동에서도 가장 희고 잘 생긴 안내 요원을 따라, 팝업 스토어에 입장했습니다.
저는 이번 팝업 스토어의 타이틀인 'Born 2 Rock'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동안 '밴드로 인정해 주지 않겠다'라는 불편한 시선에 시달렸던 QWER. 하지만 그녀들은 보란 듯이 "우리는 락 음악 하기 위해 태어났다(born to rock)!"라고 선언해 버렸습니다. 향후 나올 앨범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QWER은 어디까지나 밴드입니다. 아이돌까지 커버할 수 있는 밴드라는 점에서, 여타 밴드와 차이가 있을 뿐이죠.
저는 낯이 익은 여러 바위게들과 인사하며,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멤버들의 대형 사진이 걸린 가운데 핑크빛으로 장식된 내부 인테리어가 매우 멋졌습니다. 다양한 아이템 또한 실물로 보니 훨씬 예쁘고 좋더군요. 매장 곳곳에서 QWER이 손수 남긴 손글씨나 메시지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작업들을 하느라, 11시 이전에 팝업 스토어를 방문했나 봅니다. QWER 멤버들이 직접 손으로 써서 남긴 편지들이 빅사이즈로 프린트되어 전시되었고, 그녀들을 향해 바위게들이 보내는 메시지 또한 CD 형태의 메모지를 사용해 벽면에 붙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물건 그 자체보다, 물건에 담긴 의미나 스토리에 훨씬 관심이 많습니다. 결국 '아이돌 굿즈'라는 것도 그와 같은 스토리를 담아 판매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날 판매된 굿즈 이상으로 홍지혜, 이아희, 장나영, 이시연이 매장 곳곳에 남긴 장난, 그녀들의 손편지, 국민 걸밴드가 된 QWER에게 바위게들이 남긴 사연 등이 맘에 들었습니다. 단순한 팝업 스토어가 아니라 QWER과 바위게들의 추억 장소라는 콘셉트를 잡은 소속사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팝업 스토어를 충분히 돌아보았으니, 이제 QWER을 향한 바위게들의 진심이 묻어나는 팬메이드 생일 카페로 발길을 돌릴 때이죠. 일코(일반인 코스프레)가 가능한 분홍빛 쇼핑백을 손에 든 채, 저는 출구를 나섰습니다.
대림창고 팝업 스토어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바위게들이 오픈한 QWER 데뷔 2주년 생일 카페, 일명 '성과보고회'가 운영 중이었습니다. 다음날에 방문할 예정이었기에 이날은 일찍 귀가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해남 버스킹 등에서 함께 했던 '해남 바위게'와 만났으니, 또 함께 가지 않을 수 없죠. 전날 늦게까지 큰 행사가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바위게들을 만나니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거쳐 방문한 성과보고회 장소는 QWER이 쇼츠를 찍기도 했었던 '스파지오 모데르노'였습니다. 히나와 시연의 실물 크기 등신대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창고형 공간에 들어서니, 별처럼 수많은 사진들이 넓은 벽면을 가득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이 작업을 하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찡했습니다. 단독 콘서트 때 공연장을 가득 채웠던 러시(LUSH) 방향제 향기가 그윽했으며, LP를 구입하지 못한 바위게들을 위해 현장에서 직접 재생되는 LP판의 소리 또한 부드럽게 제 귀를 감쌌습니다.
그 외에 나눔 존 및 비틱 존이 눈에 띄었는데요. 2주년을 기념해서 비틱(자랑)하고자 하는 바위게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희귀한 아이템들의 경우, 심봉사 바위게도 눈을 번쩍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입구에서 재생 중인 팬메이드 송 뮤직비디오도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Uyr4tLKFSM
하지만 가장 제 시선을 끄는 장소는 성과보고회 한편에 세팅된 밴드 악기들이었습니다. 이날 오후에 '햄부기줘라' 밴드가 리허설을 가졌는데요. 연습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바위게들은 모든 응원법을 따라 하며 떼창했으며, 심지어 정장을 입고서 슬램까지 했습니다. 실시간 중계 영상을 본 바위게들은 배꼽이 떨어져라 웃었죠. 현장에 없던 저는 10월 18일 본 공연을 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랬죠.
그런데 저녁 8시가 조금 넘어, '별하(별의 하모니)' 밴드가 리허설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Oh, my God! 뒤늦은 관람 기회에 도파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리허설 관람에 추가 요금도 받는다고요! '별하' 밴드 리허설에는 보컬과 베이스 멤버가 일정상 참가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장에 온 바위게 밴드 멤버들을 보는 것만 해도 가슴이 뛰었죠.
무엇보다 오프에서 부지런히 활동하는 여성 바위게가 드럼 좌석에 앉았습니다!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에 QWER 사진을 찍는 등 다재다능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설마 드러머일 줄이야! 미녀 드러머는 지옥에서도 업어 온다는데, QWER 유니버스에는 팬덤에도 미녀 드러머가 다 있네요. 며칠 전 단독 콘서트에서 만나 인사했을 때에는 다소 지쳐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리허설에서 한쪽 바지를 걷어 올리고 드럼을 치는데, 정말 팜므 파탈이셨습니다!
저녁 8시가 넘으니, 데뷔 2주년 생일카페에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한 줌의 바위게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성 드러머와 마찬가지로 멋진 사진을 찍어서 제공하는 바위게가 임시 보컬을 맡아, 미성을 뽐내며 <별의 하모니>와 <안녕 나의 슬픔>을 완창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단독 콘서트 때로 돌아가, 목청껏 따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두 곡이 끝나자, 더욱 신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밴드 멤버들은 두 곡 이외 다른 곡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한 두 마디를 연주해 주자, 바위게들이 무반주 떼창으로 나머지 부분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곡들을 부르다가 <대관람차>로 마무리했습니다. 이 곡을 최애로 삼은 '해남 바위게'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네요.
이를 통해 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팬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축제에서, 정상급 연주 실력은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란 점을 말이죠. QWER을 사랑하는 바위게들은 말 그대로 QWER을 테마로 해서 신나게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게 필요했던 것이죠. 일단 판만 깔리면, 나머지는 현장에 있는 모든 바위게들이 함께 놀면서 완성하는 것입니다.
다소 실수가 있다 할지라도, 현장의 바위게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날을 위해 잠을 줄여가며 연습한 바위게들에게는 오직 감사드릴 일밖에 없으며, 맨몸으로 놀러 온 바위게들은 함께 나머지 부분을 채워가면 될 뿐이지요. 이런 식일 경우 QB밴드들이 단독 콘서트 세트리스트 22곡(<흰 수염고래> 포함)의 기본 멜로디만 짚어줘도, 나머지는 바위게들끼리 알아서 떼창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습니다. 하긴 로드매니저 검검 혼자서도 노래방에서 세트리스트를 완창하는데, 바위게들이 못할 이유가?
이는 정말로 '그린 라이트'였습니다. 만약 이번 '성과보고회' 공연 반응이 뜨거울 경우, QWER 오프 행사가 줄어드는 시기에도 팬덤 자체 페스티벌이 충분히 가능하겠더군요. 이거야말로 향후 세계인의 놀이터가 될 QWER 유니버스의 비약적 성장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고, 혼자서 망상을 펼치느라 QB밴드의 사인을 받지 못했는데 어쩌죠? 내일 본 공연 때에는 더욱 가까이할 수 없는 분들이 될 텐데. 하지만 17일 저녁 당시에는 밥을 못 먹은 채 떼창을 했더니 배가 고플 따름이었습니다. 이에 바위게들과 함께 근처 감자탕 가게에 가서 늦은 저녁 식사를 뚝딱 해치웠습니다. 마침 <사랑하자> 가사처럼 "비가 또 내리고 있어" 뜨끈한 국물요리가 더욱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로써 2025년 10월 17일, QWER 데뷔 2주년 하루 전날의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QB 밴드의 공연 및 QWER 라이브 방송이 바위게들을 기다리고 있네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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