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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레오 Mar 27. 2020

04 사장의 보고서는 흐름이 있다

사장의 세 번째 글쓰기 가르침

골조(얼개)가 단단하게 박힌 보고서는 물 흐르듯 술술 읽힌다. 여느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보고서도 구조를 무시할 수 없다. 대면 보고는 더더욱 그렇다. 상대방이 논리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글도 혼란만 야기시킨다. 인간 뇌는 잘 짜인 구조에 극도로 취약하다.


사장은 다른 관계사에서 일하다 3년 전 지금 회사에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선배는 초기에는 보고서를 들고 갈 때마다 매번 사장으로부터 ‘보고서가 왜 이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사장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를 집요하게 물었다고 한다. 보고서가 사장 스타일에 맞지 않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좀처럼 스토리를 이해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거라고 했다.


스토리가 있는 보고서는 어떤 구조를 가져야 할까? 3년 동안 중장기 비전 수립, M&A, 회사 분할과 같은 굵직굵직한 전략 보고서를 살펴봤다. 주제는 제각각이지만 구조에는 큰 차이가 없다. 사장은 열의 아홉은 비슷한 흐름을 사용했다.


 

사장의 보고서 흐름 (전략 보고서)

추진경과/현황 리뷰

과거와 현재 이야기


경영전략 교과서를 보면 전략 수립은 환경 분석에서부터 시작한다. 회사를 둘러싼 기회, 위협요인이나 강점, 약점을 분석하기 위해서인데 사장의 보고서에서는 필요 없는 내용이다. 보고를 받는 사람과 보고를 하는 사람 모두 알고 있는 정보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이라면 한 두줄 넣기도 하지만 대부분 별첨에 들어가거나 아예 포함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본문에 넣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스토리에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보고하는 사람이 전달하고 싶은 말이나 상대방이 확인하고 싶은 말을 효과적으로 나누기 위한 도구이지 논문이나 경연대회에 제출하는 것이 아니다. 사장의 보고서는 지극히 실무적이어야 한다.


첫 페이지는 주로 회사가 추진해온 경과와 현황 리뷰로 시작한다. 회사가 최근 무엇을 추진해왔고, 현재까지 창출한 성과는 어떻고,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 하는 지를 설명해야 한다.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어떠했는지는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전체 보고서를 끌고 나갈 핵심 파트이므로 구성과 단어 선택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Unsplash


미래 지향점과 추진 전략

현재와 미래 이야기


<추진경과/현황 리뷰> 결과와 연결하여 앞으로 회사가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를 정의하여야 한다. 그동안 추진해온 과제를 향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새롭게 추가되거나 변경된 사업 아이템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미래 지향점>은 앞으로 3년 후 또는 5년 후 회사 정체성(Identity)을 정의하고 정성/정량 Target을 제시하여야 한다. 정체성(또는 업의 본질)은 ‘나(회사)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제조회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전환하여 기업가치를 현재보다 다섯 배 올리겠다는 것으로 정의했다면 회사 정체성은 제조회사가 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추진 전략>에서는 우리가 되고 싶은 미래 모습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그린다. <미래 지향점>과 <추진 전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현재와 미래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명확하게 나타내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소프트회사로 전환을 하기 위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켜 나가고, 신성장 동력은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기존 사업은 매각할 것인지 확장시킬 것인지를 큰 그림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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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실행 계획

자세한 이야기


<세부 실행 계획>은 <추진 전략>을 어떻게 실행할지를 구체화하는 단계다. <미래 지향점>과 <추진 전략>이 구름 위 비행기에서 바라본 땅의 모습과 같았다면 세부 실행 계획은 지면으로 내려와 하나하나를 톺아보는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자세하게 써야 한다. 세부 실행 계획에서는 각 과제의 현재 수준 및 향후 계획, 투자비, Milestone, 기대효과, 이 네 가지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야 뜬 구름 잡는 보고서로 전락하는 걸 막을 수 있다.


(1) 현재 수준 및 향후 계획
과제마다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고 현재 어디에 와 있는지를 적고 향후 어떤 방향과 전략을 가지고 실행해 나갈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여야 한다.


(2) 투자비
각 과제를 추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연도별 투자비용을 제시하여야 한다. 설비 투자, 지분 투자, 투자 집행을 위해 필요한 관련 비용 등 총 투자 규모를 산출해야 한다.


(3) Milestone
과제를 완료하기까지 주요 단계(Milestone)를 정의하여야 한다. 단계별로 언제까지 무엇을 실행해야 하고 전체 과제가 끝나는 시점이 언제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4) 기대성과
과제를 수행하였을 때 기대되는 효과를 산출하여 나타내야 한다. 과제 특성에 따라 정성 효과를 표현할 수 있지만 보통 숫자로 환산하여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보고 받는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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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하고 싶은 결정적 한 마디

Ending Message


마지막 과정이다. <Ending Message>에서는 사장이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을 적는다. ‘앞으로 회사 모습을 이렇게 바꾸어 보겠습니다.’를 전달하는 보고서라면 비저너리(Visionary)한 모습으로 보고를 마친다. ‘우리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인상을 주면 된다. 좋은 사업이긴 하지만 걸림돌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대규모 투자를 승인받아야 하는 보고서라면 마지막에 ‘추진과정의 고민’을 적는다. 보고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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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언제나 네 가지 골격 위에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주문했다. 구조는 스토리 방향을 주제에서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고 빠진 내용이 없는지 파악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준다. 중언부언하여 보고를 받는 사람에게 혼동을 주는 걸 방지해 주기도 한다. 사장은 어떤 보고서든지 스토리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 것이다. 이제 어떤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때면 기계처럼 스토리를 짜곤 한다. 사장의 보고서에는 방향을 잃지 않는 유려한 흐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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