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에서 더 빛날 수 있는 아이들에게
루피, 에디, 포비, 패티… 대한민국 부모라면 주인공의 이름만 들어도 어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인지 쉽게 떠올릴 것이다. 여기에 '뽀로로'라는 이름을 더하면 아마 전국민이 아는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8시즌과 수많은 극장판으로 장수하고 있는 이 만화를 나도 아들을 키우며 자연스레 접하게 되었고, 함께 꽤 오랜 시간을 시청했다. 성인이 보기엔 유치할지 몰라도 몇몇 에피소드는 내게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도 했다.
아들과 함께 보다 보니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루피는 요리를 잘하고, 패티는 옷을 만들고, 에디는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낸다. 포비는 힘 좋은 북극곰이라 ‘힘캐’의 역할을 맡아 든든히 자기 역할을 해낸다.
그런데 뽀로로와 크롱은 항상 사고를 치고, 마을에 도움 되는 일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크롱은 뽀로로 집에 얹혀 살며 말도 '크롱'이라는 말 밖 못한다. (하지만 뽀로로는 크롱의 말을 모두 알아듣는 신기한 주인공 버프를 가졌다.) 현실이었다면 둘 다 마을에서 진작 쫓겨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의구심을 가지고 보던 어느 날, 마치 뒤통수를 맞은 듯한 장면을 보았다. 어느 날 외계인이 뽀롱뽀롱 마을에 불시착하자 모두 두려워하며 숨었다. 하지만 그때 뽀로로와 크롱이 먼저 용기를 내어 다가갔고, 그들의 특유의 익살스러운 행동 덕에 외계인은 경계를 풀었다. 결국 루피의 따뜻한 간식과 에디의 기술 덕분에 외계인은 우주선을 고쳐 떠날 수 있었다.
그 장면은 많은 여운을 남겼다. 뽀로로와 크롱은 단지 사고뭉치가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개척자였고, 낯선 인물이 등장하면 중재자와 협상가의 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그들을 완전히 오해했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을 뿐,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빛을 발했고 마을 구성원들과 완벽히 어울렸다.
학생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국어, 영어, 수학 성적은 물론 봉사활동까지 모든 것이 수치화되어 평가받는다. 생활기록부에서 정성적 평가를 한다지만, 그마저 대부분은 학업 위주다.
어떤 학생은 청소를 놀라울 만큼 잘한다. 말하지 않아도 교실은 언제나 깨끗하다. 어떤 학생은 인사성이 좋고 분위기 메이커이며, 친구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잘 들어주는 공감왕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대학 입시 앞에서는 수학 1등급만큼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학교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장사력 만렙, 농사 천재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은 단지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 아이들 중 성적이 낮아 자존감까지 떨어진 학생들이 있다.
그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너희 모두 뽀로로와 크롱일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학교 밖에서 더 빛날 수 있는 사람이니, 당당히 고개를 들라고 말이다.